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당근 마니아(mania)의 첫선물

얼마전 한 신혼부부가 올린 글을 보았다. 신혼살림을 차리기 위해서 2천만원 예산을 세워서 혼수를 준비하던 한 커플이 당근마켓에서 살림에 필요한 가구일절을 300만원에 구입하여 혼수를 장만했다는 이야기다.

우리집에도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물건이 대부분이다. 집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거실만해도 그렇다. 눈을 한번 휘돌려서 거실안의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거실에 놓인 제일 큰 물건인 소파도, 그다음 큰 물건인 대리석 식탁도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리고 고층아파트인 우리집 전망 좋은 창가에 놓인 낮은 러브의자도 당근에서 두개에 5만원에 구매한 것이다.

거실에 놓인 크고 작은 여러 물건들을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가격을 한번 따져본 적이 있었다. 꽤 여러가지 물건의 토탈 가격이 30여만원에 불과했다. 상점에가서 새 물건을 산다면 무엇 하나도 제대로 사지못할 가격이다.

목받이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파스텔톤의 가죽소파도, 튼튼한대리석 식탁도, 실용성많은 TV거실장과, 화이트와이드서랍장도, 무드 있는 커다란갓스탠드와 거실 입구에 놓인 아레카야자화분조차도 당근마켓에서 매우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러브의자 사이에 놓인 조그만 둥근 티탁자역시 단 돈 만원을 주고 당근마켓에서 구입했다. 이처럼 우리집 거실에 있는 물건들이 98% 당근마켓에서 온 것들이다. 이 글을 읽던 어떤 독자는 금방 호기심이 발동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오호~ 당근마켓에서 구입한것이 아닌 2%는 그럼 뭐지?”하고 묻고 싶은 충동을 느낄것이다. 우리집 거실에서 당근마켓에서 사오지 않고 일반 상점에서 사온 물건은 딱 두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테리어등이다. 소파 바로옆에 놓은 키높이 둥근갓스탠드가 그것이다. 또 하나는 주방앞 아일랜드 식탁위에 장식용 나무모양에 별처럼 빛나는 LED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러 사러 간것이 아니다.

교회인테리어 한참 할 때 함께 구입한 것이다. 교회에 설치할 등이 많이 필요해서 고양시에 있는 이케아에 갔다가 교회 카페며 이곳 저곳에 천정에 달 장식등을 사면서 함께 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집 대다수의 거실에 필요한 물건들은 당근마켓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누구는 또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상점들이 얼마나 많고도 많은데 당근마켓을 왜 꼭 그처럼 열심히 애용하느냐고 말이다.

당근마켓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말이다. 내가 당근마켓을 애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당근마켓은 비용에 부담이 별로 없다.

당근마켓의 또하나의 매력은 새 물건들도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이즈미스나 다른 이유로 새 물건들을 구매했다가 사용해 보지도 않고 싼 가격에 당근에 내어 놓는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은 사서 쓰다가 필요 없어져서 내 놓는 중고물품이다.

중고물품이기에 값이 싼 것이다. 사람들은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하는 방법으로서 당근마켓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에겐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근마켓은 곧 필요없는 집안 물건을 치워주는 역활도 한다.

그런데 며칠전 당근마켓에 연보라색 원피스가 하나 올라왔다.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이 달리기를 해외직구로 산 원피스인데 두달만에 받고보니 살이 쪄서 못입어 바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한다. 원피스의 디자인도 예뻤다.

그러나 사이즈가 M(medium)이면 내겐 안맞는다. 그럼 사 두었다가 대구사는 딸에게 입히면 될것 같았다. 딸은 날씬하니 잘 맞을 것이다. 그래서 13,000원을 주고 구입을 하였다. 그런데 택배로 원피스를 받고 보니 사이즈가 가장 작은 S(small)사이즈였다.

아이구~ 이건 작아도 너무 작은데… 우리딸이 아무리 날씬해도 스몰사이즈(S)는 아닌데… 도로 당근에 내놓아야 할까 하던 중에 지난 토요일 아들과 예비며느리가 올라왔다. 나는 예비 며느리에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한번 입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예비며느리에게 그 보라색 원피스는 맞춤처럼 딱 맞았다. 세상에… 이 예쁜 원피스 임자가 따로 있었구나. 더욱이 예비며느리도 매우 흡족해 했다. “어머니 제가 원래 보라색을 좋아하고 옷 스타일도 원피스를 주로 많이 입어요.”하는게 아닌가?

와~ 당근마켓 에서 예비며느리에게 맞춤 선물을 한 셈이 되었다. 그것도 마치 내비서가 해외직구로 보라색원피스를 구입해서 옷을 대령하고 있다가 우리집 새아가가 될 예쁜 며느리의 방문을 기다리면서 준비해둔 것처럼 말이다.

예비며느리는 입고온 바지와 남방셔츠를 벗고 그 새원피스를 우리집에서 내내 입고 있다가 대구에 갈때도 입고 갔다. 바지 보다는 원피스가 아무래도 시원하다면서 말이다. 알뜰한 당근마니아 시어머니의 며느리에게의 첫선물은 백화점이 아닌 당근마켓을 통하여 하게 된셈이다.

그는 자기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불을 지으며 세마포와 자색 옷을 입으며(잠 31:22)

글/사진: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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