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선교지 장례문화로 본 아프리카

엄숙과 눈물 VS 노래와 춤
이들이 목숨거는 두 가지
장례식 명설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함으로 마음이 좋게 됨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연락하는 집에 있느니라.“ (전7:2~4)

Covid19 제3차, 4차 팬더믹으로 인해 지구촌에 수많은 사람들이 연신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남아공은 코로나 확진자가 16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만 명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마 전 케이프타운에서 최고로 큰 흑인촌에서는 총기사고로 11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필자의 선교지 교회 옆에서도 두 명의 여학생이 총에 맞아 죽는 끔찍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질병과 사건사고로 수시로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하루에 두 번 장례가 있어 조문을 갔었는데 오전에는 한인 선교사님(감리교) 어머님 장례예배에 저녁에는 같은 지역 현지인 사역자 음즈와네 목사님의 사모님 장례예배에 참석을 하였다.

하루에 두 번, 한국식 장례예배와 아프리카식 장례예배를 드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일단 분위기부터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필자에겐 익숙한 것이지만 처음 겪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문화충격 일수도 있다.

두 장례를 비교하자면 선교사님 어머님은 한국에서 90세의 일기로 돌아가셨고 현지 목사님 사모님은 39세로 남편과 함께 아들(18) 할례를 위해 고향에 갔다 와서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급사하고야 말았다.

엄숙에서 엄숙으로… 눈물에서 눈물로… VS 흥겨운 노래와 춤에서 춤으로…

한국의 장례식장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누구하나 목청을 돋우거나 잇몸을 드러내고 크게 웃는 사람을 본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만약 그랬다가는 상주들에게나 주변에 엄청난 실례를 범하는 셈이 되고 당장 푼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이곳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엄숙과 눈물을 찾아본다는 것이 도리어 희귀하다. 지금까지 필자는 수많은 장례예배를 참석하여 설교도 했었고 집례도 했었지만 이들에게서 식음을 전폐하거나 애절한 눈물과 통곡을 본 적이 없다.

일단 사람이 죽으면 1주일 혹은 2주일 후에 장례가 치러지는데 일가친척 동네 사람들이 매일 저녁에 상갓집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것 또한 생소하였고 매일 저녁마다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례예배를 참석하면서 이것도 하나의 복음의 통로로 생각하며 마음을 바꾸었는데 현지인들의 설교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지금도 간혹 여러 사람들이 장례예배 때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며 교회에 와서 인사하는 것을 보며 적지 않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참혹했던 장례식이 몇 있었는데 교회 틴에이저 여학생 일가족 4명이 차 사고로 동시에 떠난 것과 인근지역 화재로 5개의 관 앞에서 장례예배를 드린 것이 가장 슬펐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유족들 중에서 그렇게 애절하게 관을 붙잡고 통곡하는 것은 보지를 못했다.

최근에 부인을 잃은 음즈와네 목사님은 필자가 사역초기 현지 교회 협력사역을 할 때 충실한 집사님이었는데 교회가 몇 개로 갈라지면서 사역자의 길로 들어서서 교회를 개척하여 인근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협력을 했던 그래도 건전한 교단(AFM)의 교회였었는데 사소한 분쟁으로 교회가 여러 개로 쪼개지고 너도 나도 목사가 되어 어림잡아 그 교회에서 10여명의 목회자가 나왔고 담임 목사님은 7년 전 노회 기간 회의 도중에 쓰러져서(56세) 마침 필자의 교회 헌당 예배 때 장례식을 치러서 참으로 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만들었다.

다시 아프리카 장례예배로 돌아가 보면 일단 이들은 큰 텐트를 마당에 치고 매일 저녁 대형 스피커에 마이크, 키보드를 설치해 놓고 사회자는 성경 한 구절을 읽고 그 읽은 말씀을 따라 몇 명에게 설교할 기회를 주는데 어떤 때는 장례와는 상관이 없는 성경말씀을 읽어 놓고 설교하라고 한다. 예를 들면 요셉이 형들에게 팔려가는 장면 등… 그러면 지명된 설교자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마음대로 고래고래 귀청이 찢어질 듯 고함을 치며 그야말로 방방 뛰며 설교를 하는데 모인 청중들은 이들 특유의 추임새를 넣으며 응답을 하는데 이 시간이 이방 선교사에게 있어서 가장 고민되고 어떤 때는 너무 어이가 없어 화도 나고 지루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이들에게 감사한 것은 어느 장례예배에 참석하든지 교회를 방문하든지 하면 이들은 이방 선교사에게 설교할 기회를 반드시 준다는 것이다. 한 번은 사역 초기 그냥 참석을 하였는데 인도자가 갑자기 설교할 기회를 주어서 희미한 불빛 아래 성경도 잘 안보이고 말도 서툴고 하여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장례에 모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삼기 위해 작심을 했었는데 영어, 현지어, 찬양 등을 섞어가며 필자도 이들처럼 방방 뛰며 고함을 치면 어떤 때는 저들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한국 같았으면 경거망동한(輕擧妄動)한 목사라고 당장에 그만두라고 하였을 테지만 이제 이들의 이런 장례예배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너무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백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해가 뜨면 일어난다!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한다!

해가 지면 잠을 잔다!

