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인 내 일생에 있어서 시어머님을 긴시간 모실 수 있었던것은 큰 축복이고 행운이었다. 친정 어머니가 일찍 돌아 가시고 내가 유일하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었던분이 바로 시어머님 이셨으니까
얼마전 남편과 함께 어머니를 뵈러 갔다. 어머니가 계신 행복요양원은 같은 동네에 있어서 우리가 언제든지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전화만 한통화 해 두고 찾아가면 되었다.
내 걸음으로 걸어서 10분도 채 안걸리는 곳에 어머니가 계시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뿐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에서 내다보면 바로 어머니가 계신행복요양원이 있는 서해 아파트가 보인다.
그래선지 어머니가 늘 내 주변에 계신다는 생각을 하는것만으로 나는 위안이 되곤 한다. 요양원 직원들에게 선물할 전병을 사들고서 어머니를 뵈러 갔다. 어머니는 보라색 예쁜모자를 쓰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셨다.
작고 하얀 어머니 얼굴에 보라색 모자는 참 잘 어울렸다. 보라색이 잘 어울리면 미인이라고 한다는데…어머니는 구순이 지난 나이신데도 여전히 예쁘신 얼굴이다.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참 피부가 희고 단아하고 고운 모습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우리를 좀 낯설어 하신다. 어머니는 원장님에게로 얼굴을 향하고 우리를 약간 부끄러워 하시는 모습이다. 알츠하이머병(치매)말기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이젠 기억이 점점 더 없어지시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작년 3월말 코로나에 걸렸다가 코로나가 나은 후에 기적처럼 살고 계신 것이다. 며칠전에도 구순이 넘었지만 어머니 보다는 나이가 적은 어머니의 친지 한분이 코로나에 걸린 후 폐렴이 되어 바로 돌아 가셨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오면서 나는 지난 10년 세월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날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어머니와 지냈던 시간들이 이젠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치매는 있으셨어도 몸은 건강하셨었다.
토요일마다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사우나를 가던 생각이 떠오른다. 따뜻한 탕에 고부가 몸을 담그고 서로 바라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만해도 얼마든지 계속 어머니와 함께 사우나를 오리라 생각했었지만…
서울의 어둡고 좁고 작은 반지하 빌라에서 살다가 정원이 널찍하고 햇살이 잘드는 김포의 아파트로 어머니를 모시고 이사와서 6년을 사는 동안 철따라 피는 널찍한 아파트안의 꽃길을 어머니와 걸었던 추억도 그립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은 어머니와 긴 여행을 제주도로 떠났던 일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세식구가 완도까지 자동차로 운전을 하고 갔다. 사람과 차가 배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을 갔었다.
이때가 아마 우리 어머니 생전에 가장 긴 여행을 하셨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제주42일살기‘를 하며 제주를 여행 했다. 황토방을 두 개 얻어서 하나는 어머니가 사용하고 하나는 우리 부부가 사용했다.
우리 가족은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겨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제주살기’를 하면서 제주도에 머물렀던 것이다. 무비자 입국이 허락된 제주에는 선교지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가져 갔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가 있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한림공원이며 아름다운 ‘생각하는정원’ 이며 그밖의 제주의 명소와 여러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여행을 안할때는 어머니는 건강에 좋은 황토방에서 앉은뱅이 상을 놓고 성경을 필사 하셨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라면 어디든 마다 않고 가셨던 어머니… 그렇게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하셨던 어머니 셨지만…
그러나 이젠 침대에서 일어 나지도 못하시고 음식을 입으로 삼키지도 못하시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며 연명 하신다. 참 안타깝다 내 마음이 무척 아프다. 그러나 어머니를 뵈러가서 보면 얼굴색은 무척 평안해 보이신다.
여전히 어머니 얼굴피부는 희고 반짝반짝 빛난다. 얼마전에 발과 손이 차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다시 혈액순환이 원활해 지셨고 따뜻해졌다. 나는 매일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다. “주님~ 어머니가 제발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요양원 원장님이 그랬다.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지 않으시는것만해도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만약 아프다고 하시면 이젠 그대로 병원 중환자실행 이라고…그리고 온갖 검사를 하게 될거라고… ”말이다.
어머니 부디 아프지 마시고 평안하게 지내세요. 밤낮 주무시는 동안 어머니 일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일만 기억하세요.“ 부족한 며느리인 나는 오늘도 어머니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려 드린다.
“은총의 표적을 내게 보이소서 그러면 나를 미워하는 그들이 보고 부끄러워하오리니 여호와여 주는 나를 돕고 위로하시는 이시니이다(시 8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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