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엄마의 마음

저자가 2005년 대학원 졸업을 하며, 삼남매가 축하해주고 있다.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차분히 책을 읽으려고 폼을 잡고 막 앉았는데, 가족그룹카톡방으로 카톡 하나가 날아 들었다. “저 서울 볼 일 있어서 온김에 잠시 할머니댁에 들렸어요.” 대구에 사는 아들이 날린 카톡이다. 나는 곧 응답 카톡을 보냈다. “너 벌써 할머니 집에 와 있는거야?”

나는 어머니댁 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이미 할머니 집에 도착해 있어서 전화를 받았다.아마도 대개의 어머니들이 그러리라고 생각이 들지만, 나도 이미 밤 열시 가까운 시각이라 아들이 저녁을 먹었으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물었다. “저녁은 먹었니?”

아들이 대답했다. “라면 끓여먹고 자려구요.” 나는 “안돼, 라면 몸에 안좋아. 엄마가 얼른가서 밥 차려줄께.” 그러자 아들은 “늦었는데 엄마도 쉬셔야죠. 오지 마세요. 할머니가 라면 끓여 주신대요.” 한다. 나는 “라면 먹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곧 갈께.”

나는 서둘러서 오분 거리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달려갔다. 아들의 등을 한번 쓰다듬어 주곤 곧 식사 준비를 했다. 멸치를 넣은 시원한 김치국과 새싹비빔밥을 준비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식탁 의자에 앉아서 골리신다. “에그~ 아들이 오니 저렇게 신이나서 한달음에 달려와 음식준비를 하는구나.”

나는 “그럼요 어머니, 소중한 아들이 왔는데 에미가 이러는거 당연하지요. ㅎㅎㅎ” 나는 한편 어머니의 말씀에 응답을 하며 한편으로는 저녁을 차렸다. 재료가 다 준비되어 있어서 빠르게 식사가 차려지자 아들이 놀란다. “와~ 빠르네요.” 새싹비빔밥에 달걀 후라이를 얹은걸 보고 아들은 지나가는 말투로 “난 반숙을 좋아 하는데….” 한다.

나는 얼른 달걀 하나를 더 후라이팬에 깨트려 넣었다. 반숙을 만들어 비빔밥에 얹어 주었다. 아들은 ” 어, 더 해 달라는건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입가에 행복한 웃음이 넘쳐난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더 행복했다. 아들이 밥을 먹으며 연신 “엄마, 정말 맛있네요!”를 연발하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아들 하나 딸 둘, 삼남매가 있다. 아이들은 중국에서 현지 초 중 고 학교를 다녔다.그러나 큰아이인 아들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대학진학을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이듬해엔 큰딸이… 또 삼년후엔 막내가.. 이렇게 자녀들은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방학이나 설, 명절같은 때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부모인 우리에게 올 수 없었던 자녀들은 서울에 계신 할머니 댁으로 가서 지내곤 하였다. 그래선지 우리 삼남매와 할머니는 매우 친숙하다. 전화도 자주하고 농담도 잘하는 사이인 것이다. 지금도 막내딸은 할머니와 한 집에서 지낸다.

우리 부부는 어머니 집이 좁아서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댁에서 도보로 오분 거리에 세를 얻어 살면서 매일 들려서 식사 공궤를 하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서울에 오면 부모인 우리 집에 오는것이 아니라 할머니 댁으로 간다. 그것을 나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존중하고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게눈 감추듯 뚝딱하고 비빔밥 한 그릇을 비운 아들에게 복숭아와 참외를 깎아 주면서 나는 ‘엄마의 보람’을 생각했다. 아들이 집에 돌아와 맛있게 밥을 먹는것이 이렇게 행복하다니, 이것이 ‘엄마의 마음이구나’ 동시에 하나님도 그러시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을 떠나 살던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면 줄 선물을 잔뜩 준비하고 있으시겠지… 그리고 우리 아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비빔밥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것을 보고 내가 더 행복했던 것처럼, 하나님도 하나님께 돌아온 자녀들을 위해 준비하신 선물을 받고 자녀가 행복해 하는 것을 보시고 오히려 더 흐믓해 하시겠지…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눅1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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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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