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전 대구에 내려왔다. 내얼굴 오른쪽에 기미같은 것이 좀 오래되서 동네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는 치료해 볼 생각도 안하고 대뜸 대학병원 진료의뢰서를 써 주면서 대학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해 보라고 한다.
우리집 가까운 곳에 있는 이대목동병원에 예약 하려고 했더니 피부과는 8월까지 예약이 다 차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9월까지 미루는건 좀 불안한데… 그래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가 보기로 했다.
사위가 동산병원에 근무하니 일정을 잡아 줄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예상대로 대구 내려간 바로 그 이튿날 사위의 도움으로 조직검사를 했다. 기왕 대구에 왔기에 삼남매 육아로 힘들어 하는 딸도 돕게되어 겸사겸사 대구에 오길 잘한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내가 김포로 올라오는 날인데 아침부터 손녀딸 로아가 물놀이 복장을 입고 설쳐댄다. 오늘 아빠와 드류공원에 있는 야외워터파크로 물놀이 하러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이셋을 다 데려간다니 제 엄마도 따라 가야 했다.
나는 따라갈까 하다가 집에서 음악 들으며 좀 쉬기로 했다. 바하의 음악을 들으면서 집안 정리를 해 주고 빨래를 걷어다가 세탁기에 넣고 냉커피 한잔을 타서 식탁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고 조용하여 피서가 따로 없다 싶다.
바하의 음악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타고물흐르는듯 내 귓전으로 밀려들어온다. 나는 냉커피를 타서 커피향을 맡으며 한모금씩 마셨다. 세 아이가 뛰어다니며 들썩대던 집안이 조용해졌다. 거실 창가에서 바라보는 아파트 정원의 녹색의 나무들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일층인 딸네 집을 둘러보면서 아이들 키울때는 일층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딸이 삼남매를 키우고 있지만 오래전 나도 삼남매를 키웠었다. 그때 내가 살던 아파트도 딸네집처럼 일층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친구들까지 데리고 와서 마음껏 뛰놀았었지…
아들에게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아들은 밖에서 먹자고 한다. 4주 후에 아들이 결혼식을 할 호텔인터불고엑스코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예식장 예약을 하면 무료시식을 할 수 있으니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호텔에 전화를 해 보니 시식은 결혼식이 있는 주말에만 가능하단다. 하긴 결혼식 부페를 시식을 위해서 따로 만들어 주지는 않겠지…그래서 나는 아들의 차를 타고 이번에 결혼하고 신혼살림을 할 아파트를 가보자고 했다.
아들이 집계약을 해서 가보지 않았기에 어떤 동네인지 궁금했다. 20년이 좀 넘은 LH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다. 대단지였다. 아들이 계약한 6단지에 차를 대고 이제 한달만 있으면 아들이 신혼살림을 시작할 아파트를 올려다 보았다.
아파트는 고층으로 남향에 19층이니 따뜻하고 통풍이 잘 될것 같았다. 방도 세개 있고 거실도 있으니 신혼부부 살기엔 안성맞춤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한번 와서 보고는 계약을 했겠지.
나는 마음이 놓인다. 아들의 행복을 앉으나 서나 기원하는 엄마의 마음이니 아들이 안정되게 신접살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이제 둘이 힘을 합쳐 하나 하나 집을 세워 가야겠지. 아이들과 살 집도 사고 말이다.
문득 큰딸이 집을 사고 거처가 안정되면서 하나였던 아이가 셋으로 늘어난것에 생각에 미치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부모에겐 아이를 낳아서 내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집을 준비하는것도 아주 중요하지.
아파트를 둘러보고 아들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는 한정식집엘 갔다. 간단하지만 코스요리가 나오는 한정식을 시켰다. 잎새까지 달린 삼 두뿌리가 꿀과 함께 나왔다.
아들이 삼이 몸에 좋은 것이니 엄마가 다 드시라고 내 앞으로 밀어 논다. 아들은 더덕무침을 먹겠다면서 말이다. 하나 하나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었지만 이미 한시가 넘어 배가 고팠던 터라 남김없이 다 먹었다.
연잎돌솥밥이 나오는 한정식이라 밥을 다 먹고 먹는 누룽지도 아주 일품이다. 아들이 기왕 나왔으니 엄마를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디아크(The ARC)라고 부르는 달성 강정고령보에 있는 멋진 건축물이다.
디아크(The ARC)는 한낮이라 뜨거워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들이 차에서 검은 우산을 꺼내준다 양산 대신 쓰라면서…디아크 잔디마당은 시원할때 오면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나 인라인도 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축물이 매력이 있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하니 라쉬드(Hani Rashid)가 설계한 디아크 : The ARC(river culture pavillion The ARC)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조성된 문화관이자 미술관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강정고령보와 함께 건설되었으며 2012년 9월 20일 개관하였다. 디아크(The ARC)는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과 물수제비가 물 표면에 닿는 순간의 파장을 잘 표현해 조형미와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건축물로 2014년 11월 5일에 대한 건축사 협회의 한국 건축 문화 대상[준공 건축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디아크문화관)
아들과 미술품들을 감상하고 디아크 3층에 있는 카페로 가서 시원한 팥빙수를 시켰다. 더위가 좀 가시는듯 싶었다. 돌아오다가 아들이 요즘 여름 세일하는 매장이 있는데 엄마 필요한것 사 드리고 싶다고 한다.
저녀들이 뭐 사준다고 할땐 사양말고 사 달라고 해야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하하하… 75% 세일이라서 가격이 정말 만만했다. 7-8만원 짜리 쟈켓을 2만원도 안주고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겨드랑이가 너덜하게 입어서 낡아진 내여름자켓을 떠올리며 곤색쟈켓을 하나 골랐다.
아들이 바지도 하나 사라고 한다 콤비로 베이지색 바지를 샀다. 원피스와 속옷도 하나 샀다. 오늘 아들과의 데이트가 짭잘하고도 재미롭기만 하다. 쇼핑을 마치고 결혼식에 입을 아들 양복을 가봉하러 갔다.
결혼예복을 가봉하는 아들의 준수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흐믓한 미소가 지어진다. 드디어 귀한 우리아들 결혼하는구나 10년간 결혼할 생각을 안해서 내 속을 태우더니 드디어 백년해로할 짝을 만났구나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온다.
줄자를 들고 가봉을 하던 재단사가 놀란다. “아니, 허리가 많이 줄어 들으셨네요. 정말 많이 빠지셨어요.” 한다. 결혼식을 앞두고 열심히 운동하더니 아들의 몸이 날씬해진 모양이다. 그럼 그래야지 아들, 엄마도 그날 멋진 신랑엄마 모습 보여주려고 하루 한시간씩 열심히 걷고 있는데…
운동하기 별로 안좋아하는 남편은 금식을 해서 날씬해 지고 있다. 기도하기 위해서 하는 금식이지만 금식하면 아무튼 살은 빠지니 말이다. 디아크(The ARC)에서 찍은 사진을 가족톡에 올렸더니 딸이 “야~ 참 좋네 오빠 장가 가기전에 엄마랑 데이트 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한다.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자연스럽게 차를 타고 야외에 가서 맛있는 한정식도 먹고 멋진 미술관도 관람하고 옷도 얻어 입고 아들 결혼예복 가봉하는것도 함께 지켜보면서 흐믓하기만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런 것이 바로 인생의 행복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다.
“우리 아들들은 어리다가 장성한 나무들과 같으며 우리 딸들은 궁전의 양식대로 아름답게 다듬은 모퉁잇돌들과 같으며(시 1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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