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선교사와 한국방문

선교사의 진정한 집은?
아프리카 선교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그저 무익한 종일 뿐입니다!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 뿐이리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내 집이 좋고, 내 집같이 편한 곳이 없다는 말의 반증일 것이다.

선교사로 해외에 나온 지 어언 21년이 넘었는데, 다음 달 1일 고국 방문을 앞두고 “내가 돌아갈 집이 어디일까?”를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돌아갈 영원한 집은 이 땅에 있지 않은데 성경이 자세히 말씀해 주고 있다.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나니] (고후5:1)

이번 고국 방문을 앞두고 필자는 돌아갈 집과 집에서 반겨줄 사람도 없지만 마치 내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설레임과 기대가 있는데 무엇보다 급한 것은 안경과 핸드폰을 바꾸고 치과 치료 및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내 집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조국, 대한민국일 것이다.

누가 최초로 한 말인지는 모르나 “외국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였는데… 탄핵 정국을 지나며 대통령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애국자가 되었다.

지난 대선에 비행기로 2시간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 부부가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왔으니 나라 사랑은 증명이 된 셈이다.

교회 사역을 하기 전, 8여 년을 타운의 세 곳에서 틈틈이 거리노동자 사역을 하면서 인접국에서 조국을 등지고 남아공 드림을 꿈꾸며 나온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이국땅에서 받는 냉대와 차별은 상상을 초월하며 해마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로 인해 수많은 외국인들이 사는 집과 가게가 약탈당하고 엄청난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돌아가서 굶어 죽으나 여기서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온갖 멸시 천대와 위험 속에서도 마른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눈물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삶을 보면서 조국의 소중함이 뼈에 사무치게 다가왔고 언제든지 내가 돌아갈 집(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이 여간 감사하지 않으며 힘 있고 부강한 대한민국, 선교 강국을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끔 가난한 동남아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왔다가 남아공 인접국 사람들처럼 당하고 있는 것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마음 아프고 한편에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을 때가 많다.

“돈푼깨나 있다고 그러면 안됩니다. 당신도 외국에 나와서 살아 보시오!”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해외에 나온 지 2년 안 된 사람들과는 차도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외국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는 장벽이 있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이었었음이니라] (출 22:21)

일제 치하와 6,25 동란으로 잿더미 속에서 보릿고개를 넘으며 일어선 민족이 언제부터 그렇게 잘살게 되었다고 거드름 피우며 분에 겨운 사치와 연락을 즐기는지?

요즘 젊은이들은 비극의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고 가진 자들, 소위 갑질하는 사람들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교사는 한국방문을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는 지리적인 특성과 거리상 오고 가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더구나 선교사는 고국을 한 번 방문하려면 더욱 그렇다.

아프리카 선교사로 나올 무렵, 어머님께서 아들을 염려하시며 하신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야야~ 우터운(위험한) 데 가지 말고, 짐승 조심해라!”

아프리카 하면, 먼저 광활한 초원에서 풀을 뜯는 동물과 맹수들의 사냥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혹이나 사랑하는 아들이 아프리카에 가서 사나운 짐승들에게 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렇게 당부하신 것이다.

남아공에는 30개가 넘는 국립공원이 있고 야생 짐승들은 지정된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며 1926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크루거 내셔널 팍은 우리나라 강원도 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리빙스턴, 슈바이쩌 시대를 지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든 지금에 어쩌면 어머님의 당부가 코미디같이 보이지만 일리가 있었고 이곳 선교지는 야생 짐승보다 머리 검은 짐승(사람)이 더 위험하다.

필자도 사역지에서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고 현지인 교회 협력 사역을 10여 년을 하면서 여러교회들을 방문하여 예배를 함께 드렸었는데 건전한 장로교단에서 손뼉 치는 것도 조심하면서 자란 선교사의 눈에는

교회인지, 도장(道場)인지?
예배인지, 쇼(show)인지?
말씀을 전하는 건지, 웅변(雄辯)을 하는 건지?
헌금시간인지, 모금(fundraising) 시간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되고 각자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예수를 믿는 흑인촌 교회를 보면서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그 당시에는 다윗과 같은 주체할 수 없는 의분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교회를 방문하여 누구처럼 10여 년을 도장(교회)깨기? 를 하며 무지한 교회들을 말씀으로 도전하고 바로 세우기 시작했었는데 지금도 아내는 남편이 총 안 맞고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 말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어디서 그런 담대함과 열정이 나왔는지? 위로부터 오는 힘이 아니면 할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거의 기진맥진하여 교회에 가서 설교 짧게 하고 빨리 집에 와서 쉬어야지 하고 다짐하는데 강단에만 서면 생각지도 못한 말씀이 떠오르고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1시간이 우습게 지나갈 때가 많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중심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렘20:9)

이번 한국 방문은 5년 만인데 지금까지 6번 방문을 한 이래로 가장 긴 텀의 한국 방문이며 20년 만에 고국의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방문이다.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는 벌써 이번에 나가면 교회 강단에 서려고 하지 말고 쉬면서 세미나도 참석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여 대답은 “알았다”고 하였는데…

과연! 마음대로 잘 될지? 성령님의 선하신 인도를 기도하게 된다.

돌아보면 매번 고국 방문을 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선대 하셨고 은혜롭게 안식할 수 있는 고국 방문이 되게 하셨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해 주실 줄 믿는다.

[너희 중에 뉘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거나 하는 종이 있어 밭에서 돌아오면 저더러 곧 와 앉아서 먹으라 할 자가 있느냐? 도리어 저더러 내먹을 것을 예비하고 띠를 띠고 나의 먹고 마시는 동안에 수종 들고 너는 그 후에 먹고 마시라 하지 않겠느냐? 명한 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사례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눅 17:7~10)

최근 터키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집과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는 온 나라와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수천수만의 선량한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고 아름다운 국토와 산업시설들이 파괴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전능하신 하나님의 역사와 회복하심과 도우심이 임하셔서 속히 전쟁이 끝나길 기도드리며…

고국 방문을 앞에 두고 그저 무익한 종이 돌아갈 집(대한민국)이 있음 만으로도 감사하고,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영원무궁(寧遠無窮)을 위해 기도드린다.

2023년 02월 13일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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