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찾아가는 선교사힐링센터

명절이지만 사역을 위해 남편과 나는 김포로 올라갔다. 천상 열차안에서 점심때가 지나가게 되니 도시락을 준비해가야한다. 전날 가족식사를 준비하고 피곤해서인지 좀 늦게 일어나서 마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점심은 챙겨가야한다. 더욱이 아침도 금식이니 점심은 제때 먹어야 한다. 나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김밥4줄을 쌌다. 간단하게 단무지, 우엉, 햄, 계란부친것만 넣었다. 그래도 기차안에서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김포에 도착해서 우리교회 주변 거리를 살펴보니 한산한 편이다. 아무래도 명절이니 설을 쇠러간 사람들의 많은 이동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날 우리교회&선교회를 찾아올 선교사도 별로 없을것 같다.

지난 2월3일엔 선교사힐링센터인 우리교회에 두번째로 방문한 선교사님이 있었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들어오셨는데, 치과및 여러 다른 치료를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이바울(Paul lee) 선교사님이다.

캐나다 뱅쿠버섬(Vancouver Island)에서 20년째 사역하고 있는 이바울선교사님은 벌써 70세가 넘었다. 20년전 선교지로 떠났던 때는 건강했는데 이젠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선교지에서 교통사고까지 겪어서 후유증도 있을것이다.

이선교사님부부는 세아들을 데리고 선교지로 떠났는데 선교지에서 예쁜딸을 낳았다. 그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선교사님의 부인인 S선교사님은 이화여대에서 무용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분이다.

S선교사님은 오래전 우리아이들의 선생님이기도 했다. 나는 나의 삼남매가 선교지에 들어가기전에 두란노 ‘경배와찬양무용학교’에 보냈었다. 그때 우리 아이들에게 워십무용과 큐티(QT)지도를 해 주었던 분이S선교사님이다.

S선교사님 부부는 참 사랑이 많은 분들이다. 우리 가족이 먼저 선교지로 떠났기 때문에 당시엔 당산근처에서 목회를 하던 이바울선교사님 가족과 종종 교제를 했었는데 사랑으로 우리가족을 섬겨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교회 카페에서 떡만두국을 끓여 저녁을 대접했다. 그리고 다과를 하면서 그동안 이선교사님 부부가 캐나다 뱅쿠버섬에서 원주민선교를 해온 이야기를 들었다. 백인들에게 침략을 당해 상처가 많은 원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인 복음을 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선교사님의 세아들은 모두 훌륭히 자라나서 큰아들과 셋째아들은 목회자로 뱅쿠버에 있는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고 둘째아들은 컴퓨터를 전공해 전산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아이들 넷을 다 키워놓고 부인 S선교사님은 올해부터 미국풀러신학교에서 무용선교관련된 학과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이선교사님이 전해 주었다. 나는 내 일처럼 기뻤다. S선교사님은 무용을 통한 제자사역을 위해 자신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언제나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때이다. 늦깍이 공부를 했던 나도 57세라는 나이에 선교학박사학위(D.miss)를 받았다. 내가 공부한 학교는 미국의 인디애나주 위노나레이크에 위치해 있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학교인 그레이스신학교(Grace Theological Theological, GTS)이다.

아무튼 구정 명절날이라 이번 주 선교사힐링사역은 쉬게되나보다 하고 있을때 페북에서 한 선교사님이 올린 글을 보았다. 필리핀 인도 네팔등지에서 사역하던 선교 20년차 선교사인 C선교사님은 코로나로 출국을 못하고 국내에 있으면서 김포시 장기동에 아페시스라는 카페를 열고 있었다.

주로 사모님이 운영을 하시지만 카페도 부부가 서로 도와야 하는 일이다. C선교사님은 페북에서 일년365일 문을 여는 카페이기 때문에 구정날도 문을 열지만 누가 커피를 마시러 오겠느냐는 한탄스런 글을 올려 놓았다.

나는 그 글을 보는 순간 아~ 구정이라 장사가 안되는구나 그럼 내가 선교사님 부부가 운영하는 그카페(아페시스)를 찾아가서 나라도 커피를 팔아주어야지 하는 생각이 번쩍하고 번개처럼 들어왔다.

그리고 한편으론 잘되었다 싶었다. 왜냐하면 선교사힐링사역을 하는 내가 앉아서 선교사님들이 우리교회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릴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힐링사역을 해도 좋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장기역에서 내려서 찾아갔다. 카페 아페시스는 일층에 있었다. 15평정도의 공간은 푸른 녹색의 나무들과 화분들로 장식되어 분위기가 참 좋았다. 많이 앉으면 20명 정도 한꺼번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손님이 없어서 C선교사님 부부와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변에 유명한 맛집들이 있어 식사를 한 손님들이 커피마시러 주로 찾아와서 카페는 꽤 괜찮게 된다고 한다. 4년동안 운영해 안정되게 자리가 잘잡힌 카페였다.

C선교사님이 그동안 선교해온 이야기와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들으면서 선교사는 몸은 고국에 있으나 마음은 여전히 선교지에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C선교사님은 선교지에 현지인들이 교회를 지어달라고 해서 교회지어주러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카페도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면 넘길생각이라고 한다. 오늘은 구정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나의 선교사힐링사역을 돕기위해 손님들이 안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즈음 우루루 예닐곱명의 손님들이 카페안으로 들어선다.

C선교사님도 마침 우리교회가 있는 풍무동까지 갈 일이 있어 함께 지하철을 타러 갔다. 한참을 걸어 나오는중에 나는 퍼뜩 아~ 이걸 어째 차값을 안내고 왔잖아…하고 깨달아졌다.

내가 당황하며 C선교사님에게 차값을 안내고 나왔다고 했더니 C선교사님은 마치 당연히 차를 대접하려고 했었다는 것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하하…괜찮아요” 한다.

하지만 내입장은 그게 아닌데…구정날 장사안되는거 알고 커피 팔아주자고 일부러 찾아갔던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너무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차값내는것도 잊어버리고 만것이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이번엔 혼자 갔지만 다음엔 남편 K선교사도 대동하고 가서 두잔의 커피를 팔아주어야겠다. 그리고 카페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렸다가 사먹는다는 유명한 만두국도 한번 먹어보고 말이다.

비록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차값 내는것을 깜박 잊어먹고 나오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세시간여를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고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잘 귀기울여 들을 수 있었으니 아무튼 찾아가는 힐링센터는 오늘 성공적으로 제 사명을 다한셈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12)

글/ 사진: 나은혜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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