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서도 김여정 담화가 지도자 어록대신 인용
김여정 위상 급부상,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는 다른 행보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격앙돼 대남 압박 여론몰이를 하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마치 ‘최고지도자의 교시’처럼 인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인용해 6일 평양시 청년공원야회극장에서 열린 전단 살포 관련 ‘청년학생들의 항의군중집회’에서 제일 먼저 김여정이 지난 4일에 발표한 담화가 낭독됐다‘고 전했다.
또 노동신문은 6일과 7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에 접한 각계의 반향’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한 고위간부와 각계 주민의 비난 기고문을 실었다.
집회에 참가하여 발언한 간부와 주민들도 김여정의 담화문에 대해 언급했다.
북한 매체들이 노동당의 주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각계 반향을 게재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어록을 인용하고 그 정당성을 홍보하고 방식이었다.
예를 들면 ‘자력갱생’이나 ‘경제 정면돌파전’ 등 김정은이 직접 언급한 발언이나 천명한 국정 기조를 내세우는 식이다.
내부 결속을 위해 종종 김정은에게 충성하며 맡은 일에서 모범을 보인 개별 주민의 사례를 소개하며 일명 따라배우기방법도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지도자가 아닌 개별 고위 간부의 담화를 앞세워 여론몰이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앞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도 지난 5일 전단 살포와 관련,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며 “김여정이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을 착수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전날 김여정이 담화에서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이후 그 실행을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김여정의 담화문이 김정은의 어록과 동급처럼 인용되며 그 실행에 북한 전체가 떨쳐나선 셈이어서 마치 김정은의 후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여정이 단순히 김정은의 의중을 전달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정책과 국정운영 전 과정에서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2인자로 명실공히 정치적 지위와 위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김정은의 고모이자 김정일의 유일한 친여동생인 김경희의 경우 전반 국정운영에 관여하지 못한 채 백두혈통의 상징적 위상과 직책에 머물렀던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김여정은 지난 4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으며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공식 수행하는 등 지난해부터 급상승한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북한에서는 오직 백두혈통만이 권좌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외신들은 그를 김정은의 뒤를 이을 차기 북한 통치자로 꼽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리버티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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