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통로의 삶도 사명이다

참 이상하기도 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번에 지은나 교회를 세우는 과정과 결과가 꼭 그랬다.

내가 김포 풍무동에 교회를 세울 생각을 하고 남편에게 이야기 했을때 남편 K선교사는 절대 반대였다. 이제 은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교회를 세우려 하느냐고…

남편의 의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 우리가 부부 목사가 되어서 구멍가게를 해야 할까요? 한 영혼이라도 구원 하려면 교회를 세워야 하지요.” 이처럼 교회를 세우려는 나의 의지는 단호했다.

내가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은 “난 목회 안할테니까 하려면 당신이 해요. 그러나 한다면 내가 도와 주기는 하지” 라고 하였다. 나는 “알았어요. 당신보다는 내가 더 젊으니까 내가 하지요.”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시작된 교회 건물의 분양에서 부터 인테리어까지 나는 동분 서주했다. 남편은 나를 말려도 소용 없을줄을 알고서 부터 나를 도와주기 시작 하였다. 남편은 아마도 은근히 내가 포기 하기를 바랐을것이다.

남편이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일을 하자니 나는 혼자서 텅빈 건물에 가서 여리고 작전 흉내를 내면서 건물을 빙빙 돌면서 기도하곤 하였다. 하나님께서 이곳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기뻐 하시면 분양 받도록 허락해 달라는 기도였다.

얼마동안 나 혼자서 분양하고 싶은 건물에 가서 기도하였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남편이 슬며시 와서 함께 기도해 주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어쩌다 남편이 흘린 기도내용이 내 귀에 들려왔다.

“하나님, 만약에 이곳에 교회가 세워지면 그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공로입니다. 아내가 칭찬 받아야 합니다. 아내를 축복해 주십시오.” 남편은 어느듯 내가 교회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에 동조할뿐만 아니라 나를 축복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남편이 기도로 도와서인지 분양을 받게 되었다. 과연 분양을 받을 수 있을까 했지만 결국 불확실하게 보이던 프라자 빌딩의 한칸을 분양 받게 되었다. 그런데 분양도 겨우 받았지만 인테리어는 더 요원했다.

결국 분양 받은 건물의 관리비는 꼬박 꼬박 내야 하면서도 건물을 석달 반 동안이나 비워 두었다. 프라자 빌딩의 다른 업주들은 이미 모두 인테리어를 끝내고 영업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님의 은혜가 임하여서 작년 12월초에 인테리어가 시작되었다. 교회당 구조가 만들어 지고 예배실, 유아실, 사무실, 카페와 로비가 하나 하나 완성되어 갔다.

그런데 교회가 완성되어 갈수록 남편 K선교사가 예배당에 애정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 예배실은 정말 기도가 잘 될 것 같아. 나는 주로 사무실에서 책을 보고 이 예배실에서 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낼것 같아”라며 은근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곤 했다.

나는 남편이 점차 완성되어 가는 교회를 지켜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흐믓해졌다. 후훗…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교회당 세우지 말라고 반대하더니 저렇게 좋아할거면서…

그러다가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늦어지자 남편은 금식기도를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참 고마웠다. 나는 힘들어서 금식을 못하는데 남편이 대신 금식기도를 해 준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남편이 아마 삼일정도나 금식기도 하겠지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남편은 삼일이 지나도 사일이 지나도 말없이 계속 금식을 한다. 결국 열흘까지 온전히 금식 기도를 했다.

그와 동시에 인테리어도 완성이 다 되었다. 그런 중에 우리교회 수도설비 하는 사람이 왔을때의 일이다. 그 수도 설비공은 처음부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우리 교회에 들어섰다.

나는 배수구 사이즈를 어떤것으로 할 것 이냐고 수도공사를 맡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는 나를 무시하고 대답도 하지 않는다. 참 불친절한 사람도 다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후에 내가 교회 공사 현장에 잠깐 없었을 때이다. 남편이 그 수도 설비공에게 수도공사에 관련한 궁금한 것이 있어서 다른 질문을 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수도설비공은 화를 버럭 내면서 “뭘 그렇게 17번이나 물어요?” 하고 툭쏘아 붙이더라는 것이다. 남편은 기가 막혔단다. 17번이나 물었다니 딱 한번 물어본 것을 가지고…

누가봐도 남편은 수도설비공에게 충분히 한마디 해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적으로나 연배로 보나 어찌보면 참 몰상식 하다 못해 불량해 보이기까지 한 수도설비공의 괘씸한 태도였다.

그런데 남편은 아주 부드럽게 그 사나운 수도 설비공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아유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 그러자 수도 설비공은 놀란듯이 아무말도 없이 수도공사를 하더라고 했다.

