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나는 내내 애가 닳았다. 지하철이 서울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10:25분이었다. 10:30분에 출발하는 KTX를 도저히 바꾸어 탈 수 있는 시간이 안되었다.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아… 아주 최소 2~3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기차타기 어렵겠는걸” 한다. 남편 말은 틀린말이 아니었다. 보통 김포공항에서 서울역행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면 지하 7층이된다.
이곳에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말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는 KTX를 타는 지상2층 까지는 가지 않는다. 지하 3층 까지만 가기 때문에 내려서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지하3층에서 내려서 개찰구를 빠져나와 오른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2층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7~8분은 소요 되었다. 보통은 이동시간 10분을 잡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그 절반인 5분만이 나에게는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애가 바짝탔다. “아휴~이걸 어쩐담 조금만 더 일찍 나올걸… “동대구역에 마중 나오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10:30분 KTX를 꼭 타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 기차를 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기적 같은 일은 내 인생에 여러번 일어났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기도해 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는 즉시 하나님께 기도 하기 시작했다. 일의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나는 기도만 하는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10:30분 KTX를 꼭 타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엘리베이터가 순적하게 연결되게 하시고 조금의 낭비되는 시간도 없이 착착 연결되어서 KTX를 타는 지상2층까지 신속히 가게 하셔서 제가 타야 하는 KTX를 타도록 도와 주옵소서.”
나는 일단 KTX 티켓을 확인했다. KTX를 타는 플랫폼은 6번 이었다. 아이구~ 저런 6번 플랫폼은 저 안쪽에 있어서 한참 걸어가야 하는데…생각하면서도 계속 기적처럼 KTX를 타게 해 달라고 기도 했다. 분명 5분 안에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하나님의 기적을 바라고 드린 기도였다.
드디어 서울역에 지하철이 멈췄다. 내가 내린 곳에서 가까운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나는 얼른 가서 줄을 설 수 있었다. 보통은 사람이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한번 보내고 다시 오면 타야 할 때가 많은 복잡하고 사람이 늘 많은 서울역이었다.
지하7층에서 탄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에 멈춰섰다. 얼른 오른쪽 개찰구를 빠져 나갔더니 마침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리고 줄선 사람들이 막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막 뛰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 여기까지는 성공이다.
시간은 이제 2분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상당한 거리를 가야만 KTX를 타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으로는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내 머리속엔 간발의 차이로 내가 타야 할 KTX를 놓친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다음 시간에 떠나는 KTX를 타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왔다. 괜히 긴장하여 뛰고 달리고 서둘렀는데 만약 KTX를 놓친다면…
그것도 바로 내 눈앞에서 나를 두고 떠나는 KTX를 보게 된다면 나는 얼마나 실망하고 또 맥이 빠질 것인가? 그러나 나는 다시 믿음의 생각으로 전환하였다. “아니야 탈 수 있을거야 하나님이 천사를 동원해서라도 나를 내가 타야할 KTX에 타게 하실거야.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지상2층에 멈춰섰다. 나는 내려서 케리어를 끌면서 뛰기 시작했다. 대구에 미팅이 있어 내려가는 길에 대구 사는 아들과 딸네에게 줄 깍두기와 나박김치를 담아서 꽤나 묵직한 가방을 끌고 달렸다.
달리기라면 좀 하는 나였지만 그것도 젊었을때 이야기지 지금 이나이에 달려봤자 얼마나 달릴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조건 뛰는 거다. “다다다다~~~” 그냥 달렸다. 6번 플랫폼은 저 안쪽에 있었다. 나는 숨이 턱에 닿았지만 계속 뛰었다.
기차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타고 곧 문이 닫힐것 같은 정경이 내 눈앞에 들어왔다. 아니 기차문이 반쯤 닫히고 있었다. 나는 아직 플랫폼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아… 에스컬레이터 중간쯤 갔을때 기차는 떠나 버리겠구나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기차 10:30분 KTX 타셔야 하나요? 나는 얼른 “네” 하고 대답하면서 에스컬레이터쪽으로 정신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최선을 다해 보자는 심정으로… 그러자 그가 말했다. “에스컬레이터 타지 마시고 계단으로 얼른 뛰어 내려 가세요” 한다.
그러나 짐이 무거운데… 저 케리어를 들고 계단을 뛰어 내려 가라고? 나는 얼른 “그럼 아저씨가 이 짐을 좀 들고 와 주시겠어요?” 그러자 그는 “네 가져다 드릴테니 얼른 뛰어 내려 가세요.” 한다. 그리고 열차 문앞에 서 있던 여승무원에게 소리를 친다.
“여기 그 기차 타야할 손님 가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나는 뛰어 내려가면서 기차를 바라보았다. 여 승무원이 서 있고 열차문이 절반쯤 닫히다가 다시 열리고 있었다. 내가 승차하자 마자 기차는 출발했다. 나는 일단 복도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아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햐~ 아무튼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지하철 플랫폼 지하7층에서 KTX플랫폼 지상2층까지 단 5분안에 옮겨올 수 있었다는건 기적이다. 보통 10분 아무리 적게 걸려도 8분은 걸리는 것을 대구에 갈때마다 종종 체크했었기 때문에 나는 걸리는 시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상2층에서 KTX 플랫폼 까지 다시 한층을 내려 가야 하는 그 때에 나타난 남자분은 누구였을까? 내 짐까지 들어다 주면서 에스컬레이트 타지 말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 가라고 일러주고는 나의 상당히 무거운 케리어를 들고 뛰어서 가져다 준 사람. 승무원을 향해 큰소리로 손님이 가니까 기차문 닫지 말라고 소리를 질러주던 그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지금까지 기차를 여러번 탔었지만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나를 도우라고 보낸 천사였음이 틀림없다. 분명히 지하철 도착 시간과 KTX떠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KTX를 못탈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도하고 최선을 다해 행동했던 나에게 하나님은 도울 사람을 예비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 다른 천사를 만났다. 천사는 성경에서 말하는바 구원 받은 백성들을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보낸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대구에서 미팅을 마치고 다시 동대구역에서 KTX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김포공항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평상시 타던 지하철이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좌석에 마치 새마을호 우등칸을 연상케 하는 좌석 배치가 되어 있는 지하철이었다. 나는 타면서도 내가 잘못탔나 싶어서 앞에 앉은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김포공항 가는거 맞아요? “그러자 아가씨는 “네 김포공항 가는거 맞아요” 한다. 내가 “그런데 열차가 다르네요. 고급스러운데요.” 그랬더니 그 아가씨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네 임시열차 라고 하네요.” 한다. 어쨌든 나는 그 아가씨 옆자리에 앉았다.
KTX에서 쓰다가 만 수필을 계속 쓰려고 아이폰을 꺼내어 쓰기 시작하였다. 20여분은 족히 갈테니 그동안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하면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옆의 아가씨도 나처럼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집중해서 글을 쓰느라고 나는 전철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옆의 아가씨가 황급하게 나를 향해 말했다. “여기 김포 공항이예요. 어서 내리세요. “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아, 그래요 . 그럼 내릴께요.” 사람들이 거의 다 내리고 있었다. 자칫했으면 공항철도로 인천국제공항까지 갈뻔했다.
정신을 차리고 김포골드라인을 갈아타러 에스컬레이트를 타면서 나는 “휴~ 오늘은 두명의 천사를 만난 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서로 관심을 갖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친절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만나는 따뜻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활력을 준다. 오늘은 두 천사를 만난 기분 좋은 날이다.
“삼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마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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