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페스트 대유행으로 유럽 인구 3할이 사망
감염력과 치사율 높아 의사가 무력했다
당시 페스트는 중국으로부터 유럽으로 건너왔을 가능성이 있다
문을 두드린지 꼭 30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까지 경험한 일이 없는 뉴스에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신형코로나다. 세계는 지금 전쟁상태에 있다. 적(敵)은 신형코로나바이러스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만만치가 않다. 적을 막을 수단이 마스크와 손 씻기라는 원시적인 수법밖에 없다.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형코로나의 만연은 어떠한 모양으로 수습될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날마다의 뉴스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뒤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그야말로 바이러스、즉 전염병과 전쟁의 역사다. 또 강력한 전염병의 출현은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중세사회를 끝냈고 중남미에서는 국가 그 자체를 멸망으로 몰고갔다. 이번의 신형코로나도 그런 임팩트를 갖고 있다.
신형코로나의 만연으로 갑자기 팔리기 시작한 소설이 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다. 1940년대에 페스트가 유행하여 사망자가 급증한 거리를 묘사하고 있다. 봉쇄된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어준다. 독자들은 비상사태 선언이 나온 지금의 일본과 중첩시키게 될 것이다.
페스트는 오래 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다. 별명은 흑사병(黒死病)이다. 감염되면 피부가 거무스름해지기 때문이다. 수일에서 1주정도의 잠복기간이 지난 후 갑자기 열이 난다.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고 호흡곤란이 일어나기도 하다가 며칠 안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페스트는 세계사적으로는 3번 대유행이 있었다. 특히 심각했던 때가 14세기였다. 당시 유럽 인구의 30%, 실로 3천만 명 정도가 죽었다.
페스트가 무서웠던 가장 큰 이유는 치사율이 높은 것이다. 실로 50-70%였다. 원래 쥐에 유행하던 병이었는데、페스트균이 벼룩을 중계해서 사람에게 감염되었다. 벼룩이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빨고、그 다음에 사람에 감염시켰다. 이 페스트균은 혈액 가운데로 들어가 폐까지 진행한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이 경우 3일 이내에 사망했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감염이 되었다. 그렇게 확산되었다.
14세기, 이탈리아의 ‘꽃의 도시’ 피렌체는 페스트 대유행으로 ‘송장의 도시’가 되었다. 노상에 엄청난 사체의 수가 그대로 방치되었다. 집안에서 죽으면 그대로 밖으로 내던져졌다. 이 도시 인구의 5분의 3이 죽었다.
당시 피렌체에 살고 있던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이라는 작품으로 감염력의 무서움을 묘사했다. “약간 환자와 이야기를 하거나、때로는 방문하러 간 것만으로도 건강한 몸이 감염되어 마찬가지로 죽어버렸다. 심지어는 환자의 옷이라든가、환자에 닿거나、사용한 물건은 무엇이라도、거기에 닿기만하면、당장 감염이 된다.”
의사들의 비명도 기록되어 있다.
“의사는 아무 쓸모도 없게 되어 감염이 두려워 환자의 집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수치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설령 환자를 왕진했다고 하더라도 의사로서 할 일이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페스트로 희생되었다. 그러면 이 페스트는 왜 유럽에 만연했던 것일까? 떠오르는 것은 당시에도 또 중국이었다. 1333년에 한발과 기근이 덮쳤다. 그 다음 해에 수수께끼의 질병이 유행했다. 이것이 페스트라는 것이었다. 이 역병으로 중국 인구가 반감되었다고 말한다.
당시는 원(元)나라였다. 이후 페스트로 보이는 역병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으로 운반되는 모피에 붙어있던 벼룩이 ‘운반책’이었다고 한다. 또 쥐가 교역에 섞여 유럽까지 다다랐다는 견해도 있다.
여하튼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는 가운데서 페스트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다. 유럽 인구는 그때까지는 증가하고 있었는데 이 페스트 유행으로 단숨에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대가 크게 전환되었다. 어떤 시대로 되었던가? 다음 회에 말하겠다.
데마치 유즈르(出町譲, 경제저널리스트・작가)
Japan In-depth 2020/4/15
더 자유일보(http://www.jayoo.co.kr) 제공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편집국
Latest posts by 편집국 (see all)
- [나은혜 칼럼] 핑크빛 KWMI 한국대면말씀기도회 - 09/06/2024
- [나은혜 칼럼] 한여름의 의자나눔 프로젝트 - 08/21/2024
- [김현태 칼럼] 그가 걸음을 멈춘 까닭은? - 08/2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