그런데 수도설비를 다 끝내고 돌아가는 수도설비공의 얼굴이 아주 만족한듯이 환하게 밝아져 있는것을 남편은 보았다. 그처럼 심술궂게 퉁명스럽던 사람이 아주 딴 사람이 된듯이 온순해져 있었다. 성령충만한 남편의 영적영향력이 그의 영혼을 밝혀준 것이다.

그리고 수도 설비공은 남편에게 인사를 하면서 자기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앞으로 온수기 달때 저에게 연락 주세요. 제가 와서 달아 드릴께요.”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려고 나를 금식하게 하셨어” 한다.

그런데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변한 것이다. 자꾸 내 마음속에서 “이 교회는 네가 목회할 것이 아니야 네 남편이 목회하게 해야해”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이상해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 교회 당신이 맡아서 담임으로 목회 할래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남편은 말없이 수긍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남편이 하는 말이 더욱 요상하기만 했다.

“내 아내는 밥만 잘 만들어다 주는줄 알았더니 교회당도 잘 만들어다 주네. 하하하…” 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아주 자연 스럽게 자신이 지은나 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편은 나에게 “이번에 교회 세우는데 당신이 수고한것 다 알아. 하나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당신을 놀랍게 많이 축복해 주실거야. 당신은 세계를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게 될거야.” 라고 나를 축복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겉으로는 “이게 뭐야 교회건물 세우느라 고생은 내가 다 했는데 목회는 교회건물 세우는걸 그렇게 반대했던 남편이 해야 한다니”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의 내면에서는 이렇게 된 것을 기뻐하고 환영하고 있었다.

어차피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한건데 누가 담임을 하면 어때. 그렇지 않아도 나는 시어머님 모시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목회는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목회협력하고 시어머님을 잘 모셔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월드뷰로 부터 필진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하나님의 새로운 ‘사인(sign)’이었다. 그 사인의 의미는 남편에게는 ‘지은나 교회’ 목회를 맡기시고 나에게는 ‘선교문학’을 발전 시키라는 뜻으로 나는 받아 들여졌다.

이번에도 나는 ‘하나의 통로’ 였다. 그동안 여러 모양으로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시더니 이번에도 교회를 세우는 프로젝트는 내게 주시고 다 완성해 놓으니 하나님은 나에게 “너는 교회를 세우는 통로로 쓴거야” 하신다.

그런데 사실은 나는 이번 일의 비밀을 알고 있다. 왜 수고는 내가 다해서 교회를 세웠는데 담임목사는 남편이 되어야 했는가에 대한 비밀 말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관한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하루 두시간 이상 기도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본적이 없다. 새벽에 한시간 저녁에 한시간 기도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정도 기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편은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나보다 기도의 양에 대한 목표가 높았다. 오래전에는 하루 두시간 기도목표를 세우더니 ‘바나바 훈련원’에서 기도 훈련을 받은 후엔 하루 세시간 기도 목표를 정했다.

그러더니 2016년 말부터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그는 하루 네시간 기도 목표를 세우고 기도시간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스더 기도운동에서 일으킨 ‘구국을 위한 2018년 한 해 40일 금식 기도운동’에 동참한 그는 작년 상반년은 매일 하루 두끼씩 금식을 하였다. 따라서 몸무게도 8~9킬로그램이나 빠졌다.

결과적으로 작년 한해에 40일 금식을 한 번만 한것이 아니라 4번이나 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금식기도의 보너스도 받았다. 삼십을 훌쩍 넘겨 혼기가 늦어져 은근히 우리 부부가 걱정하던 막내딸이 작년 6월초 결혼을 한 것이다.

이처럼 남편은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적어도 하루 네시간은 구국의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도의 시간을 견지해 나갔다. 누구보다도 그런 남편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그의 믿음의 실행을 존경해 왔다.

어쨌거나 이번에 교회를 건축한것은 내가 목회를 하고자 전적인 수고를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남편이 담임 목사로 사역하도록 인도함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일에 대해서 나는 깨끗이 순복하기로 했다. 우선 기도의 양에서 그가 나보다 담임목사로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남편의 오랜 기도제목 때문이다. 그는 선교지에서 선교할때부터 “하나님 제가 끝까지 하나님께 쓰임 받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 왔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저도요!” 하면서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식이었다.

그래서 남편의 오랫동안 해왔던 그 간절한 기도가 응답되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나를 통로로 사용하여 예배당을 건축하게 하신것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를 말한다면 내사랑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나님 안에서 통로의 삶 또한 매우 아름다운 사명임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절하지 아니하겠으며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아니하느니라(잠 3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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