선교사로 나오기 오래전 어떤 신문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묘사한 짧은 글을 읽었는데 이 글이 우리와 너무나 다른 삶으로 인해 질식할 것 같은 선교 사역의 여정 속에서 이들을 이해하고 선교사 자신을 다스리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 모른다.

이들이 왜 예배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지?

이들이 왜 조직적이지 못하고 준비성이 없는지?

이들이 왜 게으르고 나태한지?

이들이 왜 돈을 잘 저축하지 못하는지?

이들의 삶이 왜 그렇게 자유분방한지?

무작정 비판하고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들 조상들의 뿌리를 거슬러 찾아가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시작해서~ 흥겨운 춤으로 끝나는 장례예배

한국에서 90수 아니 100수를 누리고 떠난 분의 장례라 하더라도 그 앞에서 호상이라며 웃으며 요란한 키보드에 노래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면 곱게 보아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음즈와네(42) 목사 사모님(탄다자 39)은 평소에 건강하였었는데 3명의 자녀들과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 그리고 성도들을 두고 홀연히 하늘나라로 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슬픔을 당한 유족들 앞에서 박장대소((拍掌大笑) 하고 신나게 춤을 춘다. 어떨 땐 설교자들이 코미디언같이 웃기며 남자 혼자 살지 못하며 재혼이란 말을 꺼내는데 장내는 이내 웃음바다가 되고 상주도 따라 웃는다.

너희들은 뭐가 좋아서 그렇게 춤을 추는가?

선교 초기 필자가 궁금해 했었고 이들에게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의외로 이들의 대답은 심오하기 까지 한데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춤을 춘다고 한다. 이들은 데모(또이또이)할 때도 춤을 추고 차를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도 춤을 춘다. 우리 같으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던지고 부수고 회사에 전화를 하고 난리 났을 텐데 이들은 대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하회마을 사람들이 탈춤을 추듯이 연신 춤을 춘다.

분노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이기기 위해 춤을 춘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도 음악만 나오면 몸을 흔들어 된다. 손을 들고 엉덩이를 조금만 움직여도 이들에겐 춤이 되지만 필자가 아무리 흉내를 내어도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춤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

결혼식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결혼과 장례이다. 협력사역을 하면서 주일예배 시간에 결혼식을 집례 하는 목사(훈디시)가 있어서 설교하면서 그 자리에서 혼을 낸 적이 있었는데 일의 우선순위를 몰라서 그리고 그도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에선 70% 이상이 미혼모라고 볼 수 있는데 정상적인 결혼식을 올리고 사는 사람들이 극소수이다. 그래서 쉽게 갈라서고 또 다른 상대를 만나 비공식적으로 살고 하다가 보니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정식으로 결혼하는 것을 그렇게 부러워하며 한 번 올리는 결혼식을 아주 거창하게 거행한다.

장례식

아프리카 사람들은 장례식에 목숨을 건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난립하고 있는 상조회사만 보더라도 수 천 개가 넘으며 상조회에 가입한 크리스천들은 매달 한 번씩은 모임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예배에 빠지는데 교회 안 나와도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곳에서 목숨을 건 경쟁이 치열한 것이 바로 상조회사와 택시회사들이다. 매년 이건 다툼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총싸움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필자가 안타까워했던 것은 그런 돈이 있으면 좀 간소하게 하고 교회 헌금도 하고 그러지 왜 그렇게 헛된 곳에 돈을 낭비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나라 1960년대~70년 초와 아주 흡사한데 한 마디로 말하면 허례허식(虛禮虛飾)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그 무렵 가정의례준칙이란 법령을 제정하여 강압적으로 겉치레와 낭비를 퇴치하였으니 한편으론 이해도 된다.

장례를 화려하게 잘 지내면 주변으로부터 자녀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인정받고 대우 받으며 또 조상을 잘 섬기면 그 조상이 자녀들 앞날에 선한 영향을 미친다는 대대로 내려오는 미신적인 전통이 이들이 장례에 목숨을 걸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사실 없는 살림에 장례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이들의 상조회 참석은 우리의 성수주일 지키는 그 열심을 넘어서고 있고 한 번 빠질 때마다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아무리 교인이라고 하여도 돈 앞에 장사가 없다.

장례식 명설교!

교회 성도 막가바의 남편 델리사는 상조회의 열성 임원이었었는데 몇 년 전에 소천하여서 매일 저녁예배를 그 집에서 드렸고 그의 장례식을 아주 성대하게 치렀는데 하관예배 때 수백 명이 운집한 가운데 필자가 이런 설교를 한 적이 있어 간략하게 정리하며 글을 가름하고자 한다.

여러분!

델리사는 자신의 장례를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안타까운 것은 그가 죽은 후의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가 지금 천국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하셨고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도전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천국에 들어가는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죽습니다. 이 가운데 죽음을 피해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천국과 지옥은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있습니다! 영생은 있습니다! 지금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시고 믿으십시오!

저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다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거기는 걱정과 고통, 눈물, 노동도 배고픔도 죽음도 없습니다. 천국은 즐거움과 행복만 가득한 곳입니다. 예수님은 죽음 직전 강도에게 천국을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께로 돌아오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영원히 살 영생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마10:28)

2021년 5월 22일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