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선교사] 사돈 선교사님 짜이찌엔(再见)

오늘 나는 참으로 마음이 슬프다. 남편 K선교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향해 가면서 온갖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늘 사돈인 고정정옥 선교사님이 선교지에서 코로나19에 걸려서 한국에 나오셔서 치료 받다가 소천하여 문상을 가는 길이다.

내가 선교사로 살아가면서 가졌던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자녀인 삼남매가 자라서 결혼을 하게 되었을때 사돈가정도 나와 같은 선교사의 가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큰딸이 한동대학에서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으로 골인하게 된 사위가 바로 MK(선교사자녀)였다. 사위의 부모님은 당시에는 우주벡키스탄선교사였다. 후에 조지아로 선교지가 바뀌어 졌지만…

자녀들이 교제하는 것을 알게 된 양가의 선교사 부모들은 상견례를 해야 했지만… 각자 다른 선교지에서 살았기 때문에 상견례를 하기 위해 일부러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미국 시카고에서 ‘세계한인선교사대회’가 열리면서 사돈내외도 우리 부부도 참석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선교대회에서 만나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서처럼 근사한 한정식 식당이 아니라 시카고 윗튼대학의 학생식당에서 말이다.

그리고 어언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딸의 가정엔 삼남매가 태어 났다. 서로 선교사 사돈이 된 양가 가정은 종종 만나서 교제를 나누었고 선교지는 달랐지만 서로의 선교지에도 오가기를 희망하였었다.

우리가 사역하던 C국에도 두분 사돈 내외분은 꼭 한번 오고 싶어 하였으나 내가 비자제한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였다. 우리 부부 또한 사돈 선교사님이 사역하는 조지아에 꼭 가보자고 했으나 어머니 모시고 살면서 여의치 못해서 아직 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정선교사님이 이제 이세상에 없으니 조지아에 기회를 얻어 우리 부부가 가더라도 누가 그리 자상하게 조지아를 안내해 줄것인가? 그럴줄 알았으면 이런 저런 핑게를 다 뒤로 하고 나혼자라도 조지아에 가보는 건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같은 선교사로 살아 가기에 우리는 사돈이지만 서로를 너무 잘 이해했고 용납했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대로 서로 돕고자 애썼다. 게다가 아이들이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우리 두 가정에 가장 큰 즐거움 이었다.

우리 두집안 자녀들이 결혼하여 수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지만 서로 말을 아끼고 이야기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중 자녀들이 결혼 7년차인가 되었을때 고정선교사님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던 손주 이야기를 조심스레 고정선교사님이 꺼내셨다. “저… 아이들이 이제 자녀를 가질때가 되었는데요” 얼마나 손주를 보고 싶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속절없이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서 자녀가 생겨야 할텐데요.” 그리고 우리는 다시 손주 이야기를 서로 꺼내지 않았다.

우리 부부도 그렇지만 사돈 부부가 얼마나 자손을 얻기를 위해서 기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처럼 양가의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딸은 결혼한 지 꼭 9년 반만에 첫딸 로아를 낳았다. 양가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컷다.

삼년후 둘째인 아들 로이가 태어났다. 양가는 정말 축제 분위기였다. 손녀와 손자, 딸 아들을 다 얻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양가에 똑같이 첫손녀 첫 손자를 얻은 것이어서 사돈네나 우리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컷다.

그런데 보너스처럼 올 8월 셋째인 손자 조이가 태어났다. 내일이면 태어난 지 두달이 되는 조이는 선교사 할아버지 품에 안겨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할아버지 고정선교사님의 생일날 조이는 태어난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마치 천국으로 이사가신 고정선교사님의 사명을 이을 아이인것처럼 셋째인 손자 조이는 이 세상에 왔다. 마치 “할아버지 그동안 30여년동안 선교 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이제 제가 뒤를 이어 선교할께요 걱정하지 마시고 천국에 가셔서 쉬세요.”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혼하고나서 선교하는 가문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던 남편과 나에게 이처럼 귀한 선교사 사돈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우리는 나이도 비슷한 또래여서 더 잘 통했던것 같다.

내딸을 너무나도 사랑해 주셨던 고정선교사님은 어디에 가나 며느리 자랑을 하셨다고 오늘 장례식장에서 만난 조지아 선교사님이 전해 준다. 딸이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

또 사위는 나의 아들과도 대학생때 베프(친한친구)여서 마치 나의 아들과도 같다. 늘 섬기는것이 몸에 밴 사위는 친정행사에 와서도 탁월하게 섬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친정식구들은 나를 만날때마다 늘 내사위에 대해서 칭찬이 자자하다.

결혼한 자녀들을 통해 두 가정이 하나로 결속되고 더욱이 같은 선교사로서 세계선교가 목표인 사돈 가정과 우리가정은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가정임에 틀림없다. 비록 정선교사님이 먼저 이세상 소풍을 마치고 본향으로 가셨지만 머지 않아 우린 다시 만날것이다.

중국어로 짜이찌엔(再见)은 사람과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질때 “다시 만나요” 라고 서로 하는 인사이다. 즉 짜이찌엔(再见)은 영어의 씨유어게인(see you agian )과 같다. 지금 우리는 헤어지지만 다시 만나자는 것이다.

천국에서 우리 다시 만나 여행도 하고 교제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함박웃음을 잘 웃던 사돈 고정선교사님의 웃음이 그립다. 평소에 잘 웃던 그 웃음띤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보며 가슴속 한켠이 아려온다.

좀더 사시지 않고… 얼른 회복하고 일어 나시면 지난번 오셔서 그렇게 맛있다고 하시며 드셨던 샤브샤브를 또 사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세상과 비교도 되지 않는 좋고 좋은 천국에 가신것 머리로는 잘 아는데도 이별은 참 마음을 슬프게 한다.

정선교사님 짜이찌엔(再见)!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마 25:21)”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