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4.3의 진실(3)

5.10선거 파탄 투쟁 정점 이룬 ‘제주4·3’ 무장봉기

2018년은 ‘제주4·3’ 70주년이다. 제주도는 이를 기념해 올해를 ‘제주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관련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제주 포함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4월에는 제주가 아닌 서울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벌어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제주4·3’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 ‘사건’인가? ‘민주화운동’인가? ‘무장봉기’인가? 현재 제주에는 국내 최대인 10만평 규모로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공원에는 ‘평화와 인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각종 기록물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하지만 누가 무슨 정치적 목적으로 초기 사태를 일으켰고, 어떻게 무장조직이 만들어지고 어떤 무기가 동원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오로지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민간인 희생만 부각하고 있다. 이래서는 4.3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는 이런 취지에서 작심하고 ‘제주4·3의 실체적 진실’을 4회에 걸쳐서 연재한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주>

제주 방문의 해. 연합뉴스

[유진 북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3> 강규찬, 4.3봉기 전 김일성 지령 받아

5.10선거 전후, 특히 선거 후 무장 폭력배들에 대한 정부의 토벌진압 작전이 본격화되자 이들은 한라산 산악지대로 대피, 결집하여 무장 유격투쟁으로 전환하였다. 유격투쟁으로 전환한 4.3무장봉기 남로당 제주도당위원회와 선거분쇄 투쟁지도부는 5월 15일 경 회의를 열고 5.10선거 저지파탄 투쟁을 종결짓기로 하고 향후 대책을 토의했다.

이들은 회의에서 무장자위대를 ‘인민유격대’로 개칭하고 한라산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무장 유격투쟁을 벌일 것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무장자위대를 3개 연대 편제의 인민유격대로 개편하고 2개의 독립대로 편성했다.

이와 함께 당시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던 인민공화국 수립을 지지하는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또 군경의 토벌작전을 분쇄하고 제주도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치권을 마비시키려고 적색 근거지 마을과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어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조직 전개하기로 하였다.

폭도들은 한라산을 기본 근거지로 하여 한라산의 1000m 이상 되는 2~3개 고지를 포괄하는 지역을 근거지로 설정하고 동서 능선을 따라 유격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물론 이들의 유격투쟁은 사실상 4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군경의 토벌진압 공세에 생존 차원에서 벌인 투쟁방식이기도 하였다.

한라산에 은거한 폭도들은 도민들을 약탈하여 연명하면서 무장을 들고 기습, 방화, 파괴, 살인 등 폭력행위를 감행하며 군경의 토벌작전에 저항했다. 이 과정에 문상길 중위가 주도한 연대장 박진경 대령 암살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대한민국 군경의 적극적인 토벌작전으로 1949년 3월 말 김용관, 김대진 등 제주도당 지도부와 투쟁지휘부 인물들이 체포, 투항하면서 비로소 소멸되었다.

◇토벌 거세지자 4.3지도부는 북한으로 탈출

그러나 모험적인 폭력투쟁을 조직 주도했던 남로당 제주도당위원장 강규찬과 그의 부인 고진희, 제주도당 군사 부책임자 겸 자위대사령관으로서 실질적인 인민유격대 활동을 총지휘했던 김달삼 등은 군경의 진압토벌 공세가 심해지자 1948년 7월과 8월에 제주도를 탈출하여 북한으로 도망쳤다.

북한으로 들어간 이들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으로 선출되었으며 국기훈장도 받았다. 이들과 함께 북한으로 들어가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에 선출된 제주도 출신들은 안세훈, 이정숙 등이 더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강규찬이다. 강규찬은 해방공간에서 제주읍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공산당 제주도당위원회를 결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공산당이 남로당으로 통합된 뒤 남로당 제주도당위원장이 되어 4.3무장봉기를 주도했다.

중요한 것은 강규찬ㆍ고진희 부부가 4.3무장봉기를 일으키기 전에 이미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을 직접 만났으며 그로부터 특별히 공작임무를 받고 다시 제주도로 파견되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4.3무장봉기도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일으켰다는 것이다.

강규찬ㆍ고진희 부부는 4.3무장봉기를 주도하던 중 북한에 월북했을 때 김일성을 또다시 만나 그동안의 공작임무 수행 결과를 보고하고 부부가 함께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에 선출되었다.

강규찬ㆍ고진희 부부는 6.25전쟁 발발과 함께 북한군이 점령한 남한지역에서 노동당 재건 및 토지개혁 실시 등 정치공작대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3지도부, 평양 애국열사릉 안장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는 이들의 공적을 특별히 높이 평가해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하고 북한의 국립묘지라 할 수 있는 평양시 교외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장하도록 특별히 배려해주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규찬ㆍ고진희 부부가 훌륭한 혁명가였다고 칭찬했다는 후문이 있다.

지금도 북한은 강규찬ㆍ고진희 부부를 지리산유격대 총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이나 거물급 공작원 성시백 등과 동급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은 강규찬ㆍ고진희 부부의 두 아들 강희진과 강석진을 각별히 보살펴주었으며 그중 강석진은 북한 선박공업성 간부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편, 김달삼은 월북 후 강동정치학원에 입학해 사상교육과 게릴라 훈련을 받았다. 이후 1949년 8월 초 약 300명의 정예 유격부대를 이끌고 경북 영일군 송라면 지경리 해안으로 침투한 다음 경북 영양군 일월산으로 들어가 경북 보현산에 동해여단을 설치하고 유격전을 벌였다.

그 후 1949년 9월 20일 제7차로 침투한 인민유격대 제1군단 잔여세력 약 100명과 합류해 경북 일대에서 지방 유격대와 합류해 활동하였다. 그러다 1950년 3월 하순 월북하려고 70여명을 이끌고 강원도 정선군 북면 반론산 부근을 지나 북상하던 중 3월 22일 국군과의 교전이 벌어졌다.

김달삼은 이 전투에서 대부분의 게릴라와 함께 사살되었다. 김달삼의 묘 역시 강규찬, 고진희와 함께 북한의 국립묘지라 할 수 있는 평양시 교외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있다. 아마 가묘(假墓)일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