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Barbarian)도 아니고, 원시적 야만 (Savage)으로 치닫는 대한민국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국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다.”라는 언급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언론에 도배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입에서도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시작은 이명박정권 초기 미국 수입쇠고기로 인한 광우병문제 파동으로 광화문광장이 메워지면서, 좌파시민단체들이 합심해서 외쳤던 메시지로 기억되고 있다. 침묵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데, 그래서 누가 ‘시민대표’이고 누가 ‘국민대표’인줄도 모르는데, 소위 자칭 시민대표 또는 국민대표라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광장에서 난장을 벌이면서, 언론을 자극했다.
추가적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의 헌법 1조 2항도 그 후 지속적으로 언론과 국민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내용이 나쁘거나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소위 획일적인 평등사회에서 국민들의 ‘주권자’로서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민주주의의 두기둥인 자유와 평등의 절제된 균형보다는 자유가 평등 속에 귀속되는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대한민국의 국시인 자유민주주의는 오간데 없고, 계급투쟁을 부르짖는 ‘민중’이 또는 ‘인민’이 주인이 되는 ‘인민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고조된다.
이후 대한민국 헌법1조의 유명세에 힘입어 문화예술계 좌파들은 ‘대한민국 헌법1조’라는 영화를 만들어 크게 흥행시켰다. 그러나 헌법 1조 내용이 가장 크게 부각된 이벤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쪽에서 일어났다. 2015년 박근혜대통령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보수여당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총무가 반발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국회에서 던지고 퇴장한 후, 두고두고 언론과 시민사회에 그 장면이 회자되었다.
유승민의 반란은 지난 날 좌파들이 자칭 국민의 대표 또는 시민의 대표 운운하며 광장에서 부렸던 난장행위들을 모두 합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좀 더 과거로 향하면, 학생시위가 빗발쳤던 80년대, 소위 운동권과 비운동권 모두를 포함해서 대학생들의 심장을 사로잡았던 대중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었다. 빨치산주인공 염상진이 마지막으로 수류탄자살하기 전, 며칠간의 행적과 말들이 80년대 청년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빨치산이 전멸한 상황에서 염상진은 현실투쟁에서 패배한 것을 자인한다. 그러나 그는 투항하지 않고 투쟁방식을 현실투쟁에서 역사투쟁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역사적 흔적이 되기를 의망하면서 마지막 자살한다. 역사투쟁을 위한 영웅적 깃발을 세우기 원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당시 퇴각하는 빨치산 부부들이 천주교 군산지구와 마산지구에 자신들의 아이들을 친분이 있었던 신부들에게 맡기는 사례가 많았다. 그리고 교구신부들에게 자신들의 이념과 살아왔던 역사를 필히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종류의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천주교 군산교구와 마산교구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좌파성향의 신부들이 대거 출몰하게 된 것은 이런 기막힌 역사적 내막과 관련이 있다.
좌파들의 역사투쟁은 성공했다. 좌파들이 내놓는 진영논리와 진지전, 성역화 프레임 등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들이 득세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다. 노무현정권들어서 가장 많이 들렸던 말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국가이며, 대한민국은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나라였다는 좌파들의 전략 프레임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명박과 박근혜정권이 들어섰지만 결국 박근혜정권은 탄핵 당했다. 그 동력원으로 전교조, 민주노총, 좌파시민단체, 좌파언론과 정치권 등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대부분의 30-40대 대한민국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추세력들이 한반도의 역사적 정통성은 좌익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부패한 보수우파들에 대해서는 비수를 꽂지만, 부패하고 거짓과 기만을 일삼는 좌파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이는 자신들 스스로 21세기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풍요로운 경제적 혜택으로, 마음속에 존재하는 민족적 정의를 모른 채하고, 일종의 ‘생활보수’가 되어 기회주의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문한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교조와 대학 강단좌파 교수들에게 배우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여전히 피어나는 지적호기심을 좌파적 이론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이미 문화적 상대주의와 포스트 팩트(Post-Fact)화가 만연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기적의 대한민국에 대한 홍보교육은 이제 그나마 설 땅조차도 상실하고 있다.
사막의 열사에서 독일의 탄광에서, 밤을 낮 삼아 수출역군으로 일해서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을 만들었더니, 그 자식들이 아버지 세대를 기회주의적 졸부세대, 천민자본주의의 당사자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세상이 되었다. 60_70세대들은 지난 세월 정말 죽으라고 일해서 부를 창출했다. 그래서 집 없이 고생하는 자식들이 눈에 받쳐서 집까지 장만해 주었더니, 이제 이놈들은 그나마 아버지가 갖고 있는 자산마저도 넘보는 강남좌파 화적떼가 되었다.
주사파 운동권이 장악하는 청와대와 지령이 떨어지면 전광석처럼 움직이는 5만 전교조 그리고 100만 민주노총이 지배하는 좌파정권에서 보수우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정권 5열과도 같은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 100년의 정치사에서 최대여당을 만들어준 미래통합당이라는 무가치, 무전략의 보수정당은 어디로 가야 하나? 암담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 해답은 20대 청년들을 할아버지들이 키우는 수밖에 없다.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할아버지세대가 노력해 왔던 가치와 경험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한다. 더 이상 수전노 노릇하지 말고,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면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능과 비전을 갖춘 우파기관에서 전개하는 교육프로그램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우파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차세대 젊은 리더들을 도와줘야 한다.
은퇴하고 이제는 쉴 때도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에서 그냥 앉아서 쉴 수는 없다. 그래도 60-70세대야말로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이 병행되었던 유일한 세대로,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뭉친 진정한 시민들이 아닌가! 나서지 않고 뒤에서 한알의 밀알이 되어준다면, 자라나는 청년세대들과 좌파성향의 장년층들도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60-70세대가 다시 자유대한민국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
강량 주필 정치학 박사
더 자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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