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분단의 영구화

미국 언론은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 사망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오토 웜비어는 2015년 말 북한으로 여행 갔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금되어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후 죽었다. 미국인은 분노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소식을 반복 방영하고 있다. 북폭 여론이 높아지고 조만간 북폭이 진행될 확률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정반대로 가고 있다.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은 “한미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은 안 되며, 동맹의 목적이 전쟁을 막자는 건데 도리어 전쟁의 계기가 되면 찬성할 수 없다”고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에서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 날 행사에서 전시작전권을 조기 환수 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정인 특보가 무언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데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군사동맹은 전쟁을 해서라도 동맹국을 돕겠다는 약속이며, 그 의지가 공동의 적으로부터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쟁하지 말자는 약속은 적과 하는 약속이며 평화조약이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 직후인 1953년 10일 1일 체결되었다. 말이 ‘상호’ 방위조약이지 일방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미국이 양보한 비평등조약이다. 그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까지 국제사회에 기여한 것 없이 도움을 받아왔다. 해방 때도 그랬고 6.25 때도 그랬다. 한국은 “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평화로웠던 16개국이 6.25 때 왜 참전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사회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도움을 받아 성장하여 기여할 만해지니 더 이상 필요 없다며 동맹을 파기한다면 국제적 신뢰를 잃고 배은망덕한 나라가 된다. 앞으로 아무도 한국과 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고 6.25 때처럼 전쟁을 불사하고 도와줄 국가도 없어진다.

동맹 없는 강대국은 없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동맹국이 없었던 멜로스는 아테네에게 져 성인 남자는 모조리 잡혀 죽었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갔다. 이스라엘이 강한 이유는 뒤에 버티고 있는 동맹국 때문이고, 중국의 군사력이 지역패권에서만 통하는 이유는 동맹국이라곤 골칫덩이 북한만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벌은 우리가 당사국인 전쟁이다. 한국이 계속 어깃장을 놓으면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을 빼고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 함께 군사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미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가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여러 옵션이 있다”고 발표한 후 23일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북한 깊숙이 비행하고 돌아왔다. 한국은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도 못했다. 미국의 북한 폭격 연습은 끝났다. 순식간에 북한 지도부가 무력화되고, 북한군은 반격할 틈도 없어 우려하는 만큼 한국에는 큰 피해는 없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북벌 이후다. 문재인 정권이 치우친 행보를 계속한다면 우리 군은 북벌작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되면 상황 종료 후 당사국인 우리의 발언권과 권리는 무시되고 군사작전에 참여한 미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이 북한에 대한 우선권을 갖게 되겠다. ‘그럴리가?’ 라고 생각하는가?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대동아 전쟁 이후의 질서를 위해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평화조약이다. 1951년 9월 8일 48개국이 참석한 이 조약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일본의 항복을 받는 입장에서 서명했어도 대한제국은 서명하지 못했다. 임시정부를 세우고 광복군 활동을 벌였지만 ‘국제공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프랑스는 자국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았어도, 광복군 활동을 했다는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북벌 후 북에는 비핵 친중정권이 세워질 수도 있다. 이미 중국과 그런 딜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개혁 개방된 북한의 사업권을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나누어 가지게 된다. 분단이 영구화되고 구한말 정세가 되풀이 되는 셈이다. 깨닫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역사가 되풀이 되는 법이다.

스테반 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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