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쉼표와 마침표의 차이

긴 문장을 읽을때는 쉼표가 있고 마침표가 있다. 문장에서 쉼표는 그야말로 잠시 숨을 쉬고 끊어서 읽는 것이다. 하지만 마침표는 문장의 내용이 다 끝났을때 종결 되었음을 알리는 부호이다.

2023년 12월31일 기준으로 노회의목사직에서 남편 K선교사는 은퇴를 했다. 감동적인 문구의 은퇴기념패를 받고서 말이다. ‘감동을 준 은퇴기념패’란 제목으로 내가 쓴 수필을 읽고 많은 독자들이 답글을 보내왔다.

은퇴를 축하 한다는 일반적인 인사도 있었지만, 그러나 많은 분이 성경적으로 은퇴는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해 왔다. 그래서 오늘 나는 ‘쉼표와 마침표의 차이’ 라는 제목의 수필을 쓰게 되었다.

사실 나는 2월 중순경쯤에 남편의 은퇴식을 제대로 잘 갖추어서 폼나게 해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 지은나교회에서 절친한 지인들만 30-40명 초대해서 의미있는 은퇴식을 해주리라 계획을 세웠었다.

그래서 이미 남편이 소속된 평북노회서부시찰회 시찰장님과도 상의가 되어 있던 터였다. 시찰장님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은퇴식을 준비하면 시찰회 임원들과 함께와서 순서를 진행해주고 은퇴기념패도 그때 주겠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그 문제를 놓고 계속 기도하던 중에 은퇴식을 안하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이 소속된 평북노회 서부시찰회에서 신년하례회때 꽃다발과 은퇴패를 증정하는것으로 약식 은퇴식을 대신해 주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남편의 은퇴는 실제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역과 무관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남편은 올해2024년 갑진년에도 여전히 파라처치((Para Church)인 ‘지은나교회’ 담임목사이고, 지구촌한국어교육선교회(GKEM)의 대표이다.

그리고 종종 선교현장을 방문하는 해외선교사로서 사역이 계속되기 때문에 노회에서 정한 은퇴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은퇴식을 안하기로 한 이런 결정을 내린것은 지금와서 생각해 보아도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남편의 지난 주일 설교의 제목은 “내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 로서 하나님께서 달란트를 종들에게 맡기고 나서 나중에 결산을 하는 마태복음 25장의 내용이었다. 하나님의 결산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정한 은퇴할때 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주님께 돌아갈 그때에야 하게된다는 내용이다.

여기까지 읽은 지혜로운 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것이다. “아하~ 소속된 노회에서는 규정에 따라서 은퇴를 했으나 실제사역에 있어서는 변함없이 지속된다는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맞다 바로 K선교사는 ‘은퇴’라는 쉼표를 잠시 찍은 것일뿐, 사역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365일 감사여행’ 이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 가운데 의미있는 내용의글이 있어 옮겨본다. “쉼표와 마침표는 모양이 비슷합니다. 하나님이 찍어 놓으신 쉼표를 마침표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잘 보지 않으면 쉼표를 마침표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쉼표는 잠시 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어디에서 잠시 쉬어야 할 줄을 아십니다. 바로 그곳에 쉼표를 찍어 주십니다. 하나님은 가끔 쉼표를 찍어, 우리를 멈추게 하십니다. 멈추어 쉬게 하십니다. “

계속하여 이어지는 글은 ”실패를 통해 쉬게 하시고, 질병을 통해 쉬게 하십니다. 역경과 시련을 통해 쉬게 하십니다. 갈등을 통해 쉬게 하십니다. 큰 장애물을 통해 쉬게 하십니다. 하나님이 쉼표를 찍으실 때 우리는 잠시 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마침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계속하여 ”쉬는 동안 우리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인생은 긴 여행입니다. 잠시 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멈추면 안됩니다. 밥 모와드와 티제이 호이징턴은 ‘슬라이드 엣지’라는 책에서 “하나님이 쉼표를 찍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라고 쓰고 있다.

이제 ‘은퇴’라는 쉼표를 찍고난 남편의 앞날이 기대가 된다. 일단 남편 K선교사는 은퇴후 삶에 대한 자신의 바램이 이루어진 셈이다. 대구로 가서 세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참 자녀양육에 바쁜 큰딸을 돕고 싶어 했는데 그 소망대로 매일 초등학교 1학년 손녀인 로아의 등하교를 맡아 주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현역인 나와 함께 매주말 금요일이면 사역을 하기 위해서 서울가는 무궁화기차를 탄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는 지하철로 김포로 간다. 매 주 열시간 동안 기차를 타는 셈이다. 한주간중 4일은 대구에 3일은 김포에 머물면서 우리는 사역에 집중한다.

인생이 우리에게 준 쉼표의 시간은 잘 쉬는것이 지혜이다. 또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은퇴는 그만큼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중요한것은 내 인생의 마침표를 정하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속 인생을 변함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당신의 마침표도 아직은 찍을때가 아님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대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기억하고 높이라 잊지 말지니라 인생이 그의 일을 찬송하였느니라(욥 36:24)

글/사진 :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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