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7일을 채웠다. 한주간이 지났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 보였다. 우선 봄꽃들이 여기 저기 피어 있어서 세상이 화사해졌다.공원안에 백목련 네 그루가 모두 활짝 꽃을 피워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미크론에 걸려서 집밖으로 못 나가고 7일을 자가격리하며 보내는 동안 제일 아쉬웠던것은 매일 하던 운동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의 유일한 운동이라야 매일 같이 공원을 30-40분 걷는 정도이지만 말이다.
물론 거실에 헬쓰용 자전거도 있어서 열심이 발을 굴리면서 운동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늘 걷는 운동에만 익숙 하다보니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았다. 컨디션도 별로 나지 않아서 실내운동이 잘 안되었다.
오미크론이 안 걸렸으면 좋았겠지만 국민세 사람중에 한 사람이 걸린다니 우리 가족도 피해 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오미크론 증세야 감기 비슷해서 인후통이 있고 머리가 좀 아프고 기침 콧물등 전형적인 감기 증세는 다 나타난다.
동네 내과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한 후에 확진이라고 판명이 되면 그때부터는 의사가 비대면으로 전화로 진료를 해준다. 의사가 증세를 듣고 약을 처방해서 약국으로 보내면 약국에서 전화가 온다. 조제한 약을 찾아가라고…
내가 7일동안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병원의 나를 진료했던 의사로부터 두 번 전화가 왔다. 증세를 물어보고 다른 증세가 나타났으면 처방을 해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주고 약을 찾아다 먹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았다.
우리 가족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약한 어머니는 코로나전담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입원을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으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입원하고 며칠간은 식사를 잘 못하셔서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하루 세 끼 식사도 꼬박 잘하신다고 간호사가 말해 주었다. 산소 포화도도 문제가 없고 혈압도 체온도 크게 문제가 없으시다고 한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환자들의 보양식이라는 완전균형영양식 뉴케어를 쿠팡에서 한박스 주문하여 어머니가 입원하신 병원의 원무과로 보내 놓았다. 식사후 참참이 드시면 더 빠르게 원기가 회복이 되실 것이다.
나는 병원에서 조제해 준 약을 먹어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져서 낮에도 잠을 참 많이 잤다. 자는 동안에 몸의 회복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일부러 쉬기 위해 누워 있기도 했다.
일단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니 신경쓸 일이 덜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 하시기전날 하루종일 식사를 안하셨을때 남편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리에 마비가 올 정도로 신경을 썼었다.
때문에 어머니를 병원으로 보내 드린것은 서로 서로를 위해 잘 한일이다. 집에서는 못하는 응급조치를 병원에서는 해 줄 수 있으니까 아픈 환자에게는 집보다는 병원에서 더 잘 치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팍스로비드라는 먹는 코로나치료약을 처방 받았지만 어머니가 안 먹으려고 하자 병원에서는 같은 성분을 주사로 주입 했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할 수 있었다. 또 식사를 거부할땐 포도당을 주사해서 원기를 유지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비교적 건강체인 어머니는 그래서 이번에도 코로나 오미크론을 거뜬히 이겨내실 것이다. 공원에 탐스럽게 피어 있는 백목련이 사랑스럽다. 내가 자가격리 되어 공원에 못 와본 동안에도 백목련은 묵묵히 꽃을 피우는 제 할일을 했던 것이다.
나가기 좋아하는 우리집 강아지 루비도 별 수 없이 나와함께 자가격리 되어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나와 외출을 했다. 오랫만에 바깥 세상에 나오니 루비도 꽤나 좋은 모양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보다 앞서 달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자유롭게 마음껏 걷고 뛰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자유는 억업당해 보기전까지는 고마운줄 모르지만 막상 억압당했을때 가장 사무치게 그리운 것이 자유이다.
비록 집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는 정도라고 해도 말이다. 자가격리가 해제 되던날 나는 슈퍼에 갔다. 열무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서 열무와 단배추 쪽파등을 사가지고 왔다. 연하디연한 열무를 보기만 했는데도 군침이 돈다.
늘상 가던 슈퍼 조차도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슈퍼에 진열된 여러 물건들을 마치 처음 보기라도 하듯 나는 신선한 느낌으로 바라 보았다. 작은 호박고구마를 한박스 샀다. 군고구마를 좀 먹고 싶어서였다.
밀가루 풀을 쑤고 붉은 고추를 갈아 넣고 열무김치를 담갔다. 열무김치는 하루가 막 지나서 아직은 풋내가 나고 맛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저녁밥을 짓고 콩나물을 데쳐서 무친다음 된장찌개를 끓여서 저녁 식탁을 차렸다.
그리고 덜익은 열무김치와 콩나물무침,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저녁을 먹었다. 이런걸 꿀맛 이라고 하나보다 콩나물 열무김치 비빔밥이 이렇게 맛있는줄 몰랐다. 비빔밥이 코로나를 앓고 나서 충분한 보양식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맛있는 밥을 먹고 나를 반겨주는 공원의 백목련을 바라보며 귀여운 강아지 루비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행복을 오늘은 만끽해 본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우리 루비에게 관심을 갖는다.
요즘은 강아지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때가 많다. 일단 루비는 존재 자체가 귀엽기 때문이다. 조그만 체구에 복스러운 하얀털과 동그랗고 까만 눈을 가진 루비는 누구나 보면 반한다.
팔짝 팔짝 뛰는 루비도 나 못지 않게 바깥세상에 나온 자유를 누리고 있는듯하다. 신나게 공원을 활보하는 나와 루비를 공원에핀 백목련 네그루가 활짝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마치 “오시기를 기다렸어요.” 하는듯이 말이다.
오미크론을 잘 이겨낸것을 오늘은 좀 자랑스러워해도 될것 같다. 나를 반겨주는 공원의 백목련 친구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목련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치는 것만 같다. “맞아 바이러스를 이겨낸 친구가 정말자랑 스러워”라고 말이다.
“의인은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그에게 피하리니 마음이 정직한 자는 다 자랑하리로다(시 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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