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더불 휴가와 옥수수

점심을 차렸다. 청국장을 끓이고 쌈 싸먹을양배추를 데치고 양념된장에 청양고추를다져넣어 매콤하게 만들었다. 냉동실에 있던 작은조기도 몇마리 구었다. 알타리김치와 오이소박이도 내놓았다. 이정도면 입맛돋울 수 있는 먹을만한 식탁이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입맛이 없다. 그나마 양배추에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장을 놓고 밥을 넣어 쌈을 싸서 먹으니 그건 먹을만했다. 왜 입맛을 잃었을까? 아… 그건 지금 먹고 있는 약 때문이다.

어제부터 목이 싸하더니 기침이 나서 동네 내과에 갔더니 코로나 양성이란다. 아… 그렇게도 조심을 했건만 결국 걸리고야 말았다. 며칠전에 코로나가 먼저 걸린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은 열이 39.5도까지 올라서 병원엘 다녀왔다.

남편은 내가 옮을까봐 교회 유아실로 가서 생활 하겠다고 하는걸 내가 말렸다. 잘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그건 안될 말이라고…그렇지만 조심하느라고 집에서 잠도 다른방에서 자고 밥도 따로 먹었는데도 말이다.

내과 의사가 내게 말했다. “ 발표를 안해서 그렇지 지금 또 코로나가 많이 퍼지고 있고 죽는 사람도 여럿 있어요. 환자분은 60대라서 고위험군이라 팍스로비드를 처방해드릴겁니다.” 한다.

내가 말했다. “아… 팍스로비드 쓰면 입맛이 없다는데…” 의사가 즉시 힐문하듯이 내게 답변한다. “아니, 입맛 없는게 문제예요 병을 고쳐야지요.” 그렇다고 해도 좀 더 친절히 말하지 않고서… 아무튼 처방을 받아 약국에 들러서 약을 받았다.

진료비가 6,600원에 약이 5일치이다. 팍스로비드,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시럽, 감기약, 발열이 있으면 먹을 진통제등 약국비닐봉지에 하나가득 담아준다. 약값이 꽤나 나오겠군 했는데 4,800원이란다. 의료보험 하나는 정말 잘되어 있는 우리나라다.

그래서 요즘 이민을 가서 선진국에서 살다가도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오는 사람도 꽤나 있다고 한다. 의료 혜택만 좋은가 먹거리는 또 얼마나 풍부한데… 치안은 또 얼마나 안전한 편인가.

우리 부부는 지난 주 원주 명성 수양관에서 있었던 ‘제30차 복음통일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아예 휴가라고 생각하고 4박5일을 원주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비가 와서 숙소가 좀 눅눅한것이 흠이었지만 잘 지낸편이었다.

이번 여름 제30차복음통일컨퍼런스/북한구원금식성회 4박5일 성회는 그 어느때보다도 알찼다고 남편과 나는 함께 평가하였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강의가 끝나면 뜨겁게 기도 하였다.

여러 강의와 중보자들의 간증을 들으며 어쩌면 통일이 가까웠음을 느끼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6.25전쟁 16개국 참전용사의 후손들중에서 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중보자들을 초청해서 함께 예배 드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마지막 시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아서 함께 자리를 지키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어떤 모임이든 집회의 마지막 날은 사람들이 돌아가서 듬성듬성하게만 남아 있기 마련인데 기도하는 중보자들이라서 그런지 끝까지 신실하게 남아 마무리를 하였다.

그렇게 4박5일의 휴가를 잘 다녀왔는데 오자마자 코로나에 걸려서 외출이 제한되어 집에서만 보내야 하다니… 환자가 코로나 양성이 나오면 병원에서는 보건소에 보고를 하고 보건소에서는 개인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5일간 외출 하지 말라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어차피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내 안쓰러운 사정을 알기라도 했다는듯이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초당 옥수수였다. 며칠전 페북에 올린 한 페친의 글에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다.

현재 목회를 하는 목사님인 페친은 누가 보내온 옥수수 한박스중에서 다섯개를 삶았는데 선착순으로 4명만 먹으러 오라는 내용을 올렸다. 옥수수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장난스레 “저는 택배로 받고 싶어요” 라고 댓글을 달았다.

물론 선물로 받은 옥수수를 다시 나에게 보내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옥수수를 나도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였을뿐… 얼마든지 페북에 올라온 댓글이니 농담삼아 한 말이라고 여길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 페친 목사님은 정색을 하고 내 주소를 적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여 잘익은 초당 옥수수 열통이 택배로 도착했다. 세상에 농담도 잘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못 들어 봤는데…

아무튼 코로나로 외출금지 상황인데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라니 여간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옥수수 4통을 삶았다. 소금과 신하당을 살짝 물에 풀어서 30여분 삶으면 되었다.

삶아진 옥수수를 큰 접시에 놓고 앉아서 남편과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 제대로 휴가를 즐기네요 호호호…” “그러게 말이야 옥수수를 보내준 분에게 정말 고맙네” 코로나로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우리집 분위기를 구수한 초당옥수수가 밝게 해 주었다.

남편과 나는 따끈한 옥수수를 젓가락에 끼워서 호호 불어가며 먹으면서 행복을 맛보았다. 그런데 옥수수가 꼭 내고향의 맛이다. 끈적한 강원도 찰 옥수수가 아니라 옥수수알이 이에 닿으면 톡톡 터지는 달콤한 식감과 함께 초당옥수수는 잊었던 내고향의 맛이 났다. 살다보니 이런 더불 휴가도 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07:1)

글/ 사진 : 나은혜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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