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50개가 넘는 나라로 되어 있다. 이곳 남아공, 정확히 말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에서 선교활동 한지도 16년이 되었다 하지만…
정확히 아프리카에 몇 나라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처음에 와서 외워 놓으면 다음에 또 늘어나고 그 다음해 또 늘어나고 도무지 정확한 숫자를 외울 수 없다. 그래서 누가 물으면 대충 오십 서 너 개가 된다고 대답해 준다. 최근에 남 수단 북 수단으로 또 나누어진 것으로 알고 있고 이웃나라 콩고도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프리카 대륙의 공통점은 대륙의 90% 나라가 식민지를 경험했다고 하는 것과 아직까지 크고 작은 내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내전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내전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내전의 배후엔 아프리카 각 나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족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나라(Nation)보다 종족(Tribe)이 우선이다. 즉, 조국애(Patriotism)보다 종족애(Tribalism)가 우선이란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종족끼리는 똘똘 잘 뭉치고 자신의 종족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건 전쟁도 불사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애국심이 없다. 애국심은 그라운드 제로이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석유, 금,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부족 간의 쟁탈전이 끝없는 내전으로 치닫고 지금도 보복에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남아공도 적어도 13개 언어가 있고 다인종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예외가 아니다. 비근한 예로 2010년 남아공 FIFA 월드컵 때 외국 선수들이 묵고 있는 호텔 도난 사건으로 남아공은 국제적 망신을 샀다. 우리나라가 88년 올림픽 때 소매치기까지 나서서 국가의 품위를 지키려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와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 호텔 직원, 공항 검색대 직원, 가정부, 정원사, 심지어 경찰 할 것 없이 강도들에게 정보를 주어 많은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낭패를 당하고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참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될지 난감한 나라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 궁의 전선도 훔쳐가서 행정이 마비가 되고 내가 사역하고 있는 지역에 전기선, 전화선 할 것 없이 다 거둬 간다. 어떨 땐 전봇대 위에 감전사한 도둑을 보기도 한다. 나도 지역에 교회를 건축하면서 깔아 놓은 전선을 다 훔쳐가서 망연자실 했던 때가 있었다. 차 안에 동전을 놓아두면 안 된다고 사람들은 경고한다. 그 동전 하나 때문에 차 유리를 깨뜨리고 집어 가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애로와 손실을 불러올까 하는 것은 도무지 생각지 않는다. 원인은 일단 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도를 넘은 이기주의 이것이 어떤 때는 선교사를 질식하게 만든다.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만 더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교회 청소를 하고서 마포 대 걸레나 손걸레를 사용한 후 깨끗이 빨아서 말려 놓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일이 끝나면 때꾸정이 걸레들을 그냥 어디 던져 놓아 버린다. 청소하는 것도 싫은데 걸레까지 빨아 놓는 것은 이들에게 더 귀찮은 일인 것이다.
요즘은 제노포비아(Xenophobia) 타국인 혐오증이 또 극성을 부린다. 즉각 대통령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해 마다 제노포비아 폭동으로 수많은 인접 아프리카에서 피난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가게는 약탈되고 집이 불타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나간다.
외국인 선교사의 눈에 비친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이미지가 땅에 추락하여도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 망해가도 눈 깜짝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월말이 되면 임시 관공서 사무실에 겹겹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가 장관을 이룬다. 미혼모, 노약자, 병든 자들이 정부에서 주는 복지 생활비를 타기 위함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백성들을 버려(Spoil) 놓고 있다.
우리 동네 큰 철골 구조물 커뮤니티 홀은 불에 타고 이미 가져 갈 수 있는 자제는 다 가져가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왜 그럴까? 정부에서 자신들의 집을 지어 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불을 질렀던 것이다. 세상에 백성들에게 돈을 주고 집을 무상으로 지어 주는 이런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마는 이들의 다고 다고와 불평불만은 끝이 없다.
