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보았던 ‘노트북’이라는 영화가 있다. 오래전에 보기도 했지만 당시의 나의 삶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그 영화의 내용을 깊이 음미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때보다 나이도 더 먹었고 삶의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바로 노트북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은 알츠하이머 환자인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그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요즘은 집에있는 텔레비죤으로 돈을 지불하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7,940원인가를 내면 소장할 수 있다고 하여 마침 포인트로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보았다. 두시간 남짓 되는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가 자신의 남편조차 기억을 못한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자식들과 손자 손녀도 기억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있는 이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 주러 오는 할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남편이다.
영화 첫 머리에 할아버지의 독백이 흘러 나온다. 자신은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서 특별한 업적을 남기는 삶을 산 사람은 아니지만 한 여인을 열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았노라고… 그리고 그 삶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아내를 보기 위해 그리고 아내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할아버지는 매일 찾아와서 책을 읽어준다. 그런데 그 책 내용은 사실은 두사람이 연애하던 젊은시절 떨어져 있게 되었을때 일년동안 남편이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이었다.
청춘시절 남자는 365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여자에게 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러나 여자의 어머니는 가난한 목재상 직원인 남자와 교제를 끊게 하기 위해 단 한통의 편지도 딸에게 주지 않고 감추어 버린다.
전쟁이 일어나고 수년후에 둘은 만나지만 여자에겐 미국 남부의 부자청년이 결혼신청을 하게 된다. 둘은 결혼을 앞두고 드레스도 맞춘다. 그럴때 여자의 첫사랑인 노아가 나타난다.
여자는 어정쩡하게 끝나버린 첫애인을 만나서 마음을 정리하고 오겠다고 찾아간다. 그러나 오직 첫사랑인 여자만을 생각하며 첫사랑과 데이트했던 낡은 집을 사서 멋진 화이트 하우스로 라모델링을 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소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365일 매일 편지를 보냈었다는 것도… 남자에 대한 오해가 풀린 여자는 결국 가난한 첫사랑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어머니는 감추어 두었던 편지뭉치를 딸에게 건넨다.
부모가 원했던 부요한 신랑감을 버리고 가난하지만 순수하게 사랑했던 첫사랑과 결혼한 두사람은 아들딸 낳고 잘 살았을 것이다. 그 내용은 영화에 안 나오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제 늙은 할머니가 된 여자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병이 심해서 가족조차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찾아와서 책을 읽어준다 바로 자신이 보냈던 연애편지를…
그런데 어느날 기적이 일어났다 책의 내용을 듣던 할머니가 “그거 내 이야기인것 같아요. 노아?”하며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른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알아보는 아내를 보며 기뻐 하지만 곧 할머니는 기억을 잊어 버리고 이남자가 누구냐며 소리 소리 지르고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달려온다.
그리고 심장병을 앓고 있던 할아버지도 응급실로 실려간다. 오늘밤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의사는 말하지만, 그날밤 할아버지는 나이트 가운 차림으로 할머니의 방을 찾아온다.
밤에 환자를 면회 오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지만 간호사는 커피 마시러 가겠다며 자리를 비켜준다. 그리고 할머니는 자신의 방을 찾아온 할아버지를 보며 잠시 기억이 돌아온다.
그리고 두사람은 일인용 침대에서 비좁게 둘이 누운채 손을 맞잡고 “우리 다시 만나요”하며 눈을 감는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말한다 “당신이 책을 읽어주면 내가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아침에 콧노래를 부르며 할머니의 병상을 들어온 간호사는 두사람이 손을 꼭 맞잡고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여자는 젊었을때 남자에게 책을 읽어주면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알츠하이머 할머니는 죽기직전 기억이 돌아와 남편을 알아보고 세상을 떠날 수 있었으니 행복한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 나는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며 아주 새삼 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모시고 사는 우리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증세도 점점 심해져가고 있다. 며칠전에는 소파에서 텔레비죤을 보시기에 배를 깎아서 포크와 함께 가져다 드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손으로 덥석 배를 집어서 입에 넣으신다.
나는 포크를 두고 손으로 배를 집어 먹는 어머니를 보고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이튿날 청소를 하다가 소파등받이위에 하얀것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어서 화장지인가 하고 보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어제 깍아 드린 배를 드시면서 조금씩 남겨서 소파 등받이에 나란히 짱박아 놓으신 것이다.
나는 요즘 화장실에 들어 가려면 아주 긴장을 한다 왜냐하면 생각없이 들어 갔다가 난감할때가 종종생기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뒷처리를 못해 똥물을 사방 뿌려놓거나 똥덩이가 화장실 바닥에 놓여 있기도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요즘 또하나 달라졌다. 그동안 어머니를 예쁜치매 걸린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칭찬을 해 드렸는데 요즘 어머니는 많이 사나워 지셨다. 옷을 갈아 입혀 드리려고 하면 특히 화를 내시고 옷을 확 집어 던지거나 채뜨리거나 하신다.
어머니의 전두엽에 어느 회로가 또 망가진 것일까? 우리나라에는 이미 치매 환자가 6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청주시 인구가 전체 치매(알츠하이머)를 앓는 셈이다.
앞으로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고 우리나라도 이미 노령사회로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치매에 걸리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50년도엔 300만명의 알츠하이머(치매)환자가 생길것을 예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다른 방법은 없다. 각자 알츠하이머 같은 불행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주님 마지막 이세상 떠날 때까지 제손으로 밥지어 먹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옵소서” 100세 장수 시대에 참 멋진 기도제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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