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문재인의 ‘현장방문’

김기수 변호사

문재인 정부 들어 작년 연말 제천화재사고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에 대형화재로 수 십명의 무고한 인명이 숨졌다. 제천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언론들은 청와대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보도하였다.

문재인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무슨 지시를 어떻게 내렸는지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눈물을 흘리고 국무회의에 앞서 묵념을 하는가 하면 정부요인들마다 재발방지를 앞 다투어 굳게 다짐했다.

이번 밀양화재사고가 나자 정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현장에 달려간 것이다. 언론은 역시 대통령의 ‘현장방문’을 속보로 보도했다. 야당들도 화재의 원인을 정부의 전적인 책임으로 전가하기는 제천화재사고 때나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사건이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노란리본의 물결이 전국을 휩쓸었지만 그 것은 단지 ‘구호’에 불과했던 것일까? 국민들은 이제 노란리본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는 중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단연 최고의 기사로 취급한다.

올해 초에는 양말공장을 방문한 김정은의 ‘현지지도’ 내용이 상세히 보도되었다. 아마도 그 양말공장은 김정은의 ‘현지지도’대로 움직이지 않은 사람은 모두 노동교화소로 보내질 것이다. 과연 북한의 현지지도전통은 김일성시대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북한주민들을 곤궁함에서 구제하지 못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문재인의 ‘현방방문’이 남한과 북한의 톱 기사로 취급된다는 점에서만 같은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철저히 사전 기획된 ‘선전물 제작’인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의 ‘현장방문’은 사전에 기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마찬가지로 모두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대처 매뉴얼의 첫 번째가 대통령의 ‘현장방문’인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외 두 번째부터의 나머지 재난대비 매뉴얼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언론은 화재현장에서 의사와 건축업자의 비리를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사법기관은 언론이 찾아낸 비리를 엮어 국민들의 분노를 달랠 희생의 제물로 삼으려고 언론의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현상은 대통령의 ‘현장방문’ 후 내려진 ‘엄명’을 수행하지 못한 하급 공무원들이 혹시 자신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이기적 행위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현지지도’와 ‘현장방문’은 민폐만 끼칠 뿐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

프리덤뉴스(www.freedomnews.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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