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주일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 지난번 바자회를 열때 나도 돕겠다고 갔던 바로 그 교회 강도사님의 전화였다. 나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강도사님은 “목사님, 오늘 추수 감사주일 예배 드리고 과일과 떡을 좀 드리려고 하는데요. 무거울테니 차를 가지고 오세요.” 한다. 나는 “개척교회가 뭘 나눌게 있다고 나에게까지 나누어요?”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내심으로는 기뻤다. 무엇을 받아서라기 보다도 누군가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를 기분좋게 해 주었다. 나는 곧 그 교회를 갈 준비를 하면서 나도 무엇좀 가져다 줄 것이 없나 하고 집안을 살펴 보았다.
식품을 넣는 창고 안을 열어보니 레몬 트레비가 눈에 띄었다. 6개들이 포장이 안뜯어져 있어서 가방에 담고 또 뭐가 있나 살펴보니 꽁치통조림 한개가 눈에 띄인다. 그것과 그옆에 있던 참치통조림 두개와 함께 가방에 집어 넣었다.
또 가져다 줄것이 뭐가 있을까 살펴 보니 키친타올이 눈에 띈다 그것도 두 롤을 집어 넣었더니 작은 비닐가방이 제법 차서 묵직하다. 운전해서 가야 하니 마트에 들리기도 어렵고 이거라도 가져다 주자고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추수감사주일과 해피데이 전도의날로 지킨 작고 아담한 ‘함께가는교회’ 예배당안은 곳곳이 풍선 장식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고 예쁜 꽃도 화병에 담겨 있다. 교회 안채는 단독주택이어서 마당이 있었다.
강도사님은 나에게 “김장은 하셨어요? “하고 묻더니 성도님이 가져온 배추와 무우가 있는데 가져다가 김장 하시겠어요?” 한다. 마당에 나가보니 무우가 한자루, 배추가 열포기 마대 자루에 담겨 있었다.
배추는 매우 크고 실했다. 배추 농사를 잘 지은 것이다. 사실 나는 절임배추를 사서 김치를 조금 담아볼까 하고 있던 중이었다. 김치냉장고도 없으니 많이 담을 수도 없기 때문 이다.
그런데 강도사님이 추수감사주일에 들어온 귀한 배추를 주겠다고 하니 가져가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 나는 여섯포기만 달라고 했다. 무우와 함께 교회 청년이 내 차에 실어 주었다.
강도사님은 이웃들에게 추수감사주일에 들어온 과일과 떡을 나누느라고 배달하러 가고 나는 사모님과 유아실겸 사무실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사모님이 내게 “목사님 묵은김치 좋아하세요? 좀 드릴까요?” 한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남편 K선교사를 생각하며 나는 조금 달라고 했다. 한참후 나온 사모님은 묵은 김치와 안묵은 김치, 그리고 알타리 김치까지 골고루 비닐팩에 넣어서 가지고 나왔다.
이번 주 토요일 교회 김장을 해서 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다 퍼왔다고 한다. 배달을 하고 돌아온 강도사님은 바나나, 사과, 감, 귤이 골고루 든 쇼핑백을 건네주며 떡도 두박스 맞추었는데 한박스 남았으니 마음껏 가져 가시라고 한다.
나는 떡을 좋아하는 시어머님을 생각하며 떡 박스의 윗줄을 다 담았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어머니 간식으로 한참은 드릴 수 있을 것이었다. 고마운 추수감사절 선물들을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차고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웃들이 세사람 타고 있었다. 나는 “이 떡 아파트 입구에 있는 ‘함께 가는 교회’가 추수 감사주일 지키고 나누어 주는 거예요.” 라고 교회를 홍보해 주며 세 사람에게 각각 떡 한덩이 씩을 주었다.
이웃들은 갑자기 생긴 말랑하고 먹음직 스러운 떡덩이를 받고 흐믓한 표정들이다. 아파트에 살면 엘리베이터는 이웃을 사귈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사도 나누고 안부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의 정신을 실현한 개척교회 강도사님 부부로 인해 참 따뜻한 주일 오후를 보내었다. 집에 돌아와 그 교회서 가져온 알타리 무우 김치와 배추김치를 반찬으로 내놓고 저녁을 차렸다. 김을 추가해서 간단한 식탁이었지만 어머니도 남편도 무척 맛있게 식사를 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의 주인공은 개척교회 강도사님 부부였다. 왜냐하면 나를 비롯한 이웃 사람들에게 추수감사주일에 들어온 과일과 야채와 떡을 나누면서 그강도사님과 사모님이 행복해 하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받을 때도 기쁘지만 나눌때 더 행복해 진다. 선교지에서 현지 사람들에게 늘 나누는 삶을 살면서 언제나 행복했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서 힘든줄 모르고 장을 보아다가 불고기며 잡채며 김밥이며 여러 음식을 한가득 차려서 중국 학생들을 먹이며 전도하던 그 때가 문득 그리워 진다. 그래서 나누는 삶에는 행복이라는 선물이 덤으로 따라온다.
아무튼 오늘 한 개척교회의 따뜻한 나눔으로 인해 나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최근 교회 인테리에 드는 비용 문제로 스트레스 받았던 여러 가지 고민들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아마 하나님의 나를 위한 주밀한 위로의 방법 이었나보다. 가져다 논 실한 배추를 바라보며 나는 나에게 들으라고 속삭였다. “그래 가난해도 나누는 사람이 더 부자고 더 행복한 거야. 너도 그렇게 살아가렴”
성전의 일을 하는 이들은 성전에서 나는 것을 먹으며 제단에서 섬기는 이들은 제단과 함께 나누는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고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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