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현송월 올림픽?··· ‘옐로 저널리즘’ 도배 얼빠진 언론들

 

[자유언론 미디어비평 그룹]

분별없는 한국 언론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현송월 올림픽’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북한의 장난 때문에 이미 ‘북한 올림픽’으로 망가져버린 평창 올림픽. 모든 언론이 남북 회담에 나온 모란봉 관현악단장 현송월에 관한 기사를 도배질 하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지를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기사는 시시콜콜 일색이다. 신문은 갖가지 표정의 사진을 무더기로 실었으며, 방송은 얼굴 등을 집중적으로 비쳐주었다. 기사들도 몇 가지 씩, 양도 엄청났다. 북한의 여자 연예인 한 명을 두고 한국의 언론들은 그야말로 신이 났다.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서? ‘김정은의 음악정치’를 수행한다는 거물이라서? 벼락 스타의 탄생이 따로 없을 듯하다. 어느 나라, 어떤 여자가 대한민국에 와야 그 정도의 언론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팔등신 모델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 와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남색 계열 투피스를 입고 검은 하이힐을 신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임을 고려해 과한 치장을 하진 않았지만 긴 머리를 꽃 집게핀으로 묶었습니다. 현송월이 수첩을 꺼낸 클러치백은 고가의 유럽 명품 브랜드 제품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짙은 아이라인에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강렬한 눈빛 눈웃음.” “2500만원 짜리 에르메스 명품 악어가죽 백.”

남북이 올림픽 회담을 하는데 현송월이 어떻게 화장을 하고, 어떻게 웃으며, 무슨 백을 들었는지를 보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이 할 일인가. 그것은 옛날 3류 주간지들이나 할 짓이다. 말초적 흥밋거리에 집착하는 언론의 저급한 품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거기에다 한국 언론들은 현송월이 이끈다는 모란봉악단을 북한판 걸 그룹으로 불러주고 있다. 수령 선전이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선동의 도구들이 어떻게 자유분방하게 노래를 부르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과 같은가. 한국의 어느 걸 그룹이 정부가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르는가. 대통령의 음악정치를 수행하는가. 언론들은 가당치도 비교로 국민들을 미혹하고 있다. 그런 비교는 걸 그룹 가수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냉정히 말해 무슨 회담이 필요한가. 어느 나라든 형편이 되어 올림픽을 참가하면 그만이다. 거기에 무슨 협상인가. 올 차비가 없다면, 먹고 자고 할 돈이 없다면 사정해서 주는 대로 받고는 조용히 오면 그만이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예술단, 응원단을 보내겠다는 북한의 유치하고도 속 보이는 장난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 세계 최고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예술 경기를 벌이는 올림픽에 무슨 예술단인가. 겨우 한줌의 선수단을 보내면서 무슨 대규모 응원단인가. 말이 되는, 상식에 맞는 짓인가. 세계 어느 나라가 그렇게 하는가.

올림픽 회담은 북한의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한국이 그대로 받아주는 일방적 통보장이지 그것은 회담이 아니다. 남북한 정부의 합작 저질 정치극에 지나지 않는다. 핵 공세에 그렇게도 당하고도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억지 요구를 덥석 무는 한국 정부의 행태는 보기가 민망하다 못해 가련하기까지 하다.

한국 언론은 그런 쇼를 벌이는 남북한 정부의 속내를 모르는가. 정말 모르는가.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달라는 북한의 거지근성을 왜 언론은 가만두는가. 예술단, 응원단이 극렬한 정치선전을 해댈 것은 모르는가. 올림픽 무대를 정치선전장으로 만들려는 북한의 뻔한 속셈을 질타하며, 선수 이외에는 절대 오지 말라고 왜 얘기하지 못하는가. 한국 정부의 비굴한 태도를 왜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언론은 여자 대표 한명을 두고 가히 폭발적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내려는 의도의 절반은 이미 현송월 한명을 통해 달성하고 있다. 북한도 한국 언론의 열띤 반응에 놀랐을 것이다. 적잖은 나이의 연예인에 쏟아지는 관심에 뜨악했을 것이다.

북한의 미인계 전략은 선정주의에 빠진 한국 언론을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다. 과거 응원단이 왔을 때 “예쁜 여자가 왔다”며 온 국민을 들썩이게 만든 한국 언론의 얄팍한 행태를 북한은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언론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통전부는 현송월 장단에 춤을 추는 한국 언론을 보면서 쾌재를 부를 것이다. 앞으로 현송월보다 훨씬 젊고 예쁜 아이들을 보낼 때를 상상하면서 기고만장할지 모른다.

참으로 가볍고도 철없는 언론이 걱정이다. 정작 예술단과 응원단이 왔을 때 언론이 또 어떻게 난리를 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흰 눈 위에서 펼쳐질 평창 올림픽은 벌써 너무 많은 정치 때가 묻어 버렸다. 깨끗한 올림픽을 위한 언론의 냉정한 판단과 분별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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