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추석맞이 배추김치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온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이 고통중에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음식습관이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김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을 제어 한다는 것이다. 하긴 오래전 사스로 온 세상이 시끄러울때도 그랬다.

나는 그때 중국에 살고 있었는데 사스의 여파도 대단했었다. 유학생들은 다 본국으로 돌아갔고 사람 사람마다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며 중국에서는 세사람도 못 모이게 했었다. 시내에 살고 있었던 우리집에서는 앰블런스 소리가 하루종일 들렸다.

이처럼 중국사람들이 사스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서 사망하는데도 한국인은 죽은 사람이 없었다. 중국에 살고 있던 한국인들도 사스에 간혹 걸리기는 했어도 사망에 이른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한국인은 김치를 먹어 그렇다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의 배추김치의 인기는 그야말로 짱이었다. 마늘과 파 고추가루 가 듬뿍 들어간 배추김치는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면역력을 키워내는 음식키워드였는지도 모른다.

며칠전에 경북 의성에 살고 있는 나의 크라우드사업의 파트너이신 L사모님이 고추가루를 좀 보내왔다. 고추가루 색갈이 짙은 빨간색이 나는게 왠지 영양도 많고 매우 먹음직 스러웠다. 고추가루가 맛있는지 알려면 김치를 담가보면 될 일이었다.

마침 장을 보기 위해 이마트트레이더스에 갔는데 배추를 한통씩 포장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첫눈에도 고냉지배추 같아 보였다. 파란겉잎이 몇장씩 붙어 있어 더욱 싱싱하고 먹음직 스러워 보이는 배추였다. 배추 두통을 샀다. 무우도 한개를 샀다.

배추를 소금물을 풀어서 절여 두었다. 8시간쯤 절여야 하니까 밤 10시에나 속을 넣어 배추김치를 담글 수 있을것이다. 찹쌀풀을 쑤어 놓았다. 그런데 낮동안에 시장을 보러 다녀오고 노방전도하러 다녀오고 해서인지 몸이 몹시 피곤했다.

그래도 김치소를 넣기 전에 미리 운동은 해두어야지 하고 남편과 함께 집앞 체육공원엘 나갔다. 유난히 몸이 무겁고 걷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이틀전 강화에 갔다가 교동에 갔는데 바닷가에서 아코디언을 켜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의 아코디언 소리를 동영상으로 찍고 바다 풍경도 담으려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자동차제한턱에 발이 걸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것이 몸에 무리가 된 모양이었다. 스포츠선수들이 바른다는 파워풀엑스(Power Fulx)를 바르긴 했지만 다리에 통증이 있는 상황이었다.

무거운 다리였지만 그래도 공원의 원으로 된 조깅코스를 8바퀴 정도 돌았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내 얼굴에게도 영양을 주어야지…하면서 얼굴에 마스크팩을 하고 초저녁인 8시 좀 넘어서 침대에 누웠다.

할일이 많으니 팩이 마르는 동안인 한 20분간만 누었다가 일어나야지 했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그 잠이 꿀잠이었나보다. 최근 늘 늦게 자고 잠을 잘 못 잤었는데 오랫만에 푹 숙면을 했으니 말이다.

잠이 깨어서 눈을 떠 보니 새벽 4시가 좀 넘어 있었다. 아함~ 잘잤다. 그런데 다음순간 내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차차… 이걸 어째… 김치속 넣어서 김치를 다 담가 놓고 잤어야 하는데 배추가 너무 짜게 절여졌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일이 급해도 우선 순위는 우리 어머니였다. 기저귀를 갈아 드리러 우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늦게 자면 자기전에 갈아 드리는데 어제는 내가 일찍 잠들어 버렸으니… 난리 났겠구나 생각하며 어머니 방에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데 냄새가 소변냄새가 아니다. 아이쿠~ 또 큰걸로 한바탕 하셨구나. 구린내가 온 방에 진동을 하고 있었다. 소변을 본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보다 대변을 치우는 것은 일이 훨씬 많다.

대변을 잔뜩 본채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깨워서 뒷처리를 하고는 물티슈로 닦는 정도로는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새벽에 아예 머리도 감기고 전신 목욕을 시켜 드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침구와 옷들을 세탁기에 돌려 놓고 배추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전에는 어머니 목욕을 시키고 나면 몹시 지치곤 했었는데 오늘은 어젯밤 오랜만에 숙면을 한 탓인지 비교적 몸이 거뜬했다. 배추는 잘 절여져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소금량을 적게 해서인지 그리 짜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돗물을 받아 배추를 좀 담가서 소금물을 뺐다. 두어번 맑은 물에 한참을 담가서 염분을 제거한 후 건져서 체에 받쳐서 물을 빼었다. 어제 쑤어논 찹쌀죽에 의성에서 온 고추가루와 멸치젓국을 넣어서 불렸다.

