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 양심을 대법관이 들여다볼 수 있나?”
종교적 거부자 면제 길 터 준 대법원장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는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국가대표 수비수로 출전한 장현수는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운동선수가 병역면제를 받게 되면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후, 34개월 54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장현수는 봉사활동 서류를 허위 조작하여 3천만원의 벌금과 영구 국가대표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여론은 매우 험악했고 후폭풍은 토네이도를 능가할 만큼 거세게 불었다. 헌법이 규정한 병역의무란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바로 평범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병역의무에 대한 가치이자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법원은 달랐다. 병역의무가 양심에 따른 종교적 거부라고 선언했던 사람에 대해 “병역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면서 병역 면제의 길을 터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기막힌 대목에서 떠오르는 역사 속의 인물이 바로 궁예다. 후(後)삼국 시대를 연 궁예는 관심법(觀心法)이라는 희한한 독심술을 활용하여 정치를 올바르게 하라는 부인을 간통죄로 몰아 죽였고, 왕건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관심법을 동원했다, 이처럼 관심법은 악의적이거나 적대적으로 사용할 때 동원되는 영혼의 신병기였던 것이다,
◇대법관이 관심법 쓰는 궁예인가?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양심이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무형(無形) 무체(無體)로써 오직 자신의 영혼만이 진실의 여부를 알 수가 있는 가상적이고 피상적(皮相的)인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도 김명수를 비롯한 9명의 대법관들은 좌파정부의 코드에 맞추어 궁예를 초월하는 관심법(?)을 동원하여 남의 가슴 속 양심까지 독심(讀心)하는 신기(神技)를 발휘했다. 귀신도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아무리 대법관이라는 특정한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내재(內在)되어 있는 참과 거짓의 기준과 가치를 판단하고 재단한다는 것은 이 사람들이 설령, 신계(神界)의 영역에 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좌파 정권 체제하의 대법관들은 신계를 뛰어 넘어 자신들이 마치 신의 영역을 초월하는 존재인 것처럼 병역 거부자의 가슴 속 양심까지 들여다보는 신통방통한 신기를 보여주었으니, 현역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입영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현행 병역법은 곧 사문화될 처지로 돌변했다. 종교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했던 14년 전의 판결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국가의 안보나 분단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좌파 코드 일색의 9명의 대법관이 내린 이번 판결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4대 의무에서 병역의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좌파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안보 무력화와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은 나라의 국방과 안보 무력화에 부역자 역할을 했다. 병역 의무 거부에 대한 동기를 일으키는 망국적 행위였다. 만약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헌이라면 현역으로 입대한 수십만 병사들은 양심 불량자와 같다는 이치가 성립된다.
또한 징집 대상자들 모두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관이라면 국가 안보에 대해서만은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국가관이나 안보관을 가지고 있길래 결코 나올 수가 없는 판결을 내려 국민적 비판을 스스로 자초하는지 두고두고 곱씹어 볼 대목이다.
비판 여론이 높자 청와대는 악화일로의 여론에 겁을 먹었는지 ‘양심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치졸한 발상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내린 대법원의 판결은 ‘판례’로 남는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은 기록으로 남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될 수밖에 없다.
◇빛나는 4명의 소수의견
이 와중에 눈길을 끈 4명의 대법관이 낸 소수의견이 그나마 옥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 등 이들 4명은 소수 의견을 통해 “병역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란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된다”며 종교적 병역 거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극히 상식적으로 타당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 박상옥, 조희대 대법관이 낸 보충의견에서 “양심이 윤리적 내심(內心) 영역이고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면 법원이 심사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데도 이를 심사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한 법률에 규정이 없는데도 무리한 해석으로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데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제시한 별도의 보충의견은 김명수를 비롯한 9명의 대법관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로 들리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이와 같은 판결이 속출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다수의 대법관들이 혁명군처럼 왼팔에 붉은 완장을 차고 세상을 바꾸려 해서도 안 되거니와 정권과 코드를 맞추어선 더욱더 안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이런 판결이 나왔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를 대법원장에 임명한 것은 이런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객원논설위원 장자방(필명)
더 자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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