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감사로 보내는 한 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1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다섯밤만 자면 2022년 새해를 맞이하지만 왠지 올 한 해는 그 어느해 보다 길었고 힘겹게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든다.

코비드19로 인한 많은 우려와 긴장이 한 해 내내 떠나지를 않았으니 말이다. 그뿐인가 지인들이 코로나19로 고통을 당하고 격리를 당하고 심지어 생명을 잃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나는 도무지 할 말을 잃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는 또한 감사가 넘치는 한 해였다. 지구촌위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난과 고난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자연재해와 손해들… 별의별 사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온전히 건재할 수 있었다는것은 큰은혜라고 아니할 수 없다.

특별한 성과 없이 올 한 해는 그저 일상생활에만 충실하고자 한것이 다였을지라도 말이다. 아니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것이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해보다도 매 주일 더 많은 감사헌금을 드리면서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지난 일년의 삶이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년을 잘 버텨온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 해는 중보기도할 힘을 더해 주셨기에 감사하다. 남편 K선교사는 올 한해 유독 기도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그의 기도 생활과 삶은 늘 밀접하게 연결된다. 예를 들면 지난 주일 있었던 일도 그의 기도영성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주일은 매우 추웠다. 올겨울 들어서 강추위가 며칠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평소엔 주일날 교회에 갈때 어머니를 모시고 걸어서 교회에 다녔었다.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시켜 드리려는 목적을 가지고서 그렇게 해 왔었다. 그런데 유난히 추웠던 지난 주일은 아무래도 어머니를 자동차에 모시고 교회에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교회 주변에 주차할 자리가 늘 마땅치를 않았다. 우리 교회가 있는 프라자 건물 기계식 주차장에 차를 넣어도 되긴 하지만 번거롭게 느껴져서 주변의 이면 도로에 주차했다가 예배끝나고 어머니를 바로 모시고 가는게 편리 했다.

혹 주차할 자리를 못 찾으면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어머니를 다시 걷게해서 교회로 가시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날씨가 추운데… 그러면 방법은 딱 하나가 있었다.

이미 교회에 가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려와서 교회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가 바로 자동차에서 내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가게 하고 나는 주차할 자리를 찾아서 자동차 주차를 하고서 교회로 가는것이다.

그러려면 차에 시동을 걸기전에 전화를 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선뜻 전화가 걸어지지 않았다. 곧 드려질 주일예배준비로 이것 저것 바쁠 남편을 생각하니 나편한대로만 남편을 불러 어머니를 모시고 가라고 하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하지만 운전을 하고 가면서 계속 마음속엔 갈등이 생겼다. 잠간이겠지만 이런 강추위에 약한 어머니를 내려 놓아 걷게 했다가 혹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지…

할 수 없지 뭐… 가능한 교회 가까운 장소에 자동차를 파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다시 후회가 되었다. 에이~ 나도 참 바보같이… 전화를 걸어서 남편을 내려오게 했어야지

그렇게 갈등을 겪으면서 운전을 해서 교회 건물이 있는 사거리까지 왔을때였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사거리 교회앞에 남편이 서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내가 잘못봤나… 내가 내려 오라고 전화도 안했는데 한참 바쁠 시각에 왜 내려와 있지…

다시 봐도 남편이었다. 머리에 내눈에 익숙한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은 모습은 분명히 남편이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반가웠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를 교회 앞에 바로 내려 놓고 자동차를 주차하러 가는 것이 그날 아침의 최선의 방책이었는데 그대로 되었으니 말이다.

남편이 내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곧 다가와서 어머니를 자동차에서 내리게 해서 모시고 교회로 들어갔다. 나는 참 신기 하기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교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는 교회로 돌아왔다.

교회로 들어서자마자 내가 남편에게 한 첫마디는 “아니, 어떻게 내려온 거예요 전화도 안했는데 우리 이번에도 이심전심이네요. 호호호…” 여전히 나는 연락도 안했는데 남편이 스스로 내려와서 어머니를 영접한 사실이 신기하게 여겨져서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간단하게 한마디를 한다. “내가 기도하는 사람이잖아요.” 나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아… 남편이 기도 했더니 성령님께서 감동을 주셔서 그렇게 꼭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거구나.” 나는 새삼스럽게 남편을 바라 보았다.

이번일 외에도 남편은 기도하다가 영감을 받은 일들을 삶속에 실행할때마다 나는 잔잔한 감동을 받을때가 많이 있다. 언젠가 남편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기도제목이 A4용지로 19장이예요.” 한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나를 위한 그 기도내용을 읽어본적이 없다.

한 해의 마지막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감사헌금을 준비했다. “지난 한 해 지켜주신것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보호하심에는 남편의 성실하게 날마다 몇시간씩 올려 드리는 기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그리고 올 한해 감사로 마무리를 지으면서감사한 일이 있다. 이번 12월 중순이 되었을때 남편과 나는 매일 아침 한시간 가량 읽어왔던 성경 통독을 마쳤다. 올해 들어서 두번째 성경통독을 완주 했던 것이다. 아쉬움이 남긴 했다. 원래 올 해에 우리가 목표로 정한것은 성경 세번 성경통독을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여건이 주어진대로 성실하게 성경읽기에 힘썼기에 두번 이라도 성경통독을 한 것이다. 마주 앉아서 성경을 함께 읽으며 감동을 받고 눈물 흘리던 일, 우리의 현실의 일들이 성경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놀랐던 일… 읽은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던 일…

이처럼 올 한해 두번의 성경통독은 우리의 영혼을 평강 가운데로 인도해 주었다. 요동치는 바깥 세상의 뉴스들로 때때로 마음이 심란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을 잘 지키고 평안을 유지하며 건강을 지키며 한 해를 살아올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 해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일들이 당연하게만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코비드 19로 온세상의 평안이 깨어져가는 이때에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사랑과 보호하심이 없다면 내가 살아서 이 글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어느해 보다도 한 해를 보내는 내 마음엔 감사가 넘친다. 며칠전 새벽에 기도를 하면서 나는 하나님께 고백했다. “주님 제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마치 ‘감사’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오직 감사만 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내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오며 주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전하리이다(시 9:1)”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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