분명 커뮤니티 건물은 자신을 위한 건물이며 얼마나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수틀리면 불을 지르고 파괴 시켜 버린다. 나는 이곳에 16년을 살면서 이와 유사한 일들을 수없이 봐 왔다. 그래서 그런지 아프리카에 살면서 “Why(왜)?” “꾸테니?”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되고 조그만 일에도 언성을 높이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한국에 후배를 아끼는 선배 목사님께서 내게 부쳐주신 별명이 선비 목사인데…. 정말 꼬장꼬장한 선비가 일하기에는 넘어가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동네이다. 한 20년이 지나면 좀 조절이 되려나 기도하고 있다.
가끔 지역 리더 루얀다가 우리 교회에 들리면 “꾸테니?”하고 난 여러가지를 물어 본다. 그러면 웃으면서 대답을 못하고 얼버무려 버린다. 이것은 국가에 속한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에서 온 것이며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아프리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점점 황폐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기 종족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것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어디서 나왔는지 놀라운 보호본능과 충성심이 발동된다. 아마 다른 종족이 자기 족속 사람들 집에 불을 질렀으면 큰 전쟁이 일어나고도 남을 일이다. 너무나 대조되지 않은가?
또 하나 아프리카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뇌물(Bribe)이다. 우리 지역 커뮤니티 리더와 구성원들이 약 10명 쯤 되는데 정말 드세고 거친 사람들이다. 교회를 건축하면서 이들에게 당한 일들을 일일이 기록하자면 지면이 부족하다. 선교사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뒷돈을 요구하고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며 수 없이 방해를 한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뇌물을 주지 않은 사람으로 통하니 너무나 자유하고 평안하다. 몇 년 전에 교회 장비들을 몽땅 도둑맞았는데 경찰들의 수사가 진행이 안 되었다. 결국 수사과장을 찾아가고 하니 겨우 시늉을 하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돈을 찔러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과연 이런 일들이 비단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일까?
그럼 작금의 우리나라를 들여다보자.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탄핵 정국으로 내 몰리며 벌써 몇 달째 국민들이 생업과 여과를 뒤로 하고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져서 대립하는 것이 마치 아프리카 내전을 방불케 한다. 사실 지금 총성만 없을 뿐이다. 백성들이 총 대신 촛불, 태극기를 들고 서로 대립하면서 혁명이니 사회주의가 답이니 탄핵 기각이니, 인용이니 하고 있는 이것이 내전 상태가 아닌가 싶다. 어쩌다가 우리 조국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가 과연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며 여느 아프리카 국가의 개인 이기주의와 종족 우선주의를 탓하며 비난 할 수 있을까?
남아공에 올 무렵 FIFA 월드컵을 유치하는 자랑스러운 나라, IT강국, 세계 10대 경제대국, 근면, 성실, 정직한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자랑했었는데…, 지금은 이게 웬 말인가? 오히려 이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에게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특정지역 사람들의 ‘지역 이기주의(Selfishness)’와 ‘부족애가(Tribalism)’가 ‘애국심(Patriotism)’을 초월하고 있어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 조국이 있어야 기업도 있고, 방송국도 있고, 언론도 있고, 연예인도 있고, 스포츠 오락도 있고, 게임과 먹거리도 있고 교회도 있고, 목사도 있고, 선교도 있다. 조국이 있어야 경상도도 있고 전라도도 있고 전국 8도가 있다.
이제 우리에게 무엇이 우선인가? 신중히 생각해 볼 때가 왔고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과연 대한민국 각 정당의 욕심에 잡힌 대권주자들이 개인 이기주의를 버릴 수 있느냐는 것과 기업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 하는 것과 우리민족의 오랜 고질적인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는 부족 애의 높은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여기에 매여 있거나 갇혀있다면 하루빨리 이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자유로울 때 우리민족에 진정한 평화가 오고 새 희망이 올 것이다.
본인은 이 시점에서 내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에 가장 절박한 것은 ‘애국심’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족애’가 필요 없고 무익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애(Tribalism) 보다 조국 애(Patriotism)가 더 우선이다. 탈 이기주의, 탈 지역주의를 벗어 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안정을 찾고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조국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인은 그저 멀리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며 위기의 조국을 위해 다니엘처럼 예레미야처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여화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렘29:11-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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