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개에게 주인은 무엇과 같을까?

주인이 곧 신(神)이며 전부이다
개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개는 최고의 충성스런 동물이다

지난해 이맘때 개를 주제로 한 “동이가 걸음을 먼춘 까닭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12년을 한결같이 동거동락한 저먼셰퍼드 동이가 수명이 다하여 그렇게 사랑하던 주인의 곁을 떠나갔다.

물론 자기 수를 다하고 떠났지만 그 허전함과 아픔은 참으로 오래 갔었고 그래서 카톡 프로필에 1년간 사진을 올려놓았는데 그가 죽기 약 2시간 전에 찍은 것이며 살아생전 주인과 마지막 눈을 맞춘 얼굴이었다.

많은 분들이 칼럼을 읽고 위로의 안부를 전해 주셨고 어떤 분들은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나누어 주셨으며 어떤 분들은 아직까지 동이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이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넓고 따뜻한 분들이 많다.

요즘 키우던 개를 버린 전직 대통령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지금이야 초로의 시민으로 돌아갔으니 누구나 그에 대해 무슨 말인 들 못하겠나 마는 필자는 그의 지지율이 70~80%로 그 세도가 하늘을 찌를 때 문재인은 당장 권좌에서 내려와야 된다며 수차례 비수 같은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상관처럼 모시고 섬기던 조선 인민공화국 정은 동지로부터 받은 선물을 버렸다는 것이고 강아지때부터 키웠던 아빠, 엄마임을 포기하였다는 것이다. 이미 세간에 화두가 되어 자초지종(自初至終)이 다 밝혀졌으니 다행이며 진실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이미지 “삶은 소 대가리“ 를 개선하지 못하고 마지막 이미지를 이렇게 장식하고 말았다.

“개 버린 인간, 개 만도 못한 인간”

결국 대한민국은 지난 5년 동안 개만도 못한 인간에 의해서 통치가 된 셈이 되었고 앞으로 그가 밭 갈고 뿌려 놓은 씨앗을 어떻게 거둘지? 자못 궁금해지며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여기서 필자는 묻혀서 잊혀진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자와 그의 열혈 추종자들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다. 다만 개 얘기가 나온 김에 개소릴? 한 번 더 해 보고자 한다.

1. 개는 주인이 곧 신(神, god)이다

개는 주인의 빈부귀천, 지위고하, 산해진미를 따지지 않으며 사람과 최고로 친밀한 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오죽하면 그 앞에 사람에게 붙이는 반려자(伴侶者)의 반려((伴侶動物)이라는 말까지 붙혀 놓았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와 끝까지 함께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십여 마리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개를 키워 보았는데 주인 외에 타인을 더 따르거나 복종하는 개를 보지 못했다.

특히 광고 문구에까지 등장한 대한민국의 진돗개는 한번 주인은 평생 주인으로 모신다고 하는데 부목사 시절, 자식 같은 이 녀석과 어쩔 수 없었던 이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개의 모든 관심사는 주인에게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주인이 잠들 때까지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며, 주인이 외출하면 하루종일 쪽문에 앉아 주인을 기다린다.

오래전부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며 개들에게 묻곤 하였다.

“ 이들에게 도대체 나는 어떤 존재일까?”
“ 산아! 동아! 똘똘아! 너희들에겐 내가 누구야?”

개를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아빠, 엄마라고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개를 배신해도 개는 절대로 사람을 배신하지 않으며 사람에게 개는 일부여도 개에게는 사람이 신과 같은 존재이며 인생의 전부이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경험하고 싶다면 개를 키워보고 하나님께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배우려면 개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의 설교 제목이 “개만 하십니까?” 였는지도 모른다.

2. 개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고래로 개를 식용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습성상, 개가 하나의 영양분 섭취이며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지에서 오는 착각이며 어릴 때부터 개고기를 먹어온 필자는 오래전부터 먹지 않기로 작정을 하였다.

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과 의사를 표시하며 주인의 안색과 목소리 톤까지 살필 줄 아는 영물이며 사람과 교감을 나눌 줄 아는 최고의 친화력을 가진 동물이다.

그래서 개는 죽을 때에 주인에게 자신의 죽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주인이 찾을 수 없는 곳에 가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이만큼 개는 주인의 마음을 이미 헤아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바깥에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면 그만하고 들어가자며 앞에 와서 일을 못 하게 엎드리기도 하고 또 아내와 언성이 높아지면 그러지 말라고 머리로 밀며 애원의 눈빛을 보내다가 이건 더 이상 못 말리겠다 싶으면 집에 들어가서 죽은 듯이 있다.

