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님들도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시나요? 왠지 마신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소변을 보는 것 같진 않으셨지요. 저는 그래서 긴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 자리에 가게 되면 커피를 삼가곤 하는데요.
여기서 <이웃집과학자>스러운 궁금증이 생깁니다. 커피 속 카페인은 어떻게 이뇨작용을 하게되는 걸까요?
아데노신 A1 수용체
구체적으로 밝혀진 메커니즘은 없지만, 여러 선행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의 수용체인 아데노신 A1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데노신 A1 수용체가 결핍된 실험용 쥐에서는 카페인을 투여해도 야생형 쥐와 달리 요량이 늘지 않았다고 해요.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갖습니다. 아데노신, 귀에 익는 이름 같다면 절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조금 더 안전한 수면제 나오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해드린 바 있는 바로 그 물질입니다.
몸이 피곤할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아데노신은 멜라토닌과 함께 수면을 관장하는 물질인데요. 아데노신의 수용체 중 하나인 아데노신 A1 수용체는 사구체-세뇨관 되먹임(tubuloglomerular feedback, TGF)에도 관여합니다.
일반적으로 관류압이 높아지면 혈류량과 여과량도 비례해 증가합니다. 하지만 신장의 경우, 콩팥동맥압이 80~180mmHg 내에서 증감한다면 1분 동안 신장으로 흐르는 혈장량, 곧 신장 혈류량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요. 이와 같은 신장의 ‘자동조절기능(autoregulation)’은 TGF에 의해 유지됩니다.
잠깐, 먼저 신장의 구조를 짚고 갈까요?
신장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인 네프론은 사구체와 보우먼주머니, 그리고 세뇨관과 집합관으로 구성됩니다. 신장동맥에서 유래한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는 보우먼주머니로 싸여 있고, 보우먼주머니와 연결된 근위세뇨관은 헨레고리, 원위세뇨관, 집합관과 차례로 이어지는데요.
사구체 주변에 자리한 원위세뇨관에는 ‘치밀반’이라고 불리는 세포무리가 있습니다. 치밀반은 세뇨관 안을 흐르는 체액의 Na+와 Cl- 양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특히 Cl-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치밀반은 NaCl의 농도가 높아지면 NO를 통하여 들세동맥을 수축시킵니다.
치밀반(macula densa)과 들세동맥(afferent arteriole) 출처: natalie’s casebook
사구체로 들어오는 혈관인 들세동맥이 수축하여 내경이 좁아지면 사구체로 흘러드는 혈액이 감소합니다. 이는 곧 사구체를 통해 여과되는 혈장량, GFR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한편, GFR이 감소하면 원위세뇨관 내 NaCl의 농도가 낮아지고, 들세동맥은 확장됩니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혈압에 상관없이 신장 혈류량과 사구체 여과량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데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마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데노신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카페인이 아데노신 A1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아데노신 A1 수용체에 결합한 카페인은 사구체-세뇨관 되먹임을 차단합니다. 따라서 세뇨관 강 내 NaCl이 증가하여도 들세동맥은 수축하지 않아 GFR이 정상 수준보다 높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변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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