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반일 종족주의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는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다.

「반일 종족주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기억과의 투쟁과, 그 진실된 역사에 대한 명쾌한 응답이라 평해진다.

「반일 종족주의」는 이영훈 박사를 비롯 감낙년, 김용삼, 주익종, 정만기, 이우연 여섯 분의 공동저서이다. 이 책은 반일 종족주의의 기원, 형성, 확산, 맹위의 전 과정을 고발하고, 그 위험성을 경계하기 위한 역사 책이다. 구한말 친일은 반역이었지만, 지금 친일은 반역이 아니다. 100년 전 친일개념을 속칭 진보라는 세력이 아직도 고집하다니 아이러니하다.

내용이 대단히 아픈 모양이다. 공동저자인 이우연 박사가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 여러 괴한이 연구소 현관문을 걷어찼다. “친일파 새끼” “네가 징용을 가봤어?” “문 열어 이 매국노 새끼야!” 이 과정에서 이우연 박사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은 심각한 사항이 아니라며 괴한들을 풀어줬다.

좌파가 친일을 보수에 덧씌우는 프레임으로 사용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한국 우파는 오랜 기간 연성권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 사이 연성권력은 좌파의 손에 넘어갔다.

사회과학 출판을 좌파가 장악하게 되는 내력을 보자. 1970-1987년 사회과학 출판사를 차렸던 사람들은 주로 해직기자, 해직교수, 제적학생, 운동권 졸업자들이었다. 한길사(김언호), 전예원(김진홍), 까치(박종만), 문학과 지성사(김병익), 청람문화사(권근술), 정우사(김재관). 이들은 동아일보 해직기자가 차린 출판사이고 두레(신홍범)은 조선일보 해직기자가 차린 출판사이다.

긴급조치로 제적된 학생들도 상당수 출판사를 차리거나 서점을 운영했다. 광민사(이태복), 형성사(이호웅), 일월서각(김승균), 풀빛(나병식), 학민사(김학민), 돌베게(이해찬), 동평사(이종범)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점으로는 서울대 앞의 광장서적(이해찬)과 대학서점(김문수)가 있다.

이들은 대체언론으로서 출판을 택했다. 이들에게 있어 출판은 삶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민주화운동의 연장이라고 의무감이 있었다. 이들이 출판한 책은 반체제 국민교과서 역할을 했다. 그들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운동권을 포함해 소수였지만 책읽는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주사파 정권이 들어서며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졌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이 아니라 그들이 장장 반세기에 걸쳐 이루어 낸 결과다. 이 결과를 몇 번의 태극집회로 뒤집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가소롭고 유아적이다.

국민이 깨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행동양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깨어난게 아니다. 여전히 논리와 이성보다 정서가 판단을 지배한다. 지금 죽어도 옳고 그름을 밝힌다며 때를 기다리지 못한다. 한신의 과하지욕(胯下之辱)을 칭송만 하지 실천은 하지 못한다. 게다가 분노가 해결되면 문제가 해결된 줄 안다. 장기전략을 소개하면 ‘어느 세월에…’하고 외면한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의 원인은 판단이 이성과 논리에 기초하지 않고 정서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느낌이란 하루에도 여러번 바뀌며 느낌에는 책임이 없다.

국민의 행동양식은 여전히 그대로다. 국민 몇이 생각을 바꾸었을 뿐이다. 행동양식이 바뀌지 않고 생각만 바뀌었다면 생각을 바꾼 그 방식 그대로 생각이 또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좌파는 이걸 잘 알고 선동한다. 그러나 감성이라 비웃기만 한다면 이길 수 없다. 90년대 초반 PD계 이론가 이진경(박태호)은 ‘자기 뜻대로 생각하는 군중’을 만드는 이론까지 연구했다고 한다.

우파는 공부해야 한다. 사실(history, fact) 공부뿐 아니라 사실을 어떻게 포장하고 전달하는지 그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요즘들어 반일 종족주의 같은 우파적 관점에서 쓴 사회과학 서적이 하나 둘씩 출판되기 시작하니 참 다행이다. 이 책이 국민이 깨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Tov Forum 스테반 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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