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드리는 늦은 편지 /석정희
그 때는 왜 몰랐을까
동기同氣들 남부럽잖게 사는 것
어머님 기도의 응답이었던 것
이른 새벽 깨어 먼저 무릎 꿇으시고
그 많은 빨래나 설거지 때도
‘거친 세상에서 실패하거든……(509)’
찬송가 부르시며 일하시던
이제서야 어머니 가시던 길 위에서
그 때를 돌아 본다
바람 앞에 안고 업고
어떤 어려운 일에도 능숙하시던
어머니 손끝에서 해결되던 일을
어릴적 동네 목욕탕에 가서
온 몸 샅샅이 닦아 주신 뒤
‘이제 내등도 좀 밀어라’ 하시며
돌아 앉으시던
어머니는 못하시는 일 안되는 일 없이
무슨 일이든 다 하시는 줄 알고
조르고 때 쓰면 이루어지는 줄 알았던
어머니께서도 스스로 하실 수 없는
일 있었다는 걸 알고
왜 도와 드리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했을까
애꿎은 거울 닦으며
때 늦은 편지를 쓴다
석정희 / 약력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
‘창조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및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재미시협 부회장 및 편집국장과,미주문협 편집국장 역임,
대한민국문학대상 수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외,
시집 [문 앞에서][나 그리고 너] [The River 영시집]
[엄마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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