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셋째 손자를 얻던 날

같은 노회에 속해 있는 K목사님이 뜻밖의 선물을 보내왔다. “셋째 외손자 출산을 축하드려요. 참 복되고 귀한 일입니다^^” 선물 내용을 보니 “출산 후 회복을 위한” 엄마에게 꼭 필요한 붓기쏙 박스”이다.

남자 목사님이 참 센스가 만점이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회를 잘 하는 분이니 저처럼 자상하게 성도들을 돌보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다. 그나저나 출산 소식을 여러목회자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린지 불과 몇분밖에 안된것 같은데 참 순발력이 대단한 분이다 싶다.

아무튼 보내 주신 선물이 딸에게 꼭 필요하겠다 싶은 것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딸이 사는 대구집으로 배송주소를 입력해 주었다. 이렇게 일빠로 딸의 셋째아이 출산 선물을 보내준 K목사님으로 인해 내가 세번째로 손자를 보았다는 것이 더 실감되었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것에 대해서 더욱 친밀감을 가지는 존재인가 보다. 내 딸에게 선물을 보내준 K목사님은 사실은 나보다 먼저 셋째 손주를 본 분이다. K목사님은 변호사로 훌륭하게 키운 아들을 선교지에 보낸 분이다.

선교사아들이 두 아이를 데리고 선교지에 들어 갔다가 선교지에서 셋째 아이가 생겨서 며느리가 두 아이만 데리고 한국에 나와서 세번째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K목사님의 아들인 선교사님은 선교지에 남아 있고 말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있다. 동병상련의 사전적 뜻은 “같은 병자(病者)끼리 가엾게 여긴다. 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處地)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同情)하고 서로 도움.”이라고 되어 있지만 같은 감정을 갖게되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K목사님이 셋째 손주를 얻은 기쁨도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아이를 낳느라 수고한 K목사님 자신의 며느리에게 짠~ 하면서도 고맙고 대견한 마음 말이다. 그러기에 셋째 아이를 낳은 내딸에게도 “대단한 따님”이라는 칭찬과 함께 제일 먼저 출산 선물을 보내준 것이리라

그뿐이 아니다. K목사님의 동병상련은 또 있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 K목사님의 동기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이땅에서의 삶을 마칠 수 밖에 없게 되었을때 K목사님의 신대원동기목사님들과 후원교회의 후원모금을 통해 에어 앰블런스를 타고 한국에 나와서 죽음을 앞에 두었던 동기선교사님이 살아난 일이다.

이번에 셋째 아이를 얻은 내 사위의 아버지인 정선교사님 부부가 선교지에서 코로나19에 걸려서 점점 중증으로 가는 가운데 극적으로 에어앰블런스를 타고 한국으로 나온 상황과 같은 일이다. 나의 사돈인 정선교사님도 서울대병원으로 배치되어 코로나바이러스 치료가 시작되었으나 의사는 거의 회생이 어렵다고 선포했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정선교사님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담당의사가 2-3일을 못 넘길것이라는 진단을 내려서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면회를 가서 방역복을 입고 뵙고 돌아온 터였다. 그런데 벌써 그후로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다.

전세계에서 많은 중보기도가 올려지고 있기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K목사님의 동기 선교사님도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주 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다가 부활의 은혜를 입어 살아났다고 K목사님은 ‘동기가 동기되어’라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다음은 K목사님의 글의 마지막 문단이다.

“77동기가 생명 불러낸 동기(動機) 되었다. 77동기가 이제야 진짜 동기(同期)가 되었다. 절절한 간구는 하늘에 닿고, 은혜는 머물렀다. 코로나의 무지근한 공격도 넘지 못할 산은 있다. 동기사랑 키를 재는,그런 올림픽은 없을까? 추분의 아침, 촉촉한 그리움이 가을을 당긴다. “

예정 했던날보다 며칠 앞당겨 태어난 나의 셋째외손자가 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애가 누나와 형을 위로 두고 태어난것도 복이다. 무엇보다도 친가와 외가 양가에 할아버지 할머니 네분을 비롯해서 삼촌, 고모, 외삼촌, 이모가 있는 아기인것도 복이다.

출산전 한주간을 딸을 도우러 대구에 내려 와 있던 나는 주말에 김포로 올라 가자마자 하룻밤을 자고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예정일보다 앞당겨서 딸이 셋째아기를 출산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셋째손자의 얼굴도 사진으로만 보았다.

코로나19로 보호자가 한사람 외에는 입원실에 들어갈 수 없는 엄격한 통제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어린 위의 두 아이를 돌보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은 두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주고 드디어 셋째손자를 만나러간다. 귀하고 귀한 새생명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오는 밤이다.

“그가 요셉을 위하여 축복하여 이르되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섬기던 하나님, 나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창 48:15-1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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