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순둥이 셋째 아기

나는 노회를 마치고 하루를 잘 쉬고는 택시를 타고 큰딸네 집으로 갔다. 내가 속한 노회의 가을노회가 대구에서 열려서 참석차 내려 갔다가 딸네집에 들려 오기로 한것이다. 8월에 셋째 손자가 태어났을때 가서 보고는 두 달여만에 가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신생아 출생이 점점 줄고 있어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되었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가임기 여성이 있는 가정당 평균0.84명을 출산한 것으로 나와 있다.

OECD국가 평균 출산율은 1.61명이지만, 한국은 0.84명으로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다른 것으로는 일등을 하는 것이 많은 우리나라가 출산율에서는 꼴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우리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볼 때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대로 간다면 영국의 ‘옥스포드인구문제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 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고 한다.

셋째 외손자로 신생아인 조이의 쑥쑥 크는 모습이 연일 가족톡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어서 가서 안아 주어야지 하는 생각을 그동안 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셋째 조이는 제 누나와 형하고 많이 다르다. 우선 아기가 밤에 잘자고 순하다.

로아와 로이는 신생아때 잠을 잘 안자고 자주 깨어서 제아빠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다. 아기를 낳아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출산후에는 산모가 얼마나 피곤한 지 정말 푹 잠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이다.

그런데 아기가 자주 깨면 덩달아 엄마도 잠을 못자니 피곤이 겹치고 쌓여 아주 힘들어 진다. 그런데 위로 두 아이가 신생아때 자주 깨고 밤낮이 바뀌어 힘들었다면 셋째 조이는 낮에도 밤에도 쿨쿨 잘 자니 보통 복동이가 아니다.

그래서 아이가 많아도 키우기 마련인 모양이다. 아무튼 딸은 “엄마 조이는 정말 거저 키우는것 같아” 한다. 더욱이 셋째 아가 조이는 100% 모유 수유만을 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득템이 된다고 하니 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효자가 된 셈이다.

아기가 그렇게 순해서인지 조이는 두달만에 몸무게 7킬로그램을 돌파했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태어날때 체중의 두배가 넘어 버린 것이다. 누나와 형이 백일이 되어 달성한 몸무게를 셋째는 두 달 만에 달성했다.

딸도 한참 장난꾸러기인 위로 두 아이를 돌보면서 셋째 아기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셋째 아기 조이가 순하고 모유 수유만 하면 되니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딸에게는 바쁜 중에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제 다섯돌이 돌아오는 로아는 두 동생이 생기더니 아주 의젓하기가 보통이 아니다. 외동이로 자랐다면 응석받이가 되었을텐데 두 동생을 거느린 누나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나노릇하기도 보통 어려운것이 아니다.

실제로 로아는 종종 “엄마 나 누나 노릇하기 힘들어” 하고 고백한단다. 왜냐하면 이제 막 두돌이 지난 로이가 여간 누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아가 많이 형성된 로이는 이제 누나에게 안지려고 한다.

누나를 통해 뭐든 배우는 로이는 누나가 하는 것은 뭐든 따라한다. 로이는 아직 말은서툴지만 말은 잘 알아 듣고 행동은 재빠르다. 로이는 요즘 여러 단어들을 구사하고 말이 한참 늘고 있는 중이다.

제 아빠가 부르던 노래가 나오면 로이는 손가락으로 조금이라는 표시를 하면서 “쪼끔” 이라고 말한다. 아빠와 조금 닮았다는 표현이다. 나를 부를때는 ‘하’ 라고 한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어려우니까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로이는 누나에겐 심술을 많이 부린다. 당연히 세살이나 차이가 나는 누나에게 감히 상대가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가 누나 로아에게 덤벼드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로아는 큰동생 때문에 종종 힘들어 한다.

그러면서도 로아는 심술쟁이 동생을 얼마나 사랑 하는지 모른다. 내가 “로아야 이번에 할머니가 로이 데리고 김포에 가면 어떨까 그럼 심술 부리는 동생 없어서 네가 좋잖아.”했더니 로아는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안돼요 할머니 우리 로이는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요.” 한다. 그래도 내가 재차 권했더니 로아는 “할머니 그럼 로이 데리고 세밤만 자고 와요” 한다. 내가 그렇게 짧게는 안돼 열밤은 자야지 했더니 로아는 “할머니 그럼 아홉밤이요” 하고 나와 협상을 벌인다.

그런반면에 오직 누워만 있고 누나에게 심술도 부리지 않으며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둘째 동생인 조이를 로아는 아주 예뻐한다. 로아는 조이에게 “너를 지으신 너의 참부모 하나님께 너를 맡긴다” 라는 내용의 아름다운 노래를 동생에게 불러 준다.

당시 유대인이 낳은 남아를 죽이라는 애굽왕의 명령 속에서 아기 모세를 갈대상자에 넣어 강에 띄워 보냈고 애굽공주에게 발견되어 공주의 아들이된, 그러나 자신의 친아들 모세를 젖을 먹여 키우면서 요게벳이 불러 주었을 노래를 동생에게 불러 주는 로아를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큰누나인 로아는 동생 조이를 향해서 여섯살 치고는 아주 어른스러운 말을 하기도 한다. “엄마 ~엄마~ 조이가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라고 말이다. 하하… 조이가 아직은 아기라서 로이처럼 심술을 부리지 않아서 그렇겠지…

사위가 지난 주일날 얼마전에 소천하신 아버지 정정옥 선교사님을 후원하던 의정부에 있는 Y교회에 와서 오후 예배에 참석해서 간증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사위는 세 아이를 모두 아내에게만 맡겨두고 가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지 큰아이 로아를 데리고 서울에 다녀왔다. 누나가 없으면 로이가 심술부릴 사람이 없으니 좀 얌전해 져서 제 엄마가 좀 편하라고 말이다.

다둥이 아빠의 긍지를 가지고 사위는 저녁에 집에 와서 신생아 조이를 씻기는 일을 거의 도맡는다. 손목이 약한 아내를 돕기 위해서다. 이처럼 부부가 육아에 합심하면 다둥이라해도 못키울것도 없다.

2~3년만 지나면 아이를 키우는 일도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그때는 또 나름대로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아기들이 어리기도 하고 또 천방지축은 아닐테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딸네집에 작년 크리스마스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찾아온, 그리하여 올해 8월7일 태어난 조이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거기다가 순하고 수월하게 커 주어서 아무래도 이 할머니가 ‘순한아기상’이라도 만들어서 주어야 할것 같다.

가임기의 젊은 가정들이 자녀 출산을 두려워 하지 말고 자녀를 출산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어 본다. 딸네 가정을 보니 막상 다둥이 가정이 되어도 셋째아기는 생각보다 쉽게 키우는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큰딸이 나에게 말한다. “엄마~ 아기를 낳아서 키워보니 이렇게 이쁜데 자녀를 낳지 않는 사람들 이해가 안되요. 하나라도 낳아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 그러고보니 애국하는 길이 곧 ‘자녀낳기’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시 127:3-5)”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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