무우를 채썰어 고추가루 버무려 놓은 것에 넣고 파와 마늘 부추를 넣었다. 평소 김치 담글때 넣지 않았는데 이번엔 양념이 더 고소 하도록 통깨도 듬뿍 넣었다. 뚝뚝 썰어서 절여 두었던 무우에 고추가루를 묻혀서 김치통 아래에 깔았다.

배추김치를 다 먹을때쯤 김치국물에 자연스레 익어 있는 무우는 또 다른 별미다. 무우만으로 담근 석박지나 깍뚜기와도 또 다른 시원한 맛을 낸다. 특히 남편이 김치담글때 넣어둔 무우를 잘 먹어서 나는 배추김치를 담글때마다 무우를 넣는 편이다.

중간크기 배추지만 두포기를 8쪽을 내었다. 준비해둔 양념소를 켜켜로 넣어서 배추김치를 담갔다. 9.7L 들이 김치통에 여유롭게 김치가 담아졌다. 체중기를 가져다가 김치통을 얹어 보니 8.7킬로그램이다. 적당하다. 이젠 익히기만 하면 된다.

김치에 넣으려고 쑨 찹쌀죽이 많길래 조금 남겨 둔것이 생각나서 막담은 배추에서 떨어진 배추잎을 버무려 김치통위에 덮었는데 조금꺼내어 찹쌀죽과 함께 먹어 보았다. 배추김치가 간이 잘 맞았다. 김치가 아주 맛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배추김치는 마치 예술작품같다. 재료에 따라서 담그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서 맛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재료가 중요하다 싱싱하고 배추잎의 피가 얇은 것이 고소하다. 다음엔 배추를 알맞게 잘 절여야 한다.

그다음 중요한것이 배추속을 넣는 양념이다. 특히 고추가루가 맛있으면 배추김치는 훨씬 맛이 난다. 그 다음이 담그는 사람의 손맛 실력이다. 간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 가 관건이지만 마늘도 적당히 적량을 넣어야 한다. 뭐든 지나치면 별로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배추김치를 익히는 온도인데 우리나라는 일찌기 김치냉장고를 개발해서 김치를 잘 익혀 먹을 수가 있다. 김치 냉장고가 나오기 전에는 일반 냉장고에 김치를 넣어 두고 먹었다.

그런데 자주 문을 여닫는 일반 냉장고는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맛있는 김치를 오래두고 먹기가 어려웠다. 내가 한참 선교지에 살고 있을때 한국에서는 김치냉장고가 한참 유행이었지만 선교지에서는 김치 냉장고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으로 돌아오고서도 김치냉장고 없이 몇년이 지났다. 살림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여기 저기 떠돌이처럼 살다가 집을 분양 받아 김포로 이사오고 살림이 좀 안정이 되자 이제는 김치 냉장고를 하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세식구뿐이긴 하지만 나도 한번 김치냉장고라는걸 써보고 싶었다. 놓을 자리를 고려해야 해서 인터넷으로 소형 김치 냉장고를 찾았다. 제일 작은 김치 냉장고가 있을까 하면서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보았다.

드디어 발견한 소형 김치 냉장고. 키가 작고 정말 아담한 김치 냉장고를 발견했다. 정말 작았다. 9.7L 들이 김치통이 딱 네개만 들어가는 김치냉장고였다. 아래에는 그래도 작은 서랍도 하나 달려 있었다. 이정도면 우리 식구 수에는 그냥 적당할것 같았다. 가격도 50만원대로 매우 저렴했다.

어쨌든 작기는 하지만 김치 냉장고가 생긴후로 나는 골고루 김치를 담가먹게 되었다. 일단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빨리 시어지지 않으니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갔다. 지금도 김치냉장고 안에는 열무김치 석박지 나박김치 오이김치가 들어 있다.

이제 배추김치까지 담갔으니 추석에 먹을 김치까지 다 준비된 셈이다. 추석에 집에 오는 아들과 딸에게 맛있는 집밥을 해 먹여야겠다. 갓담근 배추김치도 그때쯤엔 먹기좋게 맛이 들것이다. 의성고추가루가 배추김치를 더 맛있게 만들어 줄것이 틀림없다.

“바람의 길이 어떠함과 아이 밴 자의 태에서 뼈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네가 알지 못함 같이 만사를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전 11:5)”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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