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약칭 헤니)은 딸이 3년 반 전에 입양한 강아지입니다. 수의사의 말에 의하면 한살 반 정도로 추정될 때 버려졌는데 이제 다섯살입니다. 10파운드가 조금 넘는 체중에 요크셔테리어 잡종인 것 같답니다.
딸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유기견을 입양시키는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을 때 헤니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 단체는 사무실도 없는 작은 봉사단체인데 유기견을 한번에 50~60마리를 선정해서 멤버들이 나누어서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돌보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새 부모를 찾게 해줍니다. 이 단체가 선정한 유기견은 끝까지 돌보며 절대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헤니와 헤니의 부라더처럼 보이는 애는 몇달이 지나도 입양이 안되고 물어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근데 헤니는 유독 자기를 따라서 딸이 자신이 입양을 해야하나 갈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물어왔습니다. 딸이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서 일주일이나 이주일 동안 없을 때면 베이비씨팅을 해줄 수 있냐는 겁니다. 저는 예스를 했습니다. 결국 입양을 하고 새식구가 되었습니다.
헤니 부라더는 그 후에도 몇달동안 입양이 안되어 딸의 고민이 또 시작되었는데 딸이 저와의 상의 끝에 거의 입양을 결심할 때쯤 누군가에게 입양이 됐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말까지 딸이 타주에 가서 근무를 해서 제가 헤니를 데리고 있었습니다. 헤니는 하루에 두번 배변을 밖에서 보도록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근데 버려진 트라우마 때문인지, 분리불안장애가 있어서 그러는지 혼자 놔두면 가끔씩 아무데서나 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24시간을 저와 같이 있었고 주로 공원에 가서 돗자리 펴고 저는 책을 읽고 헤니는 옆에서 자거나 놀곤 했습니다.
헤니가 밤에 잘 때도 저와 같이 잤는데 주로 저의 팔을 베고 잡니다. 저의 배에 붙어서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시원해져서 산모들이 해산하고 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딸이 돌아와서 헤니를 데려가면서 할아버지가 손주 보고 싶어서 섭섭하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보통 조부모들이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오면 정말 반갑고 즐겁다가도 가면 ‘더 반갑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면서도 의아했는데 저도 여러번 경험을 통해 이제 그 기분을 잘 압니다. 이 얘기를 헤니 에미인 딸에게 해줬더니 공감이 안가는지 뜨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개는 인간과 인연을 맺은 게 1만5천년 정도일 거라고 합니다. 늑대와 유전자가 거의 99% 같다고 합니다. 인간이 수만년 전부터 여러 종의 애완동물을 가까이 두고 지내오지만 그래도 man’s best friend 라고 불리는 건 개가 유일할 겁니다.
이제는 경찰견, 장애인 도우미 뿐만 아니라 반려견으로 인간의 곁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누군가와 접촉이 별로 없는 노인분들에게는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사례가 많습니다. 변덕이 심한 인간에 비하면 한결같이 친근하고 충성스러운 성정을 개를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요즘 같이 자식들이 결혼도 안하고 애도 잘 낳지 않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비지니스가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 같습니다. 우리딸도 헤니를 훈련시키고 테라피를 받게 하는 데만 수천불을 썼다고 했습니다.
2010년에 제곁을 떠난 예삐라는 이름의 딸이 있습니다. 예삐는 2000년에 태어난 시추 잡종견입니다. 친척 아저씨집에서 입양을 했는데 개에 대한 저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자식 같은 반려견입니다. 2010년 5월 초에 열살 생일을 불과 몇주 앞두고 급성췌장염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화장을 해서 유골함을 거실에 사진과 함께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퇴근해서 집에 오면 차소리를 듣고 창문 블라인드를 헤치고 얼굴을 내밀며 아빠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쏜살같이 대문으로 달려와 껑충껑충 뛰거나 뱅글뱅글 돌며 반겨주는 것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며 가정의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곤 했습니다.
제가 자랄 때 저의 부친이 개를 좋아하셔서 많은 종류의 개를 키우셨습니다. 그때는 개는 항상 실외에서 키웠고 사료가 따로 있지도 않았습니다. 개가 아프다고 수의사를 찾아간 기억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도 감정이 있고 저마다 기질과 성격이 다르고 인간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수년전에 미국의 어느 나이드신 여자분이 반려견에게 천2백만불을 상속하고 떠나셔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어느 신문의 논설위원이 지구상에 굶어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비난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독서클럽에서 이 얘기를 하면서 이 글을 쓴 분은 개나 고양이든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거라고 했습니다. 독서클럽의 어느 회원은 자기 딸이 아파서 출근을 못하고 소파에 누워서 앓고 있으니 반려견이 밥도 안먹고 주위에 머물며 같이 아파하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반려견과의 이런 에피소드가 있으실 겁니다.
한국인구 5천2백만명에 반려견이 천만이라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이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우리는 개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많습니다. 우리가 자녀를 키우면서도 양육방법과 아울러 인간 자체에 대해 인식도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과 인식도 계속 배우며 업그레이드 시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삐가 떠난 후에도 집에 도착하면 예삐가 반겨줄 것 같은 기대가 6개월 간이나 갔습니다. 오늘도 예삐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을 안겨준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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