그런가 하면 좀 부당한 요구이다 싶으면 주인에게 컹컹 짖으며 불평도 하고 혀와 앞발로 사랑과 애정 표시를 하며 격려를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좀 화가 나면 불러도 오지도 않고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있기도 한다.

동이가 숨이 넘어가자 똘똘이가 보인 반응이 참으로 의외였고 눈물짓게 하였다. 곁에 와서 연신 눈과 입 주변을 핥아대며 그래도 반응이 없자 앞발로 툭툭 치면서 형아의 반응을 살피다가 담요를 덮어 놓은 것을 발로 걷어 내기도 하였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결국 포기하고 그 앞에 쭈그리고 한참을 엎드려 있기도 하다가 마지막 묻으려고 나오는데 따라 나오며 마지막 작별 입맞춤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개라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3. 개는 최고의 충성스런 동물이다

주인을 향한 개의 충성심은 상상을 초월하고 어떤 때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낯선 도로에 버려진 개들이 이제나저제나 주인이 돌아올까 몇년씩이나 그 주변을 배회하며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멀리 팔려간 개가 수백 리를 걸어서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주인집으로 돌아온 것과 사나운 짐승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서 싸워 주인의 생명을 건졌다는 사례도 있다.

어떤 개는 술 취한 주인이 잠든 사이 타오르는 불을 끄기 위해 온몸을 물에 적셔 불을 꺼서 주인을 살렸는가 하면 수영장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를 건졌다는 개도 있고 또 건강이 좋지 않아 갑자기 쓰러진 주인을 대신해 구급 비상벨까지 눌러준 충성스런 개들의 영화 같은 가슴 뭉클한 얘기가 해외토픽을 통해 심심찮게 전해지기도 한다.

4. 개가 사람보다 낫다

가끔 말썽을 부리거나 저지레를 하면 혼을 내어 주는데 사람 같으면 다시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을 테지만 다음 날 아침에 꼬리를 치면서 주인을 반기는 것을 보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그러면 이놈들을 안고 “너희들이 사람보다 나아” 하곤 하는데 사실 목사가 할 소린 못 되고 그저 미안해서 하는 소리이지만 그 말 속에 뼈가 있다.

얼마전 지인 집에 갔는데 개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왔다며 이렇게 말하는 소릴 들었다.

“개가 사람보다 나아요!”

이곳 남아공은 각종 범죄가 들끓고 있는데 치안의 부재로 호신과 방범에 관계된 사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개를 키우고 있는데 애완견 보다가는 대형견이 많으며 방범용(guard)으로 많이 기르고 있다.

연말에다 요즘 전력난으로 하루에도 서너 차례 정전이 되기도 하는데 도적 떼와 강도들이 기승을 부린다.

집안에 개가 있으므로 해서 얻어지는 유익이 비단 안전뿐만 아니라 이들과 무언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애견관련 사업이 잘 되고 있고 족보있는 순종은 상당히 비싼 값에 거래가 되고 있다.

지난해 동이가 떠난 이후로 똘똘이가 많이 심심해하며 혼자서 무기력하게 잠만 자곤 했었는데 뜻밖에 동생이 생겨서 처음엔 적응하느라 어리둥절 하더니만 이제는 둘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장난을 치고 재미있게 논다

몇 달 전 애견 전문 사이트에서 저먼셰퍼드 강아지를 파려는 주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중에 한 사람으로부터 그냥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어찌나 감사하든지 사료 한 포와 비스켓을 사서 감사의 표시를 하며 데려 왔는데 이분도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도리어 감격해 하였다.

주변 백인 친구들에게 puppy(강아지)를 일면식도 없는 분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며 자기도 비싸게 주고 샀다며 부러워하였다.

동이가 떠난지 1년 만에 하나님께서 현지인들로부터 은혜를 입게 하셔서 주인과 같은 7월달에 생일인 송(song)이를 선물로 받았다.

송이는 하루가 다르게 붕붕 자라고 있고 여기저기 땅도 파기도 하고 이갈이를 하면서 신이며 옷 등 대가를 좀 치렀으나 틈나는 대로 훈련을 받으며 우렁차게 짖으며 집도 잘 지킨다.

이들을 보면서 이놈들이 언젠가 먼저 떠날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마다 한쪽 가슴이 저며 옴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별이 두려워 반려동물을 키우기를 꺼리고 있고 한 번쯤은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싶다.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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