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동료 선교사를 눈물로 떠나보내며!

코로나야 너의 이김이 무엇이며?

코로나야 너의 쏘는 것이 무엇이냐?

내가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당장 떠나가라!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가노란 말도 못 다 이르고 갔는가?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오늘이 남아공 정인영(대신) 선교사님의 장례 날인데 학창시절에 읊조리던 시 구절이 생각나서 제망매가(祭亡妹歌) 앞 구절을 적어 보았다.

정 선교사님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150만 명을 돌파하고 사망자 5만 명을 뛰어 넘는 죽음의 바이러스가 유난히 득실거리는 남아공에서 짐바브웨 국경을 넘나들며 맡긴 사명 감당하시다가 결국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 한 달이 넘게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바이러스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다가 끝내 주님 품으로 가노란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온 생애를 드리며 섬겼던 아프리카 영혼들과 우리 선교사들의 곁을 홀연히 떠나 가셨다.

머나먼 이국땅에 남겨진 사모님과 두 남매 그 외 가족분들이 받을 충격과 슬픔은 멀찍이서 바라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선교사님의 사랑을 받던 영혼들은 또 얼마나 황당해할까? 통상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시길 바란다! 천국에서 만난다는 소망으로 살자! 고 하는 한 마디 위로로 인사를 대신 하기엔 너무나 형식적인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든다.

정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가끔 이런 일들이 선교지에서 생길 때마다 연약한 인간인지라 왜 이런 일들이? 하는 의문과 함께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정선교사님이 남아공 선교사로서는 최초로 Covid19의 희생자이지 싶다. 그래서 한인 사회는 물론 선교사 세계도 술렁이고 신실한 동료 선교사를 잃은 아픔과 그의 공백이 너무나 크고 아쉽고 허전함을 금할 수 없다.

작년 12월 초 필자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 같은 지역 정진환(합동) 선교사님, 0선교사님도 역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쾌차를 위해 기도했었다.

필자가 2주간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며 코로나와 맞서 싸울 무렵 정진환 선교사님은 일반병실에서 또 0선교사님은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감사하게도 필자를 비롯하여 두 선교사님은 생명을 연장 받아 병원에서 퇴원하여 기력을 회복하였는데, 뒤늦게 코로나에 감염된 정인영 선교사님은 모두의 바람을 뒤로하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평생에 그렇게 사모하던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들 선교사들의 공통점은 20~30년이 넘는 선교경력과 선교의 노하우(know-how)를 아는 시니어 선교사들이고 선교지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한창 필드에서 일할 선교사들이며 우연찮게도 4명 모두 동갑네기 들이란 것이다.

어느 날 고인이 된 정선교사님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필자의 마음은 왠지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2월 초에 사모님(이화남)께 이런 카톡을 보냈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정선교사님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사로잡히고 기도하던 중 마음이 아파 연락드립니다.

사모님 얼마나 마음이 아프세요? 아무런 도움도 못 되어 드리네요. 우린 많이 좋아지고 있고 생활 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정선교사님이 걱정입니다. 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파요. 저는 그 고통을 알거든요. 병원 형편이 신뢰가 가는지요? 하나님께서 생명을 붙잡아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모님! 끝까지 소망 잃지 마시고 기도하세요. 저도 계속 기도하고 있습니다. 경황이 없으신데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살아 주셔서 감사 합니다!

필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서 들은 인사가 바로 살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계신 누님들은 동생의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셨고 전화기로 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그제 서야 살아 있음에 안도를 하셨다. 다윗의 친구 요나단은 “자신과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차이(삼상20:3)라고 하였는데 선교지에서 계속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죽음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도 0선교사님이 병원에서 퇴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메시지를 보냈었다. “선교사님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별나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 놓고 이 얼마나 애타게 가슴을 치며 통곡할 사람들의 인사인가를 생각하면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느낌이 이상했던 것은 정인영 선교사님이 사망의 고통과 싸우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였었다. 과연 정선교사님이 이것을 이길 수 있을까? 바로 떨치고 일어나야 할 텐데…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었다. 필자가 사경을 헤맬 때 어떤 젊은이가 쓴 코로나 극복 후기 칼럼을 읽었었는데 그 친구는 너무나 고통이 심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 하려고 했었다는 것이다.

백번 공감이 가는데 필자도 아내에게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를 몇 번이고 되묻곤 하였었다. 만약 정 선교사님이 살아났었다면 분명 이런 인사를 했을 것이다.

“선교사님!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고사를 하고 그래! 그럼 다음번에 한다고 하지 왜 말하지 않았나?

정선교사님이 떠나고 난 뒤 그와 주고받은 마지막 대화가 생각이 나는데 바로 이 말이었다.

아프리카 중, 남부 대륙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앙골라, 보츠와나,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모잠비크, 스와질랜드, 마다가스카르 등 10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 파송된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중남부 선교사회가 있다. 해 마다 선교사대회가 열리는데 필자는 2회 대회부터 줄곧 참석하였고 9회 대회(2012년)가 남아공 더반에서 이강천(바나바 훈련원장) 목사님을 모시고 열렸었는데 회장(김영암 선교사) 필자가 총무로 섬기기도 하였다.

정선교사님은 그 대회에서 중남부 선교사회 회장으로 추대를 받고 회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는데 필자가 정선교사님을 추천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2015년 12월 제12회 중남부 아프리카 선교사 대회 (회장 노록수 선교사)가 골든게이트 호텔에서 열렸었고 필자가 회장으로 추대를 받았으나 고사를 하였었다. 총회가 끝난 후에 정선교사님이 다가와서 “왜 고사를 하고 그래! 그럼 다음번에 한다고 하지 왜 말하지 않았냐?” 며 서운함을 토로하였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섬겨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한 구석에 걸린다.

남아공의 살인적인? 병원비

흔히 선교사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일어나지 말아야 할 3가지가 있다.

  1. 아프지 말아야 한다.
  2. 자동차사고 나지 말아야 한다.
  3. 강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정인영 선교사님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한 달여 병원비가 1억 원 정도가 청구되었다고 하니 정말 억!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선교사들 간에 십시일반의 성금 돕기가 시작이 되었고 그러던 중에 아내가 카톡방에 기도 부탁을 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깝게도 정선교사님은 병원에서 운명하셨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카독방에 기도하시던 분들이 귀한 성금을 보내주셔서 슬픔 중에 적잖은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무엇보다 그 분들이 모두 생면부지여서 밀려오는 그 감동은 몇 배나 더했다.

Covid19로 다들 어렵고 힘들지만 주님께서 마지막 시대에 사랑이 식어지고 불법이 도처에 성행한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신앙의 절개를 지키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다는 것과 무관심하지 않고 때때로 반응을 하시며 행동에 옮기는 분들이 곁에 있음에 마음 든든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6:38)

Give, and it will be given to you. A good measure, pressed down, shaken together and running over, will be poured into your lap. For with the measure you use, it will be measured to you.”

말씀대로 우리의 것을 내어 줄 때 하나님께서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안겨주실 것이며 우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도로 받을 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서두에서 언급한 정진환, 0 선교사님이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원기회복과 폐의 산소포화도의 정상 수치를 위해, 그리고 주님의 지상 명령에 순종하여 오대양 육대주에 흩어져서 코로나와 풍토병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목숨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영혼구원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글을 가름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도우심과 은총이 가득차고 넘치시길 기도드린다.

 

05일 03월 2021년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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