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채움의 미학

자신이 속해 있는 P노회를 다녀온 남편이 하얀봉투 두개를 나에게 내민다. 나는 “여보, 나 지금 일하니까 내책상위에 올려놔 두세요.”했다. 조금 있다가 와서 보니 봉투 하나는 노회에서 점심식사비조로 넣은 돈봉투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이 속한 시찰회에서 차비조로 넣은 것인 모양이다.

전에는 각노회나 시찰회 모임엔 노회원들이 식사를 함께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식사비를 돈으로 지급하고 각자 알아서 먹도록 하고 있다. 내가 속한 H노회도 그랬었는데 남편이 속한 P노회 역시그렇게 하고 있나보다.

봉투를 열어 보았다. 식사비는 2만원 교통비는 5만원이 들어 있다. “어? 우리 노회보다 많은걸… “ 우리 노회때는 식사비는 2만원으로 같았지만 교통비는 3만원 이었었는데… 생각하며 그 돈을 하나도 안쓰고 아내에게 가져다 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뜻밖에도 신대원 다닐때 함께 공부했던 J여목사님이었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내 선교문학 수필도 읽고 있었고 소식을 알고 있어서 연락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페이스북 메세지란에 내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녀는 신대원 다닐때도 선교사인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선교에 많은 관심을 보였었던 기억이 있다. J목사님은 내 딸과 비슷한 연령으로 워낙 나와 세대차가 크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반갑게 한참동안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J목사님은 아무래도 만나서 이야기해야지 할말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녀가 군포에 산다니 같은 경기도인데 한번 만나자고 하였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J목사님이 말을 잇는다.

“저… 선교사님 계좌번호좀 알려 주세요. 제가 오래전부터 선교사님 시어머님 모시는 것을 글을 통해서 보고 감동해서 아주 적지만 조금 도와 드리고 싶었어요.” 한다. 나는 단호하게 말렸다. “아유~ 이제 막 개척교회 시작했다면서 무슨 여유가 있어서… 괜찮아요 됐어요.” 했다.

하지만 J목사님도 물러서지 않는다. “아니예요. 오래전부터 좀 돕고 싶었어요. 사실은 김포에 교회 개척하실때 부터 좀 후원하고 싶었었는데… 그땐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한다. 결국 나는 그녀의 정성을 받기로 했다. 계좌이체 보내온 것을 보니 20만원이다.

아이고~ 자기도 어려울텐데… 10만원도 아니고 20만원 씩이나… 그러다가 나는 어떤 깨달음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로 들어왔다. “아하~ 이것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이유가 있었구나” 지금 이 타이밍에 이 돈을 보내 주신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전에 어머니의 5월 한달 요양비를 보내라는 연락이 왔었다. 금액이 적지 않았다. 958,720원이 나왔다. 어머니가 위급 하셨기 때문에 시설등급이 나오고 난후 절차를 따라 요양원에 입소하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일단 입소를 진행했다.

우선 입소를 하셨기 때문에 보름치는 보험이 되지 않은 일반비용이어서 많이 나온 것이다. 그나마 원장님이 우리사정을 배려해서 50%를 감면해 주셨기에 그정도였다. 내가 돈이 있든 없든 어찌되었든 요양원 비용은 어서 보내 주어야 했다. 그것으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테니 말이다.

우선 어머니의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이 있으니 그것으로 30만원은 충당이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658,720원이 문제였다. 나는 어머니 소식을 나누는 형제들의 단톡방에 소식을 알렸다. 혼자 지면 무거운 짐도 나누어지면 가벼운 것이니 나누어 지자고 했다.

그랬더니 시누이와 시동생이 각각 20만원을 보내왔다. 나머지 258, 720원을 우리가 내서 해결하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돈도 없어서 그것을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언가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소리쳤다. “아하~ 신대원 졸업한 후 처음으로 전화를 걸은 동기 목사님이 뜻밖에 20만원을 후원해 준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네요. 그리고 부족한 58,720원은 당신이 노회에서 받은 7만원으로 보태서 내면 되네요.”

우리의 필요를 딱 맞게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이러한 신기방기한 일은 내 인생에 수없이 일어났던 일이지만 이번에도 또다시 체험하게 된 것이다. 정말 다채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 이시다.

며칠전에 요양원으로 부터 958,720원을 보내라는 고지를 받고 나서 나도 모르게 “휴~ 이걸 어떻게 내나” 하며 길게 한숨이 나왔던 생각이 났다. 어찌 되었든 부모님을 공궤하는 데에는 ‘비용’이라는 것이 들어간다.

그러나 비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네 부모를 공경하라” 고 명하신 분이시기에 부모님을 공궤하는데 필요한 비용 역시 아낌없이 채워 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어머니의 요양비는 신대원 졸업후 십여년간 소통없던 동기 여목사님을 통해서, 또 형제들의 십시일반을 통해서, 그리고 노회에서 받은 적은 돈까지 모아서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 하나님은 아주 다채로운 방법을 다 동원 하셔서 꼭 맞게 채워 주신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니라(마 19:19)”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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