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인기 드라마의 반전스토리

그동안 장안의 화제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절정에 올랐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되었다. 나는 1회부터 15회까지는 넷플릭스에 올려져 있는 것을 시간이 될때마다 보았지만 마지막회인 16회는 ENA채널을 돌려 직접 본방을 보았다.

최근에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드라마여서 연일 화제가 되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autism spectrum)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면서 동시에 러브스토리(love story)가 가미 되어 꽤 재미 있다.

뿐만 아니라 흔히 드라마의 신비를 더하기 위해 설정된 ‘출생의 비밀’과 그 출생의 비밀을 둘러싸고 일어나게 되는 스토리, 또는 반전 때문에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 주는 내용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 는 평범한 아빠 엄마를 가지지 못했다.

‘우영우’는 미혼부인 아빠의 지극한 애정속에 돌봄을 받고 성장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 역기능 가정의 자녀이다. 자폐가 있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태어난 ‘우영우’는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고성적으로 로스쿨(law school)을 마치고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으로 인해 일반인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그녀다. 우선 자기를 소개할때 “제 이름은 우영우 입니다” 하면 될것을 언제나 이렇게 소개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말한다.

‘우영우’가 나열하는 단어들은 본인의 이름처럼 앞자와 끝자가 같다. 중간자만 다를뿐이다. 그래서 일단 ‘우영우’의 자기 소개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듯이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거나 혹 마음에 여유가 있는 시니어변호사 정명석 같은 사람은 긍정적으로 “재미있어요” 라고 반응 하기도한다.

이처럼 머리가 좋고 똑똑한 반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는 취직이 어렵다. 그런데 ‘한바다’라고 하는 ‘우영우’아빠의 대학후배가 대표로 있는 대형 로펌에서 ‘우영우’를 스카웃(Scout) 한다. 이곳에서 ‘우영우’는 자신의 천재적인 기억력을 총동원하여 법전에 기록된 몇장 몇절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내고 사건들을 풀어 나간다.

또 고래이야기를 좋아하는 우영우는 고래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다. 어떤 고래가 어디서 서식하고 고래의 습관과 생활은 어떤지 고래 이야기만 하면 신이난다. 변호를 하다가 풀리지 않는 난관에 부딪힐때마다 고래는 우영우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존재다.

매 회 내용이 다른 사건들을 변호하면서 ‘우영우’의 천재성으로 인해 ‘한바다’는 사건의 변호를 의뢰한 고객을 승소하게 해준다. 하지만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부정직 하거나 죄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변호를 의뢰했을때 양심적인 변호사는 고민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변호사의 딜레마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의뢰한 고객이 무조건 승소하도록 변호를 해야 하지만, 그 사건이 양심을 벗어난 사건일때 변호사는 그 문제를 변호하는 일에 갈등을 겪는다.

그럼에도 신입 변호사 ‘우영우’는 매 사건마다 쟁점을 잘 발견해 내고 천재적인 기억력을 활용한다. 법전 몇조 몇항을 그대로 외워서 재판할때 마다 변호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억력의 천재를 상대방 변호인들누구도 감당해내지 못한다.

우리 인생에도 언제나 반전이 있듯이 드라마의 재미는 반전이다. 이렇게 저렇게 뻔하게 진행될 일들인데 예상을 뒤엎고 다른 결과를 가져올때 상당한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안심하고 즐거워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런 반전이 계속 된다. 아마 그래서 이 드라마가 그처럼 인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전을 가져오는 드라마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변화 같은것 말이다.

우선 주인공 우영우와 열애를 하게된 남자주인공 이준호는 서로 사랑하지만 영우는 자신이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임을 알기에 자신이 없다. 우영우는 이준호에게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며 헤어지자고 한다.

그러나 이준호는 자신의 행복은 우영우가 무엇을 해 주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영우의 존재 자체로 인해서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된다. 언젠가 우영우는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미혼부인 아버지에게 부케를 주겠다고 한 소망이 두사람이 결혼한다면 아마 이루어질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못지 않게 인기 있었던 사람은 로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인 정명석이다. 그는 도량이 넓은 인품으로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우영우를 잘 포용하여 우영우가 변호사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개인적 삶은 실패한다. 일중독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아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고 위암 3기가 되어 수술하지만 죽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반전은 그가 위암 수슬후에 살아나고 그를 떠났던 아내는 돌아온다.

