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배려, 가족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았더니 김장 증후군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도 며칠 전 김장을 한 후 병이 나서 이틀 동안 약을 먹고 쉬었더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모처럼 운동을 하러 왔던 차였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86%가 올해 김장을 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있는 것만 봐도 한국인의 겨울 식탁에 김치가 얼마나 중요한 반찬인가를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매년 11월-12월이 되면, 병원에는 평소보다 주부 환자가 20% 늘어난다고 한다. 한의원에도 주부환자들로 인해 북적댄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바로 김장증후군으로 병이 난 여성들이 병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장증후군으로 주부들이 가장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은 허리통증과 감기몸살 주부습진 등이다. 특히 50대 이후의 주부들은 연골이 약해져 있어서 과도하게 허리를 쓰는 일을 할 경우, 척추를 다치거나 디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 의료진은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겨울식탁에서 늘 만만하게 먹는 김치는 어머니들의 건강과 맞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김치공장들이 있어서 사먹는 가정도 많다. 하지만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다 사서 먹는다면 김치값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김장하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 혹은 친정 언니들은 나이가 드셔서 몸이 약해져 있는데도, 여전히 힘들여 김장을 해서 도시에 사는 딸, 며느리, 동생에게 보내 주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어떤 가정은 작년까지도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김장을 해서 가지고 왔는데, 올해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배추만 절여서 보내 왔다는 가정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김장,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

나 역시 이번에 김장 증후군을 가볍게나마 앓은 사람이기에 할 말이 좀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한 달 전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팔다리 근력 운동을 좀 해 두었기에 이번에 이 정도로 가볍게 지나간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나의 의견으로는, 김장을 담글 때는 온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추 씻기, 배추다라 들어나르기 등 힘든 일들은 남자들이 해 주어야 한다. 남편도 아들도 딸도 다 함께 김장을 담으며 즐거운 가족행사로 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아침에 절여 두었다가 가족들이 다 돌아온 밤에 배추를 씻어 양념을 넣고 버무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통닭이나 피자를 시켜주어서, ‘김장 하는날’이 한껏 즐거운 가족공동체의 행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태초부터 연약하게 지음 받은 여성을 젊어서부터 아끼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서 출산과 육아라는 큰일을 몇 번씩 겪은 여성은, 50대 이후엔 이미 몸이 약할 대로 약해져 있다. 그런데 김장 같은 집중해서 신체를 쓰는 일을 매년 계속한다면 나이 들어 골병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가정의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는 것은, 온 가족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당숙 아저씨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은퇴하신 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셨다. 그러나 그런 여유로운 자유는 얼마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젊어서 온갖 고생을 다 한, 당숙 아줌마가 처음엔 허리를 앓더니, 다음엔 다리를 못 쓰시게 되더니 급기야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기 때문이다. 올해로 벌써 8년째 아내의 병수발에 아저씨도 지치시고, 이젠 당신도 병이 나고야 말았다.

당숙 아저씨 댁을 방문할 때 마다, 나는 옛일을 떠올리고는 씁쓸해 지곤 했다. 그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아저씨에 비해서, 아줌마는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다섯 아이를 낳아 기르며 농사까지 지어야 했으니 너무 혹사를 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각 가정마다 아내와 어머니를 아껴주는 것은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일이다. 더욱이 100세 장수 시대가 아닌가. 그렇다면 더욱이 늙어서도 아내가, 어머니가 건강 하다면 가족들은 훨씬 질 높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