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선교사와 계좌번호!

선교사님 계좌번호를 알려주세요

일원 한푼 받은적 없다

고향 교회의 응원과 격려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남아공 케이프타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곳에서 20년이 넘게 선교사역을 하는 가운데 본의 아니게 가이드가 되어 배낭여행객에서부터 그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손님들을 맞아 여행을 같이 할때가 종종 있다.

흔히들 사람을 알려면 3가지를 보라고 한다.

  1. 그의 친구를 보라
  2. 돈 쓰는 것을 보라
  3. 여행을 가 보라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에 특이하고 인상에 남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히 선교사에게 계좌번호를 묻는 사람들과 혼자 보기가 아깝다며 나중에 가족을 동반해서 오시는 분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10년이 훨씬 넘은 일인데 여행 중에 선교사에게 계좌번호를 물어오는 분이 두 분 있었다. 이름만 대어도 누구인지? 한 사람만 건네도 다 알만한 사람들이다.

그중에 한 분은 두 번 방문을 했었는데 만날 때마다 계좌번호를 물었고 한 분은 만나면서부터 떠날 때에도 물었다.

결론은 누구 말대로 일원 한푼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타고난 천성으로 내 집에 오는 손님이나 어쩌다 만난 분들이나 마음 편하게 잘 대접해서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때론 아내가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손님 잘 대접하고 나서 기분 안 좋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Do not forget to entertain strangers, for by so doing some people have entertained angels without knowing it.] (13:2)

지금에야 하나님의 은혜로 파송 교회도 있고 여러 교회와 십시일반 후원자들도 있지만 선교초기에는 후원자 만나기가 쉽지 않고 단 한 구좌라도 귀하고 여간 힘이 되지 않은데…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할 것같이 계좌번호를 몇 번씩이나 물어오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그 당시에는 그랬었다.

필자가 선교지로 나온다고 하니 선교헌금 보내겠다고 하는 교회들이 많았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선교한다는 사람은 다 어디로 갔고 1년 6개월 만에 고국에 들어가서 이곳저곳, 여러분을 찾아다니면서 아쉬운 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 분을 만나 선교사의 마지막 자존심이 바닥에 내동댕이 처지고 비장의 결심을 하게 되면서 금식과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3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1.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2. 사람 찾아 다니지 않는다
  3. 돈 얘기하지 않는다

하나님! 선교사가 돈이 없어 쩔쩔매면서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나 하며 어떻게 이들에게 예수 믿으면 잘되고 복 받는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기도를 드리면서 선교사가 붙잡고 담대하게 선포한 말씀이 바로 이 말씀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6:33)

매일 아침 화장지를 적셔가며 눈물, 콧물 범벅으로 드린 기도를 하나님께서 가상히 여기셔서 아프리카 선교에 동참하는 동역자들을 붙여 주셨고 선교지를 배우면서 점차 사역의 지경을 넓혀 갈 수 있었고 10년 전에 교회 본당을 건축하고 지금까지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도 위축되지 않은 적극적인 선교로 부부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겼고 그라인더 사고와 건축비 부족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계획대로 교육관 건물을 2층으로 완공할 수 있게 되었는데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하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간혹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다.

선교사님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계좌번호를 알려주세요

카톡방에서 만난 생면부지인 분들이 선교사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도 챙기고 선교헌금을 보내기도 하고 남편 간병을 하면서 아이들과 힘겹게 사시는 분의 요청에도 끝까지 계좌번호를 알려 드리지 않았는데 파송교회에 문의를 하여 결국 두렙돈 같은 선교헌금을 보내어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선교초기부터 지금까지 교회 건축으로 빚이 있는 교회와 뚜렷한 수입도 없는 어머니 같은 권사님이 계속해서 선교헌금을 보내고 있어 언제부터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지금도 듣지 않고 있어 하나님께 더 기도하며 때론 쓰러지고 넘어질 때도 있지만 사명 향해 달려가게 된다.

올해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선교사가 태어나서 첫발을 디뎠던 고향 교회에서 당회 만장일치로 고향 교회가 배출한 선교사에게 선교헌금을 보내겠다는 연락이 와서 감사와 감격이 북받쳐 올랐고 부모 형제들과 함께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지극정성으로 교회를 섬겼던 지난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이를 기뻐하며 고향교회에 감사를 드릴 것으로 믿는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선교사가 이역만리 선교지에서 받는 힘과 격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며, 앞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선교에 탄력을 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철길 옆 모(母)교회 부흥회에서 은혜를 받고 나도 저 목사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먹으며 터벅터벅 철길을 걷던 소년이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되어 땅끝 이방 나라에 와서 교회를 세우고 예수그리스도의 진리의 복음을 전하며 은혜를 받든지 못 받든지 몇 시간씩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부흥회를 하고 있으니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듯싶다.

이미 선교편지에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는 바울 사도의 심정으로 남은 선교 여정을 향해 달려가려고 한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럽지 아니하고 오직 전과 같이 이제도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니라] (1:20~21)

일일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선교사에게 기둥 같은 파송교회와 이름 없이 값없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선교에 한결같이 기도로 동참하며 선교사와 함께 울고 웃고, 쓸 것을 보내주며 더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해하는 선후배, 친구 목사님들과 신실하고 충성스러운 하나님의 종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아프리카 선교에 동역하시는 분들에게 앞으로 이런 상급이 주어질 것이고 선교지에서 맺어지는 모든 열매가 이분들의 면류관으로 돌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더 많은 영혼을 구원함으로 이 큰 사랑의 빚을 갚으려고 한다.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의인의 이름으로 의인을 영접하는 자는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요.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10:41~42)

2023년 1월 2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김현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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