늘 경쟁 관계에 있는 대형로펌 태산과 한바다 두 로펌의 대표는 모두 여성이다. 좀더 상위에 있는 로펌 태산의 대표 태수미는 법무부장관 후보가 된다.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은 태수미의 혼외자식 우영우를 언론에 밝혀 태수미를 법무부장관이 되지 못하게하려고 한다.

하지만 태수미의 아들이 해킹 사건을 일으키고 자수하자 태수미는 법무부장관 후보를 내려놓고 아들을 잘 돌보는 엄마가 되겠다고 기자 회견을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은 “이번에는 봐줬다”라며 태수미의 혼외자식인 우영우를 언론에 터뜨리지 않는다.

이것 역시 반전이다. 아마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이 우영우의 출생의 비밀을 언론에 터뜨림으로서 태수미와 우영우가 어떤 곤욕을 치르게 될지를 예상했던 시청자들은 오히려 태수미의 다른 자식의 문제로 우영우의 문제가 덮히는 것을 보고 휴~ 안도의 숨을 내 쉬었을 것이다.

가장 재미 있었던 반전의 인물은 우영우와 같은 로펌 한바다에서 신입변호사로 일하는 권민우다. 그는 경쟁심으로 인해 번번이 우영우를 곤경에 몰아 넣으려 한다. 신입 변호사 권민우는 같은 동료인 최수연에게 늘 쿠사리(구박, 면박)를 먹는 얄미운 역할을 드라마 초반에선 많이 했다.

그러다가 반전이 일어났다.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이 얄밉고 치사해서 욕을 먹던 권민우가 변한 것이다. 다정다감하게 동료 변호사인 최수연에게 대하는가 하면 어떻게든 한바다에서 우영우를 쫓아내고자 했던 ‘권모술수 권민우’가 ‘우당탕탕 우영우’에게 호의를 갖고 대하기 시작한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명석 대신 로펌 한바다의 팀장이된 장승준 변호사는 우영우의 총기어린 변호에 대한 제언을 수시로 무시한다. 그리고 우영우를 한 사건의 변호에서 제외 시킨다. 그런데 권민우가 최수연과 함께 우영우가 낸 사건 해결의 제언을 우영우 대신 법정에서 발표해서 승소하게 한다.

출생의 비밀이 있고 자폐스펙트럼이 있고 직장에서도 자신을 무조건 미워하는 대적이 있는 로펌 한바다에서의 우영우의 위치는 위태위태하다. 그리고 충분히 태산의 대표 태수미나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에 의해 조정을 당하는 삶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영우는 연애에도 성공하고 직업에서도 성공한다. 한바다에서 정규직 변호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자폐로 인한 서번트증후군(자폐, 뇌손상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기억, 계산 등 특정 영역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을 가진 사람이 이 지구상에 밝혀진대로는 약 백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갓탤런트에서 우승을 했던 코니태현리도 그런 경우다. 코니태현리는 자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도 실명되어 어릴때부터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코니태현리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음악수업의 반주를 도맡는등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으로 주변에 공헌한다.

코니리는 어떤 곡이든지 한번 들으면 그대로 건반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좌뇌가 망가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에게 신은 우뇌에 천재적인 능력을 부어 주신 것이다. 그들의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자녀를 보며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고민했을까? 그런데 부모의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는 자폐를 가진 자녀속에 잠재되어 있던 놀라운 천재적 능력을 꺼내어 개발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의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성장은 성실한 농부의 보살핌속에 자라는 과일나무와도 같다.

자폐와 같은 연약함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사랑을 많이 먹을수록 잘 자라서 생각지 못한 단과일을 맺어 준다. 자폐인의 가족이 겪는 고통의 삶에 반전의 기쁨을 한아름 안겨 주는 것이다.

“또 광야가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마른 땅이 변하여 샘물이 되게 하시고(시 107